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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의심의 정치학
신념과 의심의 정치학
저자 : 마이클 오크쇼트
출판사 : 모티브북
출판년 : 2015
ISBN : 9788991195561

책소개

『신념과 의심의 정치학』은 마이클 오크쇼트의 The Politics of Faith and the Politics of Scepticism(Yale University Press, 1996)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오크쇼트가 사망한 후에, 그가 거주하던 도싯 해안의 통나무집에서 발견된 원고 뭉치를 편집해서 출판하였으며 집필 날자가 적혀있지 않으나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집필 시기는 1947년에서 1952년 사이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시기는 《합리주의 정치 비판》에 집성된 논설문들을 《케임브리지 저널》에 기고하던 시기와 겹친다. 논의되는 주제들 역시 여러 면에서 공통된다. 따라서 여러 편의 각기 독립된 논설문의 형태로 제시했던 착상과 성찰을 더욱 치밀하게 전개해서 하나의 모노그래프 형태로 담아내고자 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근대의 개막 이후 정치적 역사의 진행을 신념정치와 의심정치라고 하는 두 축 사이의 움직임으로 바라보는 시야는 이 책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독특한 내용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누가 통치할 것인가, 무슨 권위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보수주의 정치철학자, 다스림에 대해 말하다

1. 이 책의 출간 의미


이 책은 마이클 오크쇼트의 The Politics of Faith and the Politics of Scepticism(Yale University Press, 1996)을 번역한 것이다. 오크쇼트는 1951년 해롤드 라스키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런던 정치경제대학의 정치학 교수 자리에 취임하여 1968년 은퇴할 때까지 재직했다. 박식하고 우아한 화술로 많은 학생들에게 영감을 줬고, 깊이 있는 사유를 자극하는 많은 저술을 남겼으나 조용한 성품으로 생전에는 주로 영어 문헌을 읽는 지식인 사회에 명성이 국한되었다. 그가 30대 초반에 출판한 주저 『경험과 그 양상들Experience and Its Modes』(1933)은 초판 1,000부가 매진되기까지 30년이 걸릴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사후에 재조명되기 시작해 최근 20년 사이에 영어권 학계에서 오크쇼트에 관한 연구는 하나의 유행을 이루고 있다.
오크쇼트는 흔히 20세기를 대표하는 보수주의 정치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그의 성찰과 저술은 특별히 “정치”에 관한 철학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의미의 철학을 주제로 한다. 도덕, 역사, 정치, 교육 등 온갖 분야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사회적 활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인간의 행위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진술 가운데 참과 거짓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바람직한가에 관해 지성이 (즉, 철학이) 신뢰할 만한 답을 제공할 수 있는가? 오크쇼트의 저술을 관통하는 주제들은 이와 같은 철학 본연의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가 “정치철학자”로 흔히 분류되는 까닭은 무엇보다 (철학 교수가 아니라) 정치학 교수로 일했기 때문이며, 다음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케임브리지 저널』에 기고한 일련의 논설문들 때문이다. 「합리주의 정치 비판」, 「바벨탑」, 「보수적이라는 것에 관하여」를 비롯한 여러 편의 논설문은 1962년에 『합리주의 정치 비판Rationalism in Politics』이라는 제목의 선집으로 묶여서 출판되었다. 이 논설문들은 애틀리 수상의 노동당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오크쇼트가 현실 정치에 관해 가장 가까이 다가가 발언한 지점에 해당한다.
『신념과 의심의 정치학』은 오크쇼트가 사망한 후에, 그가 거주하던 도싯 해안의 통나무집에서 발견된 원고 뭉치를 편집해서 출판한 책이다. 집필 날자가 적혀있지 않으나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집필 시기는 1947년에서 1952년 사이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시기는 『합리주의 정치 비판』에 집성된 논설문들을 『케임브리지 저널』에 기고하던 시기와 겹친다. 논의되는 주제들 역시 여러 면에서 공통된다. 따라서 여러 편의 각기 독립된 논설문의 형태로 제시했던 착상과 성찰을 더욱 치밀하게 전개해서 하나의 모노그래프 형태로 담아내고자 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근대의 개막 이후 정치적 역사의 진행을 신념정치와 의심정치라고 하는 두 축 사이의 움직임으로 바라보는 시야는 이 책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독특한 내용이다.
한국어 번역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 이 책은 오크쇼트의 저술 가운데 첫 번째 한국어 번역본이다. 오크쇼트에 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첫 번째 한국어본이 『신념과 의심의 정치학』이라는 데에도 의미가 적지 않다. 그의 저술 중에서 정치의 문제를 직접 논의하고 있는 작품이며, 『합리주의 정치 비판』보다 적은 분량에 더욱 체계적인 방식으로 논지가 개진되고 있다. 둘째, 이 책에서 오크쇼트가 제시하고 있는 정치에 관한 성찰은 한국 사회의 정치의식에서 그동안 대단히 심각하게 간과되어 왔던 점들이다. 한국 정치에서 소통의 부족, 극심한 진영 분열과 그러한 분열을 부추기는 이분법적 사고방식, 정치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성급한 실망, 그리고 기대와 실망의 양 끝을 속수무책으로 우왕좌왕하면서 공익과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중용과 균형의 길을 보지 못하는 풍토 등은 모두 오크쇼트가 진단하는 근대 정치의 문제와 맞아떨어진다.

현재 우리의 정부는 어떤 정치적 실천을 하는가

2. 이 책의 내용


오크쇼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지는 정치를 이해하는 데 그리고 정치를 실천하는 데 중용의 감각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오크쇼트는 중용을 『논어』에서 배웠다고 인용하는데, 어쨌든 중용이라는 단어는 어떤 면에서 이미 낡아 버렸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실어 나르기 위해 “균형”, “행위의 중용”, “평형”, “균형자”, “절제”, “역사적 상황이 암시하는 바” 등등, 여러 문구를 이용한다. 그리고 “신념정치”와 “의심정치”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명제를 대들보로 삼아서 책 전체의 논의를 끌고 간다.
신념정치란 인간이 이성의 힘으로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간적 삶의 완성된 형태까지 실현할 수 있다는 신조에 의해서 주도되는 정치를 말한다. 레닌 식의 전체주의는 신념정치가 아주 유치한 수준으로 발현한 사례일 뿐이고, 근대에 출현한 정치 운동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신념정치의 영향 아래서 움직여왔다. 어떤 “완성”된 상태를 목표로 삼고, 과거는 암흑이며 현재는 과도기로 설정된다. 모든 인간의 활동은 오직 하나의 지점을 지향하는 운동의 일환일 때에만 정당화된다. 이와 같은 정치 스타일의 특징을 오크쇼트는 이렇게 형상화한다.

“현재는 밤과 낮 사이의 막간으로 표상되어, 불확실한 여명기가 될 것이다. 공감은 반역이 되고 사랑은 이단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시체 아니면 반신반인만이 있는 곳, 살육을 숨기기는 어렵고 부패를 감추기는 불가능한 곳, 선원들보다 배가 훨씬 중시되는 곳에서는, 감사와 헌신이 보류되지 않으면 이상하다. 이렇게 ‘완성’을 추구하는 정부는, 홀로 서있을 때,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작동중일 때는 언제나 자기파멸적인 스타일의 정부다. 이 스타일의 정부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며, 스스로의 본성이 금지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178~179쪽)

이에 비해, 의심정치는 정치의 목표를 장엄한 미래의 구원에 두는 것이 아니라 “피상적 질서”의 유지에 둔다. 권력을 통해 많은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하고, 그리하여 위대한 치적을 쌓을 수 있는 행복한 가능성보다는, 권력 때문에 개인의 활동이 방해를 받고, 거대한 규모로 집중된 권력이 막대한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불행한 가능성에 시선을 맞춘다. 따라서 권력자의 혜안, 선견지명, 통찰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권력의 행사는 법과 관습이 정한 절차에 의거해야 한다. 요컨대, 정치에 관해 어떤 새로운 기획이 나오더라도 사람들이 종사하던 기존의 모든 활동들을 뒤바꿔야 할 만큼 획기적일 수는 없다. 애당초 그 기획이라는 것이 기존의 활동들 바깥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직무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어떤 사항에 관해서도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관념들은 이런 식으로 저절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은 그들이 이미 지니고 있는 (또는 그럴듯한 범위 안에서 지닐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상상에 뿌리를 둔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밝혀질 수 있다.” (98쪽)

오크쇼트는 신념정치와 의심정치가 각기 홀로 활개를 치게 되면 위험해진다고 본다. 신념정치가 극으로 치달으면, 사회는 “집중력 저하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미명 아래 새총, 장기판, 장난감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모든 수업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식의 교실”로 바꾸려는 시도가 권력에 의해 자행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교실에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똑같이 비참을 느끼면서 공휴일이나 방학 날짜만을 손으로 꼽을 것이다” (84~85쪽). 반면에 의심정치는 “불확실성에 관한 망설임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필요한 변화마저 봉쇄함으로써 스스로 말라죽는 길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238쪽).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신념과 의심 사이의 중용이자 균형이다. 그리고 균형자(trimmer),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면서,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무슨 일이든 그 때를 만나면 득세하리라고, 섭리에 따라서가 아니라 경험에 따라서, 믿는”(218쪽) 사람들이 필요하다.
한국의 정치가 신념과 의심 사이에서 중용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심정치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신념”이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항상 잘못될 위험을 안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난 150여 년의 격변을 겪어 오면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신념”의 정치 스타일이 횡행했다. 그러다보니 온갖 사고로 점철된 변화를 겪어왔던 것이다. 무리한 신념을 필요한 의심이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에 대한 의심이 사회의 안정을 위해 왜 필요한지, 그러한 의심이 무성한 가운데서도 어떤 질서와 안정이 있을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야 한국의 정치에서도 중용과 균형과 절제가 터를 잡을 수 있다. 신념의 폐해와 의심의 필요를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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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영어본 편집자 서문 / 5

제1장 서론 / 29

제2장 모호성의 확인 / 61

제3장 신념정치의 운수 / 97

제4장 의심정치의 운수 / 131

제5장 신념과 의심의 네메시스 / 165

제6장 결론 / 205

역자 해제 / 234

찾아보기 /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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