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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꿈
저자 : 임상현
출판사 : 평민사
출판년 : 2015
ISBN : 9788971156117
책소개
지금은 해운대 신시가지 아파트촌으로 변해버린 해운대 중 1동 산 00번지 일대는 당시 수백 가구가 개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살고 있었는데 대문도 없이 미닫이문이 고작이었다.
나는 시골보다 못한 도시의 모습에 신기한 듯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방안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사다리가 있고 그 안에는 다락방이 있었다. 나와 같은 또래였던 사촌은 나의 팔을 잡고 그곳으로 이끌었다.
산동네에는 한때 같은 고향마을에 씨족을 형성해 살았던 친척들이 이사를 와 띄엄띄엄 정착해 살고 있었다. 나는 가끔 묘사 때나 집안의 큰 행사로 고향을 다녀가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나들이에는 시골에서 볼 수 없는 좋은 옷을 입고 다녀와 도시에서 제법 성공한 줄 알고 있었는데 막상 대하고 보니 사실과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씁쓰레했다. 결국 나는 동경해오기만 했던 도시의 실체를 그곳에서 적나라하게 보았던 것이다.
그 후 나는 해운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산동네에 살았던 친척들 덕분에 자주 산동네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나를 나름대로 귀여워해 주던 사촌누나는 당시 수출용 와이셔츠를 제조하는 봉제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방문할 때마다 공장에서 일어난 자잘한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들려주곤 했다. 그때 지켜본 산동네의 풍경과 일상들이 소재가 되어 책으로 내게 되었다.
요즘 어렵게 사는 사람은 더욱 어려워지고 부자만 부자로 대물림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하는 사람도 많다. 온 세상이 환히 드러나는 대명천지에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들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희망과 꿈을 가지면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고 꿈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자신이 잘 되고 못되고는 꿈을 가졌느냐 아니냐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비록 소설이지만 이 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달래주는 단비나 청량제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 머리말 중에서
이사 온 첫 날 설렘에 잠을 설친 양례는 이슬이 마르기도 전에 그렇게도 꿈꾸던 자기만의 정원 돌담에 앉아 무심히 정원을 바라다보았다. 바로 그때 발밑으로 뭔가가 꼬물거렸다. 느린 걸음으로 등에는 자신의 몸무게만큼이나 되는 집을 짊어지고 느릿느릿 버겁게 기어가고 있는 달팽이였다. 순간 양례의 눈가에 이슬이 촉촉이 맺혔다. 자신의 삶도 달팽이의 삶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는 삶이었다. 하지만 그런 삶도 살다 보면 다 이런 때도 오는구나 하는 감격의 눈물이었다.
목차
지금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대열에 설 만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그 이면에는 그 고난의 지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쉴 새 없이 땀을 흘린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그 바탕에 녹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산업이 막 불붙기 시작한 70~80년대에 정부의 수출정책에 발맞춰 산업현장에서나 봉제공장에서 소위 공순이라 불리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오빠나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야 했던 삶이 버거운 우리들의 누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시골에서 순박하게 농사를 짓던 농부의 딸이었다.
이 소설의 배경도 70~80년대이다. 경남의 한 시골에서 중학교를 겨우 졸업한 민복이 부산으로 먼저 와 봉제공장에 다니고 이어서 도시에서의 성공을 꿈꾸며 가족들이 해운대의 한 산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생활은 꿈꿨던 만큼 희망적이지 못했다. 민복의 아버지 동출은 나이가 많고 기술이 없어서 정식으로 취직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참 불기 시작한 건축현장에서 겨우 잡부생활을 하게 되고, 동출의 아내 양례는 해운대 시장 통에서도 시장번영회 간부의 눈치를 보며 여기저기 쫓겨 다니며 떡 행상을 시작한다.
그 힘든 상황에서도 정식기술자로 되어 잘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가졌던 동출은 건설공사현장에서 그만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그때부터 가족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면서, 그 힘든 시간들을 이기고, 결국은 희망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혹시 당신은 지금 삶에 지쳐 있는가? 아니면 그저 아무런 희망도 없이 무력감에 빠져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면서 지내고 있지는 않는가? 상황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일수록 이 소설은 당신에게 삶의 활력을 찾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데 더욱 진가를 발휘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