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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년 : 2009
ISBN : 9788972754381
책소개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범인, 당신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겠는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펼치는 궁극의 추리 게임.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례적으로 이십 년 넘게 애정을 쏟으며 성장시킨 캐릭터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 냉철한 머리, 뜨거운 심장, 빈틈없이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을 쫓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는 형사 가가 교이치로. 때론 범죄자조차도 매료당하는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제일인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손에서 태어나, 그의 작품 속에서 20년 넘게 성장해왔다.
끔찍이 사랑하는 여동생의 시체를 발견하는 형사. 타살임을 직감한 오빠는 증거를 은폐하면서까지 복수를 맹세하고, 가가는 그를 막기 위해 달린다. 용의자는 둘. 범인은 옛 애인인가? 친구인가? 사건 자체는 다소 심심하게까지 느껴지지만, 분노에 불타오르는 오빠와 그를 막으려는 가가 형사, 그리고 두 명의 용의자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는 시종일관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소설은 범인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채 끝이 난다.
목차
‘내가 죽으면 아마 가장 좋을 거 같아.’
그 말을 듣고 오빠는 분명 깜짝 놀랐을 것이다. 못할 소리를 했다고 소노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솔직한 심정이었다.
준이치든 가요코든 둘 중 누군가-.
소노코는 불길한 상상을 했다. 둘 중 누군가 나를 죽여준다면 좋을 텐데, 라고.
그때였다.
현관 차임벨이 울렸다. --- p.36
온몸의 피가 수런수런 들끓기 시작했다. 조금 전 소노코의 죽음을 확인했을 때와는 질이 다른 감정의 동요가 그의 몸을 서서히 지배해나갔다. 그러면서도 정신은 이상할 만큼 냉정했다.
우뚝 선 채로 야스마사는 이제부터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냉철한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는 지극히 짧은 순간에 수많은 것을 상정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결단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결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pp.49~50
타살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야스마사는 자신의 손으로 범인을 밝혀내기로 결심했다. 세상에는 내 손으로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이건 결코 남의 손에 맡길 일이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에게는 누이의 행복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빼앗긴 분함은 범인이 체포되는 정도로는 결코 가라앉힐 수 없었다.
범인을 밝혀낸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에 대해서도 실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아직 그쪽으로 생각을 굴리고 있을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선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 p.91
당신을 믿는다, 라는 그의 말은 단순히 형식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도 말했듯이 정말로 야스마사의 복수를 저지할 마음이라면 현 시점에서도 얼마든지 손을 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하지 않는 건 분명 야스마사의 이성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고 야스마사는 생각했다. 그 형사는 아직 젊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좀 더 추하고 비겁하고, 그리고 약하다. --- p.265
야스마사는 손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두 개의 스위치는 손바닥에서 흐른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야스마사는 다시 한 번 두 개의 스위치를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렸다. 츠쿠다 준이치와 유바 가요코의 충혈된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차마 소리도 내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이윽고 그는 한쪽 스위치를 던져버렸다. 남은 것은 범인의 몸에 연결된 스위치였다.
“이즈미 씨!” 가가가 외쳤다.
야스마사는 가가를 빤히 쳐다보고 그러고는 범인의 얼굴을 응시했다. 스위치에 손가락을 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