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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저자 : 미야베 미유키
출판사 : 노블하우스
출판년 : 2006
ISBN : 9788991207660
책소개
『이유』, 『인생을 훔친 여자』 등 한 개인의 범죄와 사회의 관계를 담담하면서도 밀도있게 그려내온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걸작 『용은 잠들다』가 출간됐다.『용은 잠들다』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초자연 미스터리(Supernatural Mystery)다.
이 책은 초능력을 다루고 있다고 하여 얼토당토 않는 허황된 설정으로 사건을 뚝딱 해결해버리거나, 뭔가 초자연적인 결말로 끝날 거라는 독자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뛰어넘는다는 사실이다. 영화 <엑스맨>에 등장할 것 같은 현란한 초능력 액션이나, ‘인류 수호’와 같은 어마어마한 미션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방법은 어쩌면 ‘초능력 미스터리’라고 부르기엔 어째 심심할 정도다. 고작해야-라는 표현이 용서된다면- 초등학생의 실족사와 한 여성의 유괴사건이 사건의 전부다.
그러나 80년대 ‘유리겔라’ 소동과 엮어, 초능력자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을 문제 삼는 지점을 보면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은 역시나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찌 보면 신선할 것 없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이 제4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 대상작이며 199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4위로 랭크된 사실은 ‘역시 미야베 미유키!’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시켜준다.
목차
“나도 내가 원해서 이렇게 태어난 건 아니에요.”
힘없는 목소리였다.
“나도 어쩔 수 없어요. 보이고, 들리니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건 이해해 줄 수 있죠? 제 능력을 믿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혹시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은 해줄 수 있겠죠?”
잠깐 뜸을 들이고 나서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만약 고사카 씨가 나였다고 생각해 보세요. 나처럼 어리고 아직 세상물정도 잘 모르는데, 보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것을 알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면 어떻게 할 거죠? 보이잖아요? 들리잖아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보고 들은 것을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고사카 씨라면 어떻게 할까요? 나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그때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대답해 주었어야 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이 행동했을지 몰라, 라고. 신지는 그 대답이 듣고 싶어서 물었던 것이고, 그 말을 듣고 위안을 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달래주었더라면 나중에 일어날 사건의 양상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