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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학의 철학 (신칸트학파, 딜타이, 그리고 후설의 현상학과 역사적 인문.사회과학의 철학적 토대)
저자 : 신호재
출판사 : 이학사
출판년 : 2018
ISBN : 9788961473187
책소개
정신과학에 대한 철학의 정초와 철학사의 복원
이 책은 후설 현상학의 전체 체계를 조망하면서 ‘정신과학에 대한 철학’을 정초하려고 시도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서양철학사에서 정신과학이 자연과학으로 포섭되거나 환원되지 않고 독자적인 학문으로 존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려고 시도한 신칸트학파와 딜타이 철학의 주요 논점을 규명한 후, 이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면서도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며 ‘생활세계의 현상학’과 ‘현상학적 심리학’을 경유하여 정신과학의 궁극적 토대인 ‘초월론적 현상학’에 도달한 후설의 현상학을 조명한다. 이로써 이 책은 정신과학의 철학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와 토대, 근본 개념을 논변한다.
모든 철학은 앞선 시대와 철학자가 제기한 물음과 진지하게 대결하면서 성립한다. 20세기의 주요 학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후설의 현상학 또한 칸트와 헤겔 이후 신칸트학파와 딜타이 철학의 문제의식과 영향하에서 탄생하며, 이는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 그리고 리쾨르의 해석학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읽는 서양철학사에서 대개 공백으로 남아 있는 신칸트학파와 딜타이의 논의를 철학사적으로 복원하면서 후설에 이르는 중요한 철학적 흐름을 드러내고 이를 정신과학의 철학이라는 커다란 범주로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각별한 의의가 있으며 국내의 서양 철학 저술로서는 드문 중요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목차
정신과학에 대한 철학의 정초와 철학사의 복원
이 책은 후설 현상학의 전체 체계를 조망하면서 ‘정신과학에 대한 철학’을 정초하려고 시도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서양철학사에서 정신과학이 자연과학으로 포섭되거나 환원되지 않고 독자적인 학문으로 존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려고 시도한 신칸트학파와 딜타이 철학의 주요 논점을 규명한 후, 이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면서도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며 ‘생활세계의 현상학’과 ‘현상학적 심리학’을 경유하여 정신과학의 궁극적 토대인 ‘초월론적 현상학’에 도달한 후설의 현상학을 조명한다. 이로써 이 책은 정신과학의 철학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와 토대, 근본 개념을 논변한다.
모든 철학은 앞선 시대와 철학자가 제기한 물음과 진지하게 대결하면서 성립한다. 20세기의 주요 학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후설의 현상학 또한 칸트와 헤겔 이후 신칸트학파와 딜타이 철학의 문제의식과 영향하에서 탄생하며, 이는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 그리고 리쾨르의 해석학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읽는 서양철학사에서 대개 공백으로 남아 있는 신칸트학파와 딜타이의 논의를 철학사적으로 복원하면서 후설에 이르는 중요한 철학적 흐름을 드러내고 이를 정신과학의 철학이라는 커다란 범주로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각별한 의의가 있으며 국내의 서양 철학 저술로서는 드문 중요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정신과학’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개념인 ‘정신과학’은 ‘자연과학’과 대비하여 법학, 경제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역사학 등 인문·사회과학에 속하는 여러 분과 학문을 두로 일컫는 말로, 독일어 ‘Geisteswissenschaften’의 번역어이다. ‘정신’이라는 말에는 정신적 의미로 이루어진 인간의 삶, 삶의 외적 표현 및 양식으로서의 문화, 타인과의 공동적 삶으로서의 사회, 공동적 삶의 시간적 형성 및 전개를 뜻하는 역사가 모두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과학’은 인간의 삶?문화?사회?역사를 포괄하는 정신을 탐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요새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인문학’의 학문적 표현이 바로 ‘정신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권 학술 용어가 주도하는 한국의 학문 실정에서 독일어권 학계에서 통용되는 이 용어가 생소한 것은 당연하다. 또한 자연과학의 탐구 대상인 ‘자연’의 의미가 매우 명확하게 수용되는 것과 달리 정신과학이 탐구하는 대상인 ‘정신’은 통상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또는 뇌과학을 환기시키기 때문에 인문·사회과학을 ‘정신과학’으로 포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 책은 정신과학이 ‘심리적-정신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문화적-사회적-역사적 삶’의 현실인 ‘정신적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몰인간적’ 사태를 탐구하는 자연과학과 본질적으로 대립되는 학문들의 유개념이라고 역설한다.
정신과학의 독자성을 철학의 토대 위에 세우다
그러나 과학혁명의 성취를 토대로 19세기에 출현한 실증주의와, 과학기술의 높아진 위상은 인문·사회과학 역시 자연과학의 방법적 기초 위에서 수행될 때에만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학계 전반에 불러왔다. 자연과학 진영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의 진영에도 내면화되어 있는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 사회과학은 ‘순수 인문학’과 선을 긋고 경험적 자료에서 일반화된 법칙을 도출하는 ‘양적 연구’를 내세워 학문의 ‘과학적’ 성격을 강조했고, 인문학은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을 통해 ‘과학’이고자 하는 ‘억압된 욕망’을 부분적으로 충족했다. 그동안 인문·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본질적으로 다른 정신과학만의 본성을 규명하는 일에 소홀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정신과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학문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정신과학의 토대를 새롭게 다지는 작업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모든 학문의 뿌리가 되는 학문인 철학으로 돌아가 철학을 개혁하고 그로부터 이끌어낸 근본 개념과 방법적 원리에 입각하여 정신과학을 다시 수립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신과학의 독자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규명해야 하는 철학적 토대는 정신과학의 고유한 ‘대상’과 ‘방법’이다. 이와 같은 ‘구획’의 문제와 ‘방법’의 문제가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정신과학의 학문적 본성과 고유한 방법론을 규명하려 노력한 철학자들의 쟁점인 것이다. 이 책은 정신과학의 철학적 정초를 위한 논의의 단초를 제시한 신칸트학파와 딜타이의 철학에서 출발하여 그들의 사상이 후설의 현상학과 연결되는 지점들을 모색하고, 후설의 현상학에 입각하여 정신과학의 철학의 토대를 해명한다.
신칸트학파와 딜타이의 정신과학의 정초
신칸트학파는 논리적 사유의 형식과 개념형성의 차이를 자연과 정신의 구획 기준으로 삼았다. 빈델반트는 대상이나 영역의 내용을 기준으로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을 구분하는 것에 반대하여, 탐구의 ‘방법’에 따라 법칙-정립적 학문과 개성-기술적 학문으로 구분한다. 동일한 대상에 어떠한 방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의 탐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문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과 정신과 같은 특정한 존재의 내용이 아니라, 상이한 ‘목적’에 따라 수행되는 탐구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리케르트는 경험적 실재는 오직 ‘개념’을 통해서만 ‘인식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학문적 탐구에 적합한 ‘개념형성’은 탐구자의 ‘이론적 관심’에 근거한다. 자연과학의 ‘일반화하는’ 관심은 개별적인 것을 일반적인 것으로 포섭하는 반면, 정신과학은 ‘개별화하는’ 관심을 통해 개별적인 것이 지닌 독특한 개성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딜타이는 자연과 정신을 학문적 탐구의 ‘대상 영역’으로 간주한다. 이것은 자연과 정신을 ‘존재론적’ 또는 ‘내용적’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딜타이는 정신과학이 삶의 관점에서 수립되는 것임을 주장한다. 자연과학의 자연이 인간의 삶과 유리되어 있는 것과 달리 정신과학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과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적-역사적 현실에 결부되어 있다. 즉 자연과 정신은 본질적으로 내용이 구분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딜타이는 정신과학은 인간의 삶, 즉 체험을 탐구하는 심리학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체험의 구조연관에 대한 기술-분석심리학의 성과 위에서만 사회적-역사적 현실에 대한 정신과학적 탐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신칸트학파와 딜타이의 논쟁이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을 구획하는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구획의 문제는 ‘방법론’의 문제와 긴밀하게 결부되어 나타난다. 딜타이는 정신과학이 올바른 기초 위에 수립된 ‘심리학적’ 방법의 토대 위에서만 수립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삶의 관점’을 취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체험’에 대한 기술과 분석을 통해서만 정신적 세계에서 살아 있는 의미의 구조연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칸트학파에게 심리학은 정신과학을 정초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학문적 인식의 토대는 심리적인 것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주의나 심리주의는 ‘사실의 문제’와 ‘권리의 문제’를 혼동하고 ‘발생적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철학적 문제를 경험적 문제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래서 빈델반트와 리케르트는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의 방법적 차이를 사유의 선험적 형식에서 찾았다. 정신과학이 지닌 고유한 학문적 성격은 ‘비판적’ 방법에 의해 인식적 타당성의 선험적 조건을 규명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칸트학파와 딜타이의 논쟁은 후설 현상학의 관점에서 정신과학에 대해 철학적 기초를 놓는 작업을 위한 과제의 윤곽과 해명의 단서를 제공한다.
후설의 정신과학의 정초
후설은 생활세계에서 수행하는 경험에 근거하여, 형식적 기준과 내용적 기준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학문을 구획한다. 이것은 일견 신칸트학파의 형식적 학문 구획 및 딜타이의 내용적 학문 구획을 적절하게 절충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후설의 학문 구획은 두 철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통찰 위에서 수행되는 것으로서 기존의 학문 구획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생활세계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방식의 직관적 경험이 지향적 상관관계에 따라 이미 각각의 직관에 본질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다양한 사태를 열어 보이기 때문이다. 즉 생활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되는 사태가 이미 그 자체로 그 사태의 본성에 적합한 탐구의 영역과 방법으로 인도하는 실마리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설의 학문 구획은 획일적이고 평면적인 대립을 통해 제시되는 신칸트학파나 딜타이의 학문 구획과 달리 훨씬 더 다양한 사태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다차원적이다.
후설은 의식과 대상의 지향적 상관관계를 통해 모든 종류의 학문이 수립될 수 있는 보편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기획 속에서 현상학을 발전시켰다. 후설은 현상학의 체계를 발전시키고 심화시켜가면서 ‘생활세계의 현상학’과 ‘현상학적 심리학’을 거쳐 ‘초월론적 현상학’에 이른다. 처음에는 자연과학과의 대비 속에서 정신과학의 대상 영역을 ‘구획’하고 그것에 부합하는 ‘방법’의 문제를 해명하는 것으로 제시되었던 과제가 후설의 현상학 전체 체계에 대한 조망 속에서 세 차원으로 구분되고 심화되는 것이다.
‘생활세계의 현상학’은 정신과학이 다루는 대상 영역의 가능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구획’의 토대가 되며, ‘현상학적 심리학’은 정신과학이 탐구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의 가능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방법’의 토대가 된다. 초월론적 주관에 의한 세계 구성의 전모를 해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초월론적 현상학’은 정신적 세계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존재론적’ 토대로서의 ‘역사’, 그리고 정신과학이 추구하는 모든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인식론적’ 토대로서의 ‘명증’을 제시함으로써 정신과학의 궁극적인 철학적 기초가 된다.
이렇게 중층적인 각 단계에서 다양한 의미와 더불어 수행되는 정신과학의 현상학적 ‘정초’는 모두 정신과학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능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기적이고도 구조적인 통일로서의 체계를 이루고 있다. 즉 생활세계의 현상학이나 현상학적 심리학이 정신과학의 대상과 방법적 토대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초월론적 주관에 의한 세계 구성의 전모를 해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초월론적 현상학에 이르러서야 정신과학은 비로소 궁극적인 철학적 기초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즉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은 모든 경험적 정신과학의 뿌리가 되는 토대이자 근본 개념과 전제를 제공하는 ‘보편적 정신과학’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보편적 정신과학으로서의 초월론적 현상학의 단계에 이르면, 일견 정신과학과 대립적인 것처럼 보였던 자연과학이 실상 인간이 취하는 특정한 관점, 즉 ‘자연주의적 태도’의 지향적 상관자인 정신적 구성물임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 후설은 초월론적 현상학을 수행함으로써 초월론적 현상학이 비단 정신과학의 토대일 뿐만 아니라 수학과 자연과학의 토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해명하였던 것이다. 정신과학에 억압과 굴종을 강요했던 자연주의나 실증주의는 실상 정신적 존재인 인간이 세계를 다양한 모습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초월론적 주관으로서의 자신의 본성을 망각한다는 조건하에서만 타당한 것으로 드러나는 상대적인 진리였을 뿐이다. 오히려 후설의 현상학이 드러낸 보편적으로 타당한 절대적인 진리는 인간 의식의 본질인 ‘지향성’ 그리고 초월론적 주관에 의한 세계의 ‘구성’이라는 사태다. 따라서 학문의 체계를 올바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문의 토대가 되는 이 근원적인 지점까지 천착하여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후설 현상학은 그 바탕에 궁극적 토대인 초월론적 현상학이 있고, 그 위에 생활세계의 현상학과 현상학적 심리학이, 그리고 그 위에 다시 경험적 정신과학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정신과학의 대상 영역을 확보하고 방법론을 모색하는 문제로 등장했던 것이 실상 궁극적으로는 ‘주관성’을 해명하는 문제로 귀결됨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정신적 존재인 타인과 사회적-문화적-역사적 세계를 다루는 정신과학이 탐구해야 하는 본령은 초월론적 주관에 의한 세계 구성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