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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의 진화 (현대 문화 예술에서 아우라의 지형도 그리기)
저자 : 심혜련
출판사 : 이학사
출판년 : 2017
ISBN : 9788961473132
책소개
아우라의 몰락 이후, 아우라를 둘러싼 새로운 지형도 그리기
많은 사람이 벤야민이 누구인지 또 아우라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 알지 못해도 아우라라는 개념을 들어보고 또 사용해봤을 것이다. 우리는 문화 예술비평뿐만 아니라 각종 TV 프로그램과 대중 잡지들 그리고 광고와 상품 이름 등에서 흔히 아우라라는 개념을 접한다. 아우라가 일종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추상적인 철학적 개념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아우라의 몰락을 선언한 이후, 아우라는 역설적으로 매우 아우라적인 개념이 되었다. 그가 몰락했다고 선언한 아우라가 여전히 그와 그의 철학을 감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술 복제 시대와 관련해 아우라를 언급했던 벤야민은 그 시대의 문화 예술적 특징을 아우라의 몰락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 이후 기술 복제 시대를 거쳐 디지털 매체 시대에 이르기까지 문화 예술 전반에서 ‘아우라의 몰락’, ‘아우라의 잔존’ 또는 ‘아우라의 귀환과 복원’이라는 현상이 반복해서 일어나면서 아우라는 여전히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책은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란 무엇이며, 또 이것은 다른 이론가들의 어떤 개념들과 비교 가능한지, 더 나아가 현대 문화 예술철학에서 철학자들은 아우라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현대의 문화 예술 상황에서 아우라의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의 목적은 아우라를 둘러싼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보는 것(Mapping Aura)이다.
목차
아우라란 무엇인가?
아우라는 벤야민이 사용한 독특한 철학적 개념이지만 벤야민이 이 개념을 직접 만든 것은 아니다. 본래 종교적 의미를 가진 아우라는 사전적으로는 ‘영기(靈氣)’, ‘신비스러운 효력’ 또는 ‘신비스러운 분위기’ 등을 뜻한다. 고대 희랍어의 기원에 따르면 아우라란 ‘입김’, ‘공기’, ‘가볍고 부드러운 바람’ 등을 의미하며, 중세 유대교의 비설인 카발라의 이해에 따르면 사람의 주위를 감싸고 있고 사람이 최후의 심판까지 보존하고 있는 어떤 정기라는 종교적 의미를 갖는다. 중세 시대의 성화에서 성인들이나 천사들 머리 주위에 둥그런 원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종교적 의미에서 그들을 감싸고 있는 특별한 영기 또는 후광으로서의 아우라를 의미하는 것이다. 벤야민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러한 종교적 의미의 아우라를 학문의 영역으로 가져옴으로써 세속화시켰다.
귀환하고 복원되는 아우라, 아우라의 진화
벤야민은 과거의 예술과 그가 살았던 시대(기술 복제 시대)에 새로운 형식으로 등장한 예술을 비교하면서, 이 둘의 차이를 아우라의 유무로 설명했다. 예술의 복제는 예술이 원본성 또는 유일성에서 벗어나 복수성과 반복성을 갖게 했다. 복수성과 반복성은 예술과 수용자 간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좁혀진 거리만큼 예술은 세속화되며, 이전과는 다른 기능들을 수행한다. 예술의 기능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제의적 가치를 가지고 제의적 기능을 하면서 아우라를 갖고 또 아우라적인 지각 방식을 은연중에 강요했던 예술은 이제 미술관, 거리 그리고 아카데미적인 공간들에 전시된다. 이제 예술은 전시 가치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예술은 유희의 대상, 학문적 분석의 대상 그리고 최상의 상품 그 자체가 되었다. 예술의 존재 방식, 가치 그리고 기능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예술의 수용과 지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벤야민이 감성학적 측면에서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러한 지각의 구조 변화이다. 이 변화를 그는 ‘아우라’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그에게 사진의 등장 이전의 예술의 지각은 ‘아우라적 지각’이었고, 사진의 등장 이후의 예술의 지각은 ‘탈아우라적 지각’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벤야민에게는 아우라가 있었던 시대의 예술과 아우라가 몰락한 이후의 예술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런데 벤야민에게 몰락을 선언당한 아우라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몰락 이후의 아우라는 ‘재아우라화’를 위하여 놀라울 정도로 힘을 발휘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문화 예술 전반에서 재아우라화를 위한 전략들은 무엇이며, 또 무엇을 재아우라화의 현상들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벤야민에 의해 몰락을 선언당한 이후의 아우라처럼 치열하게 논의된 개념은 없을 것이다. 몰락이라는 선언이 논쟁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 벤야민이 종교적이며 신학적인 측면에서 분리해 예술의 영역으로 데리고 들어온 아우라는 이제 벤야민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나름의 진화 과정을 겪고 있다. 어떤 부분은 도태되고, 어떤 부분은 이상할 정도로 확대되고, 또 어떤 부분은 의외의 것들과 결합해 독특한 아우라적 현상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아우라는 다시 한번 몰락을 확인하기도 하고, 귀환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복원되기도 하고, 또 심지어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아우라의 진화다.
이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이 책은 ‘감성적 지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또 다른 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감성학’을 도구로 삼아 아우라의 지형도를 그려나간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감성학과 감성적 지각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과 미학의 확장으로서의 감성학에 대해 서술한다. 그리고 현재 다양하게 전개되는 감성학 중 특히 매체를 중심으로 한 감성학, 즉 ‘매체 미학’을 소개한 후, 감성학자로서의 벤야민과 감성적 지각으로서의 아우라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이 책의 제2부에서는 프로이트의 ‘두려운 낯섦’, 바르트의 ‘푼크툼’, 리오타르의 ‘숭고’를 감성적 지각으로 재해석하고, 이 각각의 개념들이 갖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아우라와 이들 간의 가족 유사성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감성학과 감성적 지각에 대한 최근의 논의들 중 뵈메의 ‘분위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감성학을 다룬다.
감성학과 감성적 지각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제3부에서는 ‘아우라의 귀환과 복원’, 즉 ‘아우라의 진화’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벤야민이 ‘아우라의 몰락’을 선언한 이후 ‘아우라의 몰락’을 둘러싼 논쟁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또 귀환과 복원을 주장하는 입장들에서 어떻게 아우라를 재아우라화했는지를 살펴본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현재의 문화 예술 상황에서 아우라의 문제를 흔적, 장소, 사건, 매체 그리고 상품과 연결시켜 살펴본다.
아우라를 복원시키기 위한 의도적 노력들
매체와 상품에서는 아우라를 복원시키기 위한 의도적 노력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문화 산업에서, 매체 예술에서 그리고 상품 시장과 미술 제도 등 다방면에서 아우라의 복원이 일어난다. 문화 산업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스타의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다. 상품 시장에서도 과시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유사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미술 제도 안에서 나타나는 예술의 상품화를 이야기할 때도 아우라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현상을 이 책에서는 아우라의 복원이라고 보고, 다양한 사례를 동원하여 몰락과 복원 또 때로는 귀환을 반복하면서 지속되고 있는 아우라의 삶을 다각도에서 흥미롭게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