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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과 항주의 세 선비
저자 : 김명호
출판사 : 돌베개
출판년 : 2020
ISBN : 9788971999653
책소개
조선 근대화의 여명기에 홍대용의 북경 기행이 있었다
홍대용의 북경 기행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지금으로부터 250여 년 전 조선 선비 홍대용(洪大容, 1731~1783)은 장장 6개월에 걸친 북경 여행길에 오른다. 일평생 조선을 벗어나지 못했던 대다수의 조선인들에게 세계 문명의 중심지 북경을 관광한다는 것은 이루기 힘든 꿈이었다. 홍대용은 천금 같은 기회를 얻어 북경을 다녀왔고, 자신의 진기한 견문을 『연기』(燕記), 『간정필담』(乾淨筆譚), 『을병연행록』이라는 3부작의 여행기에 담아 세상에 전했다.
북경 여행기를 통해 홍대용은 전성기를 누리던 건륭제 치하 청 제국의 발전상을 꼼꼼히 관찰하고 생생하게 보고했다. 아울러 항주(杭州, 현 저장성 항저우시) 출신의 비범한 세 명의 선비인 엄성(嚴誠)·반정균(潘庭筠)·육비(陸飛)와 나눈 학문적 대화를 『간정필담』에 소개했다. 그리하여 그의 여행기는 당대는 물론 19세기 이후에도 널리 읽혔고, 김창업의 『연행일기』,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더불어 조선의 3대 연행록(燕行錄)으로 손꼽혔다.
홍대용의 북경 여행은 그의 삶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그의 주위에 모여든 박지원·이덕무·박제가 등 오늘날 ‘북학파’(北學派)라 일컫는 인사들에게도 매우 깊은 영향을 끼쳐 ‘북학사상’의 탄생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북학파 인사들은 홍대용의 여행기를 탐독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자극받아 잇달아 북경 여행에 나섰고 『북학의』 『열하일기』 등의 빼어난 저술을 통해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배우자고 역설했다.
이렇게 볼 때, 홍대용의 북경 여행기를 새로 읽는다는 것은 홍대용이라는 인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물론이요, 조선이 근대문명을 접하고 근대화로 서서히 첫발을 내딛던 시기 일군의 학자들 사이에서 구가되던 북학사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업이 된다. 하지만 종래의 연구에서는 홍대용의 사상 발전에 북경 여행이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정작 그의 여행기는 제대로 연구되지 못하고 피상적인 논의에만 머물렀다. 이 책은 3부작 여행기 전부를 대상으로 하며(이본 포함) 면밀한 텍스트 연구를 기초로 해서 홍대용의 북경 여행기를 완전히 새롭게 읽었다.
한국사에서 근대를 거시적 관점으로 보면 250여 년 전 홍대용의 북경 여행은 그리 먼 옛날이 아니다. 청나라가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굴기하고 서양 열강이 선교사를 앞세워 동아시아 침략을 개시하던 그 무렵, 조선에는 거대한 시대적 전환을 예감하고 그 대책으로 사회 개혁과 사상적 혁신을 고민한 지식인들이 있었다. 홍대용은 이 시기의 선각자 중 한 사람이다. 근대화의 여명기로부터 오랜 암중모색과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의 한국 사회가 형성되었다고 본다면, 홍대용의 북경 여행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은 현대 한국 사회의 형성 과정을 살피는 작업이 될 것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서론
1부 여행에 나서기까지
1장 가문과 학업
남양 홍씨 명문가의 자제 / 성리학자 김원행의 애제자
2장 부친 홍역의 임지에서
부친의 지방관 활동 / 부친의 유배와 은거
3장 농수각의 혼천의
노학자 나경적과의 만남 / 혼천의 제작과 개량 / 수촌 은거 시절
2부 청 제국의 수도에서
1장 을유년 동지 사행
친지와 우인들의 송별 / 압록강 너머 북경까지
2장 천주당과 서양 천문학 수용
천주교 남당 방문 / 천주교 동당과 관상대 탐방 / 천주교 탐문
3장 유리창과 당금 연주법 습득
흠천감 관원 장경의 점포 방문 / 태상시 악관 유생의 점포 방문
3부 항주 세 선비와의 교유
1장 절강 향시의 급제자
항주 선비와의 운명적 만남 / 을유년 절강 향시와 세 선비의 주권
2장 호탕한 선비 육비
불우한 시인이자 화가 / 주자학파에 비판적인 학자
3장 고결한 선비 엄성
짧은 생애와 폭넓은 교유 / 다재다능한 문인 학자
4장 명랑한 선비 반정균
입신출세를 지향한 재사 / 시서화와 불교 심취
5장 문제적 인물 오영방
명나라 유민의 기풍을 계승한 학자 / 옛 항주의 고상한 선비들
4부 존명 의식과 우정론
1장 『감구집』과 김상헌의 한시
『감구집』을 통해 깊어진 우정 / 김상헌의 시가 『감구집』에 실린 사연 / 왕사정과 『감구집』에 대한 뜨거운 관심
2장 만촌 여유량에 대한 관심
여유량과 그의 저술 탐문 / 여유량에 대한 국내의 관심 고조 / 여유량과 홍대용의 사상적 영향 관계
3장 명나라 의관 제도 계승론
청나라 의관 제도 관찰 / 의관 제도에 관한 토론 / 조선 여성의 복식 개혁 추구
4장 화이 차별을 초월한 우정
존명 의리에 대한 공감 / 세 선비의 처신에 대한 충언 / 최후의 작별 편지
5장 청 황족과의 특이한 사귐
왕자 ‘양혼’의 정체 / 청나라 왕자의 각별한 환대 / 빈번한 서신 교환과 서양 시계 선물 / 만주인과 우정을 맺게 된 이유
5부 사상적 변화
1장 청 제국의 발전상 관찰
강희제와 청조 통치 예찬 / 시장·수레·선박 / 건물·도로·성곽·벽돌 / 편리한 일용 기물들 / 청나라의 무기와 악기
2장 북학사상의 태동
청 문물의 공통 특징 / ‘대규모 세심법’과 『주례』 / 청 문물 수용의 논리
3장 조선에서 온 ‘성리학 대가’
청나라 학풍 탐색 / 육비와의 양명학 토론 / 엄성과의 주자학 토론
4장 새로운 고증학풍의 충격
건륭 시대 고증학의 한 중심지, 항주 / 주자의 시경학에 대한 비판과 반론 / 최종 토론과 홍대용의 총평 / 주자의 주역관에 대한 이견
5장 고증학풍에 대한 반향
귀국 후 홍대용의 대응 / 이덕무의 적극적 관심 / 박지원의 개방적 자세 / 고증학 수용의 한계
결론
미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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