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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의 애정
저자 : 시라이시 가즈후미
출판사 : 다산책방
출판년 : 2007
ISBN : 9788992555449
책소개
이별한 후 연인들이 겪는 미묘한 거리감을 표현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소설이다. 사랑과 인연에 대해 누구나 해보았을 법한, 그러나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을 던진다. 감춰진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주인공의 생각이 심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사랑과잉이면서 동시에 사랑 결핍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의 사랑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목차
“여보세요? 자고 있었어?”
아키라의 어조에는 주저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마사히라가 대답을 하지 않자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마사짱이지? 왜 말을 안 해. 자고 있었어?”
아키라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도 마사히라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사짱! 쑥스러우니까, 한마디라도 좋으니까 말해줘.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말라는 말이라도 좋으니까. 그렇게 말하면 지금 당장 전화 끊을 테니까.”
아키라의 이 말을 듣고 마사히라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좀 그런 건 내 쪽이야. 5년 만에 갑자기 전화를 해서 한다는 소리가……. 도대체 지금이 몇 신 줄 알기나 하는 거야?”
--- p.25
“사장님! 힘내세요. 사장님이 힘내시지 않으면 사와코상이 천국으로 못 가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말하는 것은 피해왔었다. 그러나 1주기가 끝난 지금부터는 사장도 좀 바뀔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 마사히라는 과감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오가다 사장이 대답했다.
“사와코는 아직 천국에 가지 말아주었으면 해. 유령이라도 좋으니까 내 곁에 항상 있었으면 좋겠어.”
오가다 사장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 p.47
그렇지만 아키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털어낸다. 해변 쪽으로 내려가 아키라를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계단 아래로 발을 떼어놓은 순간이었다. 그저 파도소리밖에 들려오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사-히라-상!”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키라였다.
마사히라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된다. 왜 아키라가 자신을 ‘마사짱’이라고 부르지 않고 ‘마사히라상!’이라고 마치 타인처럼 부르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마사-히라-상!”
몇 번이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