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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희망무역
공정무역, 희망무역
저자 : 김정희
출판사 : 동연(와이미디어)
출판년 : 2009
ISBN : 9788985467735

책소개


사람 사는 도리를 저버리지 않는, 공정무역

이 책은 생명여성주의와 지역여성운동에 천착해 온 김정희 한국여성연구원 객원 교수가 국내에서 아시아로 시야를 넓혀 아시아의 여성 공정무역의 현장과 의의를 엮어낸 책으로 아시아 여성들의 '사람 사는 도리를 저버리지 않는' 공정무역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과 공정무역 사업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수집하였으며, '신자유주의 경제적 세계화'라는 패권적 패러다임에 맞서는 '희망의 거래'인 공정무역과 아시아 공정무역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공정무역은 불평등에 대항하는 무역이지만, 인종과 성별을 둘러싼 불공정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아시아와 아시아 여성의 공정무역 참여 경험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을 여성주의적 관점, 생명주의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생산지의 토털 복지 실현을 꿈꾸는 일본 '네팔리 바자로', 공정무역 옷으로 유럽에 진출한 '피플 트리' 등 공정무역의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고 있으며, 여성 생산자를 중심으로 한 공정무역에 대한 보기 드문 연구서이다.

목차


희망을 키우는 씨앗, 공정무역

아시아 여성들의 ‘사람 사는 도리를 저버리지 않는’ 공정무역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생명여성주의와 지역여성운동에 천착해 온 김정희 한국여성연구원 객원 교수가 국내에서 아시아로 시야를 넓혀 아시아의 여성 공정무역의 현장과 의의를 엮어냈다. 발로 뛴 연구를 통해 현장 활동가들과 공정무역 사업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아시아 공정무역의 현 주소를 짚어내고 있으며, 공정무역이 ‘신자유주의 경제적 세계화’라는 패권적 패러다임에 맞서는 ‘희망의 거래’가 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공정무역으로 아시아 생명경제를 잇다

아시아는 신자유주의의 빈곤화가 가장 절망적으로 드러난 지역이다. 그래서일까, 아시아에서 공정무역이 던져 주는 한 가닥 희망의 빛은 ‘상생과 호혜의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가능성에 더욱 실질적인 대안으로 다가온다.
1940년대 공정무역이 시작된 이래, 공정무역에서도 백인 거대 자본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공정무역 연구 역시 남성 학자들의 구미와 아프리카, 남미에 중점을 둔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 저자는 공정무역이 불평등에 대항하는 무역인데 인종과 성별을 둘러싼 불공정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아시아와 아시아 여성의 공정무역 참여 경험을 중심에 두고 공정무역의 생생한 현장을 여성주의적 관점, 생명주의의 관점에서 보고하고 있다.

농민들을 자살로 모는 ‘죽음의 씨앗’과
농민 생존권을 수호하는 ‘희망의 씨앗’

‘무엇을 먹을까?’의 문제는 유기농 열풍, 생활협동조합 등의 활동과 함께 ‘착한 음식’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무엇을 입을까?’의 고민은 일본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공정무역은 제3세계 노동자를 착취하는 방식이 아닌 무역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맺어진 관계에서 ‘착한 옷’의 생산을 지원한다. 바로 패션과 공정무역의 만남인 것이다. 공정무역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천연 소재를 사용하여, 소규모의 전통적인 수작업을 존중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은 전통적인 수작업을 통해 만든 옷을 공정무역을 통해 판매함으로서 더욱 건강한 하루 두 끼 식사와 아이들의 학비를 마련하고 있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하루 12시간 폐쇄적인 공장에서 저임금과 복지 혜택 없이 일하는 ‘얼굴 없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의 마을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전통을 잇는 ‘얼굴 있는’ 장인 수공업자가 된다. 공정무역은 이렇게 얼굴과 사람이 있는 무역이다. ‘2008년 세계 공정무역의 날’에 발표된 인도의 유기농 면 생산의 의미에 관한 생생한 현장 활동가의 목소리와 유전자 조작(GMO) 종자가 농민들을 빈곤의 늪에서 자살로 몰아가는 것을 고발하고 ‘희망의 씨앗’을 통해 토종 종자를 지켜가는 인도의 종자운동에 대한 글도 ‘내 몸과 땅에 좋은 옷, 착한 옷’ 그 차제가 농민의 삶임을 들려준다.

생산지의 토털 복지 실현을 꿈꾸는 일본 ‘네팔리 바자로’,
공정무역 옷으로 유럽에 진출한 ‘피플 트리’

아시아 여성 중심 공정무역의 사례로 가까운 일본의 ‘네팔리 바자로’ 회사 이야기는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네팔리 바자로Nepali Bazaro’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네팔 상품을 수입 판매하며, 공정무역 상품 카탈로그 잡지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이 기업의 목표는 최대 이윤 추구가 아니라 생산지 지역 여성 농민과 그 가족들에 대한 ‘토털total 복지 실현’이다. 하지만 사업은 목적이 좋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맨발로 시작한 ‘네팔리 바자로’ 설립자 하루요 씨의 사업 성공기는 눈물겹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공정무역과는 다르게, 무역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네팔과의 무역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던져야 하는 일이었다.

1991년 네팔을 방문해 원조의 한계를 깨닫고 공정무역의 방식을 시작한 하루요 씨는 직원 1명에 자원 봉사자 2명, 남편과 딸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자신의 병으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면서도 공정무역 사업을 놓지 않았다. 현재에는 14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400여 가지 물품을 수입하여 일본 전역에 500군데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매출도 꾸준히 성장해서 2007년 말 매출액은 3억 엔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장은 일본의 ‘윤리적 소비자’ 층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무역 파트너인 네팔 쪽의 변화다. 네팔에서 변혁을 추구하는 엔지오 중에는 공정무역 회사로 전환한 예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네팔의 가장 큰 과제인 빈곤 극복을 원조 방식보다는 무역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네팔의 개혁지향적인 고학력 유학파 지식인들이 정부나 기업체가 아닌 엔지오나 공정무역 회사를 선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는 ‘네팔리 바자로’의 하루요와 네팔 공정무역 여성 활동가들의 리더십을 ‘생명 감수성, 시민성의 결합에 기초한 무위無爲의 리더십’으로 정의하며, 일본의 평범한 중산층 직장 여성이었던 하루요 씨의 공정무역가로서 인생 역정을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의 공정무역 회사인 ‘피플 트리People Tree’와 ATJ도 소개한다. ‘피플 트리’는 영국인 여성인 사피아 미니가 일본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일본에서 공정무역을 처음 시작한 ‘피플 트리’는 이제 유럽 공정무역 시장에서도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 저자는 일본의 공정무역 기업들을 돌아보며 현재 아시아 공정무역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내, 아시아 공정무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자리를 마련한다.

‘아름다운가게’ 커피에 이어 ‘페어트레이드코리아’
- 싹트기 시작하는 한국의 공정무역

국내에도 공정무역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3부에서는 공정무역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두레생협연합회’와 ‘페어트레이드코리아’를 소개하며 싹트기 시작하는 한국의 공정무역을 살펴본다. 저자는 네그로스 지역의 두레생협연합회의 공정무역을 3차 방문단으로 함께 참여하여 조사했다. 이른바 생태적 접근법을 통한 연구이다. 생산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잤으며, 그들의 아픔과 희망을 들여다보며 공정무역으로 하나가 되는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몸소 느꼈다. 이를 통해 가난한 자 중의 가난한 자인 아시아 여성 민중들이 공정무역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보며, 세계 무역 지도에서 작은 점에 불과한 공정무역이 대안 무역이 되는 이유를 발견한다. 바로 ‘그들이 느끼는 행복’이 증거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여성환경연대’의 산모 역할을 통해 탄생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공정무역을 ‘희망무역’으로 함께 칭하면서 착한 밸런타인데이 캠페인과 슬로 패션slow fashion, 유기농 면, 유전자 조작식품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와의 인터뷰는 ‘시민주식회사’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태동하고 있는 한국의 여성 대안 무역의 현재를 조명한다.

평화 운동가 임영신의 관계가 있는 공정관광 여행기

물건의 이동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동에도 소비와 눈요깃거리들로 채워진 관광이 아니라 ‘착한 여행’, ‘책임 여행’, ‘공정무역 여행’을 할 수 있다. 유엔과 국제 엔지오들에 의해 확산되고 있는 공정무역 여행은 여행 사업이 여행지의 탈 빈곤화에 기여할 수 있고, 여행지의 환경 보호와 현지민의 복지에 기여하는 ‘책임지는 여행’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평화 운동가 임영신의 공정관광 이야기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공정무역 상품을 사는 작은 행위가 저기 네팔과 인도에서 물결로 일어나 다다른다는 것을 느낀 체험을 이야기한다. 그 파동은 우리의 작은 행위들이 모여서 우리가 아는 것 보다 훨씬 크고 깊고 아름다운 기쁨과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물결이다.

이 책을 통해 하나의 물건이 우리 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눈에 그려진다. 공정무역은 바로 ‘얼굴이 보이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을 하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무역을 진행하는 사람들과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담았기에, 저자의 발길을 따라서 함께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활짝 피어나는 웃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연구서의 틀 벗어난 연구를 통해서 생산자들과 공정무역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희망의 물결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무역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국제공정무역연합’(IFAT)에 따르면, 2006년 총 거래액은 약 26억 달러에 이르고 공정무역으로 수입을 얻는 가구는 약 80만 가구, 5백만 명으로 추정한다. 공정무역 식품과 음료는 이 산업 부문의 세계 총 거래량의 0.01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윤리적 소비자’ 층의 확산과 함께 매년 50% 정도의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무역의 발전과 더불어 공정무역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은 구미 공정무역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커피, 바나나, 코코아, 오렌지 등을 중심으로 한다. 공정무역에 대한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남미ㆍ아프리카에서의 남성 생산자와 그 조직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남미의 커피 공정 무역에서 커피 생산자 여성은 극소수이고 전통적인 성 편견(gender bias)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 조합일수록 전통적인 젠더 불평등을 유지하는 경향은 심하고 새로운 조합에서 약간의 변화가 관찰되는 정도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에서 여성과 아동은 공정무역으로 인해 생활 향상의 사례로써 언급될 뿐이고, 여성 생산자가 중심이 되는 공정무역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남미ㆍ아프리카 공정무역의 연구가 실제 남성 중심 공정무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공정무역에서 아시아와 여성이 차지쿇는 비중은 높은 편이다. 2006년 말 239개의 IFAT 회원 조직 중, 아시아는 2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여성은 비농업 부문 공정무역 종사자 중 70%(2004년)를 차지한다. 그러나 아시아와 여성 중심 공정무역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 책은 공정무역의 성장과는 다르게, 아시아와 여성 중심 공정무역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풍토 속에서 이 주제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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