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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 (작가의 내면 세계로 떠나는 시간 여행)
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 (작가의 내면 세계로 떠나는 시간 여행)
저자 : 정철훈
출판사 : 삼인
출판년 : 2018
ISBN : 9788964361405

책소개

분단 시대 문학의 불구성을 극복하는 의미 있는 탐사와 그 기록
생몰연대 괄호를 풀어낸 근대작가들의 조우와 반목의 순간을 찾아서
이 책은 박람강기의 치열한 탐사 저널리즘 정신을 문학에 적용하며 의미 있는 역작들을 쏟아내고 있는 작가 정철훈이 한국의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31인의 비사와 일화를 꼼꼼하게 탐문하고 정리한 기록문학 작품이다. 『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오렴아』를 통해 저자는 분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한국문학의 불구성을 극복하기 위해 총체성을 지향하는 다원주의의 관점에서 경계와 방위를 포괄하며 한국문학의 중요 인자들을 섬려하게 탐방하고 그것을 실증적으로 기록한다. 이는 강제된 디아스포라와 탈주, 유배의 경험을 한국문학사 안에 온전히 채록하는 의미 있는 하나의 사역 작업이다.

저자는 생몰연대 괄호 안에 갇힌 작가의 삶을 찾아 기꺼이 길을 떠난다. 괄호를 풀어내는 순간 그들은 다시 살아 움직여 종로 어디쯤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잔을 기울인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근대라는 시기의 특성상 작가는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쉬이 발을 담글 수 없었는데, 해방 후 남북이 갈라져 문인들은 남과 북의 입장에 따른 이념이라는 잣대로 다시 한 번 휘둘린다. 경계의 시대에서 문인으로 산다는 것은 온전한 개인이 될 수 없음, 개인의 소외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그들의 평가는 숙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근대를 살아간 그들의 만남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근대라는 시기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김우진과 조명희, 김수영과 박인환, 이용악과 조장환, 파블로 네루다와 이태준, 정지용과 길진섭, 김동리와 서정주, 윤동주와 정병욱, 최서해와 김사량, 최석두와 정추, 전혜린과 이덕희, 이성부와 김훈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문인들의 교유와 애환은 문학사의 비경이자 문단이면사라 할 수 있다. 그들을 가둔 생몰연대 괄호를 풀어보자.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낸 문인들의 조우와 반목의 순간을 들어보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저다병, 뇌일혈, 아편 음독설, 복어알 음독설까지 - 소월의 사인은 무엇을 말하는가?
소월 김정식(1902-1934)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견이 분분하다. 소월의 오산학교 은사인 김억은 소월의 사인을 <조선중앙일보>를 통해 저다병과 뇌일혈이라고 밝혔고, 소월의 3남 정호 씨는 어머니 홍단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전하며 아편에 의한 중독이 아버지 소월의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이설은 1995년 귀순한 북한 작가 장 모 씨의 증언이다. 그에 따르면 소월의 사촌형제로부터 들은 얘기로 복어알 안주를 먹고 자살했다고 전한다. 수많은 이설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며 소월의 죽음은 타살이라는 가정 아래 만든 연극도 공연된 바 있다. 소월의 죽음이 병에 기인한 건지 자살인지 타살인지가 왜 그토록 중요한 걸까? 근대시의 형성 과정에서 한국적 서정시를 확립한 소월이 나약하고 순정한 사람만은 아니었다라고 평가하고 싶은 걸까. 어디까지나 이성이 감성보다 앞선 총명한 사람인데 왜 자살을 했겠냐고 말하고 싶은 걸까. 소월의 죽음을 일제의 암울한 식민통치에 대한 실존적 저항으로 규정하려 해도 그것이 비겁한 현실도피이지 어떻게 저항운동이 될 수 있느냐고 주장하고 싶은 걸까. 한국의 근대는 민족적 현실에 대한 비극적 인식이 가로놓여 있다. 소월의 죽음이 그 무엇이 됐든 이토록 이견이 분분한 것은 근대를 살아간 작가의 행보는 개인의 행보로만 한정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에는 소월에서 시작해 31명의 작가의 삶과 문학의 뒷이야기가 실려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뒷이야기에서 우리는 작가의 섬세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이 그려지고 영상이 떠올라 독자는 어느새 그 영상 안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가 없었다면 나도 없다. -김수영과 박인환, 그리고 오장환
오장환이 운영한 남만서점은 이름도 괴상하지만, 서점 진열장에 놓인 흰 토끼털 위에 보들레르 시집 원서가 놓여 있고, 벽에는 에드거 앨런 포우의 사진과 이상의 자화상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서정주가 <화사집>으로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오장환의 넉넉한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화사집> 출간 후 다시 현해탄을 건너간 오장환 덕분에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박인환이 마리서사라는 고서점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시인으로서 마리서사의 경영인으로서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박인환은 연극연구회를 계기로 김수영과 만난다. 모더니즘을 주도한 박인환과는 대조적으로 김수영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박인환에 대한 김수영의 콤플렉스가 발생하는 순간이다. 죽은 박인환에 대한 김수영의 가열한 공격은 거꾸로 그의 박인환 콤플렉스가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죽은 박인환에게까지 증오의 말을 쏟아낸 김수영이지만 김수영 문학은 박인환 없이는 불가능했다.

얽히고설킨 당대의 작가들을 하나하나 ?아 실타래를 풀어내는 문학 탐사 저널리즘
저자의 탐사는 신문이나 문집, 편지 등 기록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록물뿐만 아니라 생존해 있는 가족 김수명(김수영의 여동생). 김현경(김수영의 부인) 등을 직접 찾아가 김수영을 취재한다. 카자흐스탄으로 망명한 작곡가 정추를 취재하면서 그의 회고 중 파블로 네루다와 이태준이 만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북경에서 열린 ‘아시아작가좌담회’에서 북한 대표로 참석한 이태준과 네루다가 조우하는 순간이다. 단서는 여러 곳에 있다. 1936년 8월 조선의 장맛비에도 저자의 상상력은 움직인다. 김산에게 조선의 태풍을 겪었다는 님 웨일스의 얘기 속에서 1936년 8월 큰 인명피해를 야기한 태풍 때 경성에 있던 님 웨일스와 김산이 아닌 이상이 어쩌면 종로 어느 뒷골목에서 옷깃을 스쳤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그저 상상일 것 같은 우연이지만 우연이 역사를 만드는 경우는 허다하다. 윤동주의 후배 정병욱의 어머니가 아들이 부탁한 짐을 일제의 공출로부터 지키지 못했다면 윤동주의 시집은 빛을 볼 수 없었다. 작곡가 정추가 아니었다면 최석두의 시는 우리에게 알려질 길이 없었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작가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디에서 희망을 찾았는가?
젊은 시절을 식민지와 전쟁과 분단의 역사 속에서 보낸 근대 작가와 더불어 분단 이후 4.19혁명, 군사독재와 광주항쟁을 겪은 당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학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미처 말하지 못한,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찾아간다. 이 탐사는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나 1997년 《창작과비평》에 「백야」를 발표하며 등단한 저자가 자신이 살아온 길 탐사이기도 하다. 시간은 흘러 근대를 지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인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대에 들어선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비극의 한편을 지나가고 있고, 여전히 작가는 다음 세상의 꿈을 꾸며 희망을 쫓고 자유를 추구한다. 여운형의 6촌 여동생과 결혼한 마지막 카프 시인 이기형은 2005년 남북작가대회로 북한에 가 한국전쟁 때 북에 두고 온 딸을 만나 눈물을 흘린다. 적화에 대한 불안으로 도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손창섭,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남북작가회담을 추진하며 버스를 타고 판문점으로 향한 천승세, 미국을 폭력적인 지배자로 그렸다고 중앙정보부에 체포, 해방 이후 최고의 필화사건으로 기록되는 <분지>의 남정현, 광주가 고향임을 감당할 수 없던 이성부, 6월항쟁의 열기를 증거한 르포문학의 기수 박태순, 상처 안에 들어가 비로소 자유로워진 송기원, 현존 최고의 러시아 작가로 꼽히지만 한국인의 혼이 들어 있는 아나톨리 김에 이르기까지 직접 찾아가 작가를 통해 문학의 시대정신을 읽는다.

문학아, 너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
정지용은 한겨울 귀가 얼어 붉은 앵두처럼 터질 듯한 모습으로 집안으로 들어온 화동 추월이의 귀가 방 안의 더위로 가시자 아쉬움에 이렇게 말한다. “추월아 너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 저자는 툭 던진 이 한마디에 문학적 영토의 회복 가능성을 발견한다. 귓불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영하 30도의 북방으로 우리 문학이 회귀해야 한다는 일종의 각성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점점 잔망해지는 우리 문학의 영토적 협소를 타개할 전망은 요원하다. 문학의 규모와 깊이는 확실히 영토적 문제이다. 문학사 백년 풍경이라고 해봤자 대부분 남방문학 백년으로 귀착될 뿐, 북방이 그립다. 북방은 회복되어야할 우리의, 우리 문학의 영토이다. 문학사 백년 풍경의 완성을 위해, 나아가 새로운 백년의 초석을 놓기 위해 압록 건너 두만 건너 북방대륙을 바람처럼 떠돌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현실은 모래처럼 부서져 내리지만 과거는 더 이상의 진행을 멈춘 하나의 완전체이다. 그 완전체를 이리저리 궁굴리며 만져보는 과분한 호사는 이제 독자의 몫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머리말

1부
소월의 사인을 둘러싼 이설
미당과 『화사집』
오장환과 남만서점
박인환과 마리서사(상)
박인환와 마리서사(하)

2부
김수영의 여인들
김수영 가의 사람들
①누이 김수명
②미망인 김현경
오장환과 모스크바 볼킨병원
번역의 귀재 ‘부평삼변’

3부
파블로 네루다를 만난 이태준
정지용과 길진섭의 「화문행각」
장맛비가 들려주는 님 웨일스와 김산과 이상
백석이 가만히 좋아했던 여인
경주에 대한 동리와 미당의 실감
루마니아를 방문한 말년의 이용악
전설이 된 윤동주와 정병욱의 우정
최석두 시인에 대한 피맺힌 증언
김우진의 죽음과 조명희의 망명
만주의 흙바람과 마주한 최서해와 김사량

4부
손창섭의 도일과 불귀
삼천 원이 없어 시인이 된 박재삼
고향에서 잠들지 못한 시인 이성부
마지막 카프 시인 이기형
소설가 천승세와 출생의 비밀
「분지」의 작가 남정현
르포문학의 기수 박태순
송기원의 가을
전혜린과 이덕희
아나톨리 김과 푸른 여치의 비유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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