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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아이들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체르노빌의 아이들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저자 : 히로세 다카시
출판사 : 프로메테우스
출판년 : 2011
ISBN : 9788991503182

책소개


그들의 비극은 단지 과거의 사건, 타인의 사정이 아니다!
반핵운동의 바람을 일으킨 문제작이자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히로세 다카시의 르포 소설.


일본의 반핵, 평화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가 쓴 『체르노빌의 아이들』은 평범한 한 가족이 당시의 원전 사고로 인해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일종의 르포 소설이다. 작가는 꼼꼼한 자료조사와 문제에 대한 예리한 접근을 토대로, 주어지는 정보 이면에 존재하는 사고와 관련된 진짜 이야기를 밝히고 이를 소설의 형식으로 새롭게 재구성해낸다.

일본 사회에 반핵운동의 바람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소설적 재미나 구성에 치중하기보다는 핵 사고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리는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더불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위험성과 무모함을 부각시키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히로세 다카시는 "우리가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원자력공학자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자신과 가족을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말하며, 사건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이미 20여년 전부터 이성적으로 예견하고 꾸준히 경고를 보냈던 한 사람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일본에서‘1인 대안언론’으로까지 불리는 저널리스트겸 논픽션 작가이자 반핵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인 히로세 다카시.

지난 해 출간된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을 필두로 올해 들어 「원전을 멈춰라」와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저서들이 뒤늦게나마 국내에 하나 둘씩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그의 유일하다시피 한 한 권의 소설이 새롭게 글을 다듬은 개정판을 통해 다시금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바로 「체르노빌의 아이들 チェルノブイリの少年たち」이 문제의 그 책이다.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그러나 기이하게도 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에 관해 서술한 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저자가 차곡차곡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사고가 발생한 2년 뒤인 1988년 일본 신쵸샤(新潮社)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책은 그 해에만 10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등 일본 사회에서 망각된 의제에 불과했던 ‘핵 반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림으로써 반핵운동의 새 지평을 연 화제작이자, 지금까지도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말했다시피 ‘소설’의 형식을 빌어 그 사고를 재구성하고 고발한 진정한 의미의 르포르타주이다.

이 책은 결코 소설적 재미나 구성에 치중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핵사고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리는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더불어 원전 건설의 위험성과 무모함을 부각시키려 애쓴 작품이다. 책은 1986년 4월 26일 운명의 그 날, 우크라이나의 밤하늘에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키예프 북쪽에 있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었던 그 때, 죽음의 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하였지만 끝내 죽음을 맞게 되는 이 비극의 중심엔 발전소 책임자인 안드레이 세로프의 가족이 있다. 당국의 명령에 따라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화재 진압을 위해 발전소로 돌아갔다가 마침내 죽게 되는 아빠 안드레이, 그러나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희생되고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그들은 인생을 채 꽃 피워보지도 못한 채 죽음과 맞닥뜨려야 했고, 살아남은 자는 질병과 싸워야 했으며 미래마저도 저당 잡혀야 했다. 아이들은 쓰러져 죽고 가축들도 죽어나가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이 스러져간다. 간호사에게 오빠를 찾거든 건강하게 살아 있다고 전해달라며 차가운 시체가 되어 버린 딸 이네사, 사고로 눈이 실명되어 낯선 병원에 수용되었다가 당국의 지시에 의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끝내 생을 마감하는 아들 이반. 끝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 타냐는 아이들만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부러진 팔과 방사능에 오염된 몸뚱이, 그리고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된 자식들의 생사를 끝내 알지 못해 애끓는 심장이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그리고 무기력하게, 또 억울하게 죽어나가고 있었던 지를 세세히 묘사하며 핵의 위험성을 알리는 한편으로 당시 소련 당국이 얼마나 비인도적으로, 그리고 무책임하게 그들을 방치하고 또 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후기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핵발전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비극 속으로 몰고 가는가”를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적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은 막은 올랐지만 전혀 내릴 생각이 없는 연극처럼,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은 최소한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고 그 이후에도 그것이 멈출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이 사건을 ‘과거’라 치부하고 무시하며 안심하고 생활해도 되는 것일까. 그런 점을 인식한다면, 이 책은 오래 전 우크라이나만의 이야기도, 현재 일본의 이야기만도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때 하늘을 덮었던 버섯 구름, 그때 날라간 방사능 먼지는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지금도 서식하고 있다. 결국 체르노빌 사고는 그때 완결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아직도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건설 중인 이 시점에서 누구라도 안전하거나 자유로울 수는 없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이 분명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등장인물들이 결코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리라.

이 책의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강조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고. 원자력 발전소 추진책은 에너지 부족 문제가 아니라 독점 자본의 이익과 결부된 문제인 거라고. 진실은 그렇게 뒤바뀌어 감춰졌다…… 이 책의 독자 가운데 한 사람인 시인 이상희 씨의 글로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를 읽고 알게 된 것이 후회스럽다. 이것이 그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진저리치게 만들어 보려고, 어느 예민한 영혼이 상상해서 빚어낸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인류에게 헌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문명의 이기라는 것이 어떤 전쟁무기보다도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떨릴 뿐이다. 무엇보다도, 진정되지 않는 손으로 검색해 본 바 이 사건의 진실과 교훈이 대체로 축소되고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 더욱 두렵고 끔찍하다.”

저자 후기 가운데
내가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 계기는 십여 년 전에 신문에서 보았던 ‘원자력의 날’ 특집기사였다. 기사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미래상을 그리며 앞으로 세계에서 건설될 원자력 발전소는 수천 기로, 1기 당 사고의 위험성은 2만 년에 한 번이라고 나와 있었다. 얼핏 읽어 보면 2만 년에 한 번은 극히 적은 횟수 같이 여겨지지만, 만약 2천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고 계산하면 10년에 한 번 사고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 분야를 공부한 탓도 있겠지만, 당시 나는 방사선 관련 서적 번역일도 꽤 했기 때문에 방사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특집 기사를 읽은 나의 첫인상은 ‘이렇게 무서운 내용을 신문은 태연하게 잘도 쓰고 있구나’였다. 그 후 얄궂게도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문헌의 번역 의뢰가 나에게 쇄도했다. 그들 문헌에는 예외 없이 핵발전의 위험성이 극명하게 씌어 있었다. 번역을 하면서 점점 무서워진 나는 원자력 발전소 문제에 결론을 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략)

이 책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금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끝장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대사고’라는 말이 여전히 실감나지 않겠지만, 실제로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알게 된다면 원자력 발전소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위해 어쩌면 실제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들을 소설 형태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원자력공학자가 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그저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핵발전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비극 속으로 빠뜨려 가는가를 절실히 알리고 싶었다. 이 소설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의 공포를 현실의 일로 느낀 독자들이 늘어났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부디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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