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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다움 (영유아 교사를 위한 인성 지침서)
저자 : 최명희
출판사 : 공동체
출판년 : 2016
ISBN : 9788963529622
책소개
머리말
나를 보다
01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생각
02 교사의 타고난 본성
03 외로운 성장
04 관용과 배려가 있는 교실
05 받아보아야 줄 수 있는 것이 사랑
06 힘들어도 견딜만한 이유
07 오늘
08 학부모를 대하는 품격 있는 태도
09 앞치마
10 교사의 인성이 필요한 이유
11 요즘 세상이 바라는 인재
12 있어야 할 곳에
13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14 자기 감정을 소중이 다루기
15 공부가 필요하다
16 코메니우스
17 유치원과 어린이집
18 애국하는 길
아이를 보다
19 아이
20 마음그릇
21 너그러움
22 초서(?書)
23 작은 씨앗
24 나무의 옹이와 결
25 공짜로 얻는 것
26 글자와 수학의 공통점
27 놀이에 몰입하는 아이
28 날씨
29 세 살 버릇
30 7번방의 기적
31 청출어람
32 공평한 편애
33 내성적인 아이
34 말을 안 듣는 아이
35 몇 세반
36 understand
마주보다
37 공감의 힘
38 거울
39 기다림
40 ZPD: 상호작용의 미묘한 경계
41 갑이와 을이
42 교사다운 말
43 하루도 거르지 않고
44 그래그래 선생님
45 지혜로운 훈육
46 소소한 약속
47 사랑의 현재진행형
48 무엇을 물어볼까
49 실수를 덮어주는 사랑
50 못 본 척
51 예측 가능성
52 칭찬의 딜레마
53 미소의 힘
나누다
54 새로운 창조하기
55 버킷 리스트
56 언어와 사고의 연결
57 흥미영역
58 듣는 연습
59 활동의 도입
60 낭만적인 장소
61 동화를 들려주는 이유
62 동화의 제맛
63 동극의 제맛
64 유쾌 상쾌 통쾌
65 대답의 기회 공평하게 주기
66 더 중요한 것은 함께한다는 것
67 등원, 반가움을 나누는 시간
68 정리정돈, 배려하는 시간
69 낮잠, 보약같은 시간
70 식물이 있는 교실
71 따뜻한 밥상
72 빈둥빈둥 캠프
73 잘 먹고 잘 사는 법
74 두 사람 관계, 척 보면 압니다
75 학부모와 따뜻하게 소통하기
76 애국심이 발휘되는 순간
77 앗, 이러진 말자
맺는말
목차
영유아 교사로서,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나는 오랫동안 영유아 교육과 관련된 일을 했다. 10여 년간 유치원 교사였고, 아들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한 채’ 우리 반의 아이였던 적도 있었다. 수년간 어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기관을 운영하면서 모국어와 사고력 발달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를 만나고 어린이집을 돕는 일도 오랫동안 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어린이집 교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전작인 『아이와 통하고 싶다』에서는 교사와 아이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2년간에는 영유아 교사의 인성과 윤리교육에 관한 일을 하면서 ‘교사다움’에 대한 정의를 찾게 되었다. 교사다움이란 교사로서의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답게 사는 일이 사람의 본성에 맞게 사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었다. ‘잘 가르치는 방법’만 알아서는 좋은 교사가 될 수 없다. ‘잘 사는 방법’을 알아야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
영유아기는 생애에서 가장 극적인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수백 번을 넘어지면서 마침내 걷게 되고, 울음이 유창한 언어로 발달하는 시기이다. 다 크고 나면 그 위대한 학습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린 아이를 가르치고 돌보는 일이 어렵다. ‘내가 세 살 때 이렇게 말을 배웠지, 네 살 때 이렇게 친구와 노는 법을 배웠지’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항상 낯설다. 자기도 거쳤던 과거이지만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린 아이를 가르칠 사람은 공부가 필요하다. 까맣게 잊어버린 자신의 과거와 만나서 이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고, 위로하고 안아주는 것이 영유아의 교사이다.
교사는 교사다워야 한다. 무수한 관계 중에서 교사와 제자로 만난 관계는 특별하다. 교사는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도록 허락받은 존재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교사는 자신으로 인해서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이다. 소소한 말과 행동이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교사이다. 마치 각도와 같아서 처음에는 조금 벌어진 듯 보이지만 그 각의 방향에 따라 한없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교사다움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포함한다. 교사라는 직무의 기본 윤리, 책무성, 직업적 의무, 학문적 이론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아는 것을 교실 안과 밖에서 실제로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이 ‘행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이루어져야 교사다움은 완전해진다. 아는 것을 행하지 않거나 행한 것을 돌아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교사가 사람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사람인 것처럼 교사 자신이 성장을 멈추지 않는 것이 교사다움이다.
아버지의 초서(?書)가 이번 글쓰기의 마중물이 되었다. 초서(?書)는 일생 독서와 사색에 침잠해 오신 아버지가 귀감 되는 글을 모아 적은 기록장이다. 아버지는 공자의 논어, 맹자, 노자 도덕경, 중용 등 옛글과 책 속의 명문(名文)을 가지런히 옮겨 적으셨다. 위중한 병환을 얻으신 어느 날 감격스럽게 초서를 나에게 물려주셨다. 작은 수첩에 한자와 한글, 영어가 뒤섞여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마치 밤하늘의 무수한 별처럼 글자 하나하나가 힘이 있고 반듯했다. 아버지의 필체를 차례차례 읽으면서 나는 살아가는 지혜와 교사다움이 한 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자의 인(仁)은 자기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을 예의롭게 대하는 길이니 그것이 바로 교사의 마음과 같다. 중용의 도(道)가 상황에 따라 마음자리의 중심을 잡으라는 것이니 이 또한 교사에게 마땅한 도리이다. 노자 「도덕경」에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일과 같다’라는 글이 있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자주 뒤집으면 살이 부서지고 적당한 때 뒤집지 않으면 바싹 타서 먹을 것이 없어진다. 하물며 군주가 큰 나라를 다스릴 때에도 생선을 굽듯이 지켜보고, 기다리고, 적당한 때를 알아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이와 다를 바 없다.
글의 군데군데 공자 왈 맹자 왈이 섞여 있는 것은 아버지의 초서에서 베껴온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노력이니 표절과는 다른 것이리라. 피아제, 비고스키가 가끔 등장하는 것은 나의 얕은 지식을 끼워넣은 것이다. 교사들이 교실에서 번민하고 고뇌하고 갈등하는 것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기 위해 동서고금을 동원해 보았다. 직조하듯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가로세로로 엮었다.
이야기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 보았다. ‘나를 보다’에서는 자신을 돌아보고 교사됨의 지혜를 얻어가는 과정에 필요한 글을 담았다. ‘아이를 보다’에서는 영유아를 이해하고 공감해서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글을 담았다. ‘마주 보다’에서는 교사와 아이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담았고, ‘나누다’에서는 교수실제에서 벌어지는 실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교사의 이런저런 생활을 담았다.
영유아 교사가 될 예비교사, 이제 막 시작한 초임교사, 앞으로 더 넓게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영유아 교사가 이 글을 읽고 힘을 얻기를 바란다. 무척이나 부족한 졸고이지만 이 책이 현직에 있는 교사들에게는 잠시 돌아보는 거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예비교사들에게는 첫 단추를 잘 끼우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몸에 좋지만 입에 써서 삼키기 어려운 알약에 당의정을 입히듯이 무거운 이야기도 가볍게 썼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꿀꺽 삼키면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여러분이 더 이상 자신의 실수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교사는 이미 성장을 마친 완전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땅의 영유아 교사들을 유일한 독자로 여기며 글쓰기에 전념하는 한 사람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듯이 이 글을 만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의 아버지께 감사하며 이 글을 닫는다. 높이 뻗어 자라지 말고 가지를 넓게 드리우며 천천히 자라라고 하시며, 들숨과 날숨의 조화로운 리듬을 배우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신 아버지가 이 글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고 늘 미안해 하셨지만 아버지의 따뜻한 지성은 나의 사고 안에 머물러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정성스러운 삶은 다른 사람의 삶에 영원히 살아 있다는 지혜를 주셨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그 지혜를 나누고 싶다.
2016년 여름
저자 최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