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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저자 : 온다 리쿠
출판사 : 비채
출판년 : 2007
ISBN : 9788992036436
책소개
혼돈과 의혹의 무한 변주, 온다 리쿠 미스터리의 절정!
2006년 제5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온다 리쿠 최고의 화제작.
호쿠리쿠 지방의 K시, 명가 저택에서 잔칫날 벌어진 대량 독살 사건. 열일곱 명의 희생자를 낸 끔찍한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눈먼 소녀. 그리고 현장에 남겨진 수수께끼 같은 편지, “유지니아, 나의 유지니아.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줄곧 외로운 여행을 해왔다.” 범인의 자살로 사건은 종결되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는다. 미묘하게 엇갈리는 증언과 기억의 불일치 사이에서 서서히 고조되는 불안과 공포. 과연 진상은 끝내 어둠 속에 묻히고 마는가?
≪유지니아≫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과 인터뷰 형식의 구성으로 장마다 조금씩 다른 분위기와 색깔을 펼쳐보이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도 진실이란 무엇일까, 사실이란 존재하는 건가 하는 물음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 전율이 느껴지는 감각적 묘사와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 긴긴 여름,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목차
파란 방에 있었어. 아주 어렸을 때.
이상한 이야기지?
차가운 청색. 싸늘하고, 공기도 움직이지 않아.
아직 앞을 볼 수 있었던 때였거든. 바로 옆에 어른이 있었어. 누구였는지 잘 모르겠어.
어쩐지 무서웠어. 이유는 기억이 안 나. 겁에 질려서 거기 서 있었어.
박쥐의 기척이 느껴졌어.
무서웠어. 아주, 아주 무서웠어.
누가 가까이 있는데 외톨이인 거야.
파란 방. 싸늘한 파란색 방. 보기만 해도 점점 기온이 내려가는 것 같아. 어쩐지 오싹해서 한기가 느껴졌어.
난 잠자코 계속 거기 서 있어. 꾹 참고 그 파란 방에 계속 서 있어.
난 계속 눈앞에 있는 파랗고 싸늘한 방을 보고 있어. 사실은 당장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거야.
옆에 있는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그것도 안 돼. 목소리도 낼 수 없어. 움직일 수 없어. 이상한 긴장감이 있어서 무서웠어.
옆에 있는 사람도 움직이지 않아. 그냥 내 뒤에 꼼짝 않고 서 있기만 해. 꼭 내가 못 도망치게 감시하는 것처럼.
그게 다야.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이 안 나.
기억나는 건 파란 방에 누구랑 같이 있었고 아주 무서웠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