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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독
저자 : 미야베 미유키
출판사 : 북스피어
출판년 : 2007
ISBN : 9788991931176
책소개
편의점의 종이팩 음료에 청산가리가 주입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주인공의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던 신입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결국 사람들과 충돌 끝에 회사를 그만둔다. 이야기는 수도권에서 발생한 독살 사건과, 주인공이 해고된 여직원의 신상을 조사하면서 얽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관계없는 타인을 향해 벌이는 무차별 흉악 범죄와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생기는 인간관계의 갈등은 씨실과 날실이 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간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의 바탕에는 '분노'라는 공통점이 깔려 있다. 보통 시민의 마음과 생활에 숨어 있는 부조리한 세계를 담담하면서도 여전히 따뜻함을 잃지 않은 채 그리고 있는 미야베 월드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목차
미야베 미유키는 역시 현대 미스터리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낸다. 그의 최신작 『이름 없는 독』은 지난해 8월 책이 출간되자마자 대단한 관심 속에 당당히(당연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제 더 이상 받을 상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던 미야베 미유키는 현재에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주간문춘」이 선정하는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올랐고, 지난 3월 1일 제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까지 받았다. 또한 전국 서점 직원들의 투표로 진행되는 ‘2007 서점대상’ 후보작 열 권 가운데도 오르면서 독자와 비평가 들 모두에게 그 이름을 재각인시키고 있다.
삼 년 만의 현대 미스터리인데도, 기교를 배제하고 허식이 없는 문장으로 오히려 사건이나 등장인물의 비극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누군가 앙심을 품고 우리 아이나 가족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경험은 언젠가 우리 자신에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인간의 무서움을 은근하게 그리는 미야베 미유키야말로 과연 많은 독자를 얻을 만하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 마이니치신문 서평 中(2006.9)
다른 사람을 의심하기보다 믿는 편을 선택하면 '사람 참 좋네'라는 식으로밖에 평가받지 못하는 현대사회에 - 스기무라 사부로는, 당당하게 가슴을 피고 "사람 좋은 아빠"라고 소개하고 싶은 주인공이다.
- 시게마츠 기요시(『비타민F』, 『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의 작가)
'행복한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의 두 번째 사건
『이름 없는 독』은 전작 『누군가』의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가 다시 등장한다. 대재벌가의 사위이면서 사내보 기자이자 편집자인 그는, 미스터리의 주인공답지 않게 매우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가 쫓는 사건은 사소하지만 고민은 어떤 추리소설보다 깊고 우리 가까이 있다. 『누군가』에서 우연한 뺑소니사고의 뒤를 밟았다면 이번에는 진짜 범죄 속으로 뛰어들면서 탐정으로서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4월 창간 예정인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과의 인터뷰에서 미야베 미유키 여사는 이 ‘행복한 탐정’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또한 멀지 않은 시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행복한 탐정’ 시리즈는, 흔히 미스터리에서 등장하는 뛰어난 형사나 기민한 사립탐정이 주인공이 아니라 행복하지만 소심한 편집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간다는 특징 외에도 시리즈가 될 것을 염두에 둔 작가가 정한 규칙이 있다. 하나는 주인공이 방문하는 동네에 작은 회사나 공장를 운영하는 마음씨 좋은 사장을 꼭 등장시키겠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이 작품들을 ‘소사장님 시리즈’라고 부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하나의 규칙은 쇼와 시대(1926~89)의 명곡을 작품의 마무리 중에 삽입시키는 것. 이 규칙을 위해 신문 연재 당시에는 없었던 마지막 부분에 에필로그를 실으면서 곡이 흐르는 장면을 추가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진중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을 통해 따뜻한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했단다. 사소하지만 이런 규칙들을 발견하는 것도 이 시리즈의 재미.
우리 집에, 오염은 없다. 집 안은 청결하다. 계속 청결할 거라고만 믿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이 사는 한, 거기에는 반드시 독이 스며든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이 바로 독이기 때문에. …… 그 독의 이름은 무얼까. (본문 526쪽)
어디를 가도 무섭거나 더러운 것을 만난다.
그것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름 없는 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독(毒)’이다. 청산가리에 의한 무차별 연쇄 독살 사건으로 시작하여 새집증후군, 택지 오염, 자살 사이트, 노인 문제 등 사회의 모든 ‘독’이 등장하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가진 ‘악의’다. 이 작품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겐다 이즈미는 그 ‘악의’가 형상화된 인물로, 딱히 범죄자라고 분류되지 않은 우리 곁의 누구라도 분노에 휩싸일 수 있고, 분노는 독이 되어 타인과 자기 자신까지 침식한다.
“나는 우리 안에 있는 독의 이름을 알고 싶다. 누가 내게 가르쳐 다오. 우리가 품고 있는 독의 이름이 무엇인지를.”(본문 527쪽)이라는 스기무라의 물음은 그래서 무겁고, 씁쓸하다. 이것은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데, 작가 스스로 평소에 느끼고 있는 감정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아주 잔인한 사건들도 많고, 그게 해결도 안 될 뿐만 아니라 범인이 잡혀도 개운치 않다는 점이 정말 두렵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고 말았을까 하는 분노 같은 것이 그 작품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 월간 「판타스틱」과의 인터뷰 중에서(2007.2)
언제나 그렇지만 작가는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스기무라를 향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말한다. “이 세상에 있는 독의 이름을 알고 싶다면 직접 찾아 나서세요. 당신이 스스로 밝혀내는 겁니다.”(본문 569쪽) 앞으로 스기무라가 밝혀나갈 ‘독’은 그러니까, 독자들 스스로 밝혀나가야 할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