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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사색 (시골교사 이계삼의 교실과 세상이야기)
변방의 사색 (시골교사 이계삼의 교실과 세상이야기)
저자 : 이계삼
출판사 : 꾸리에
출판년 : 2011
ISBN : 9788994682044

책소개

『변방의 사색』은 이 맑은 영혼의 거울에 비친 한국 사회와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 말할 수 있다. 이 거울을 통해 우리는 교육과 사회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나아가, 자기만족과 안락에 대한 충동에 빠진 우리들 자신의 삶의 방식을 아프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변방에서 건져 올린 문명 비판적 사유의 섬세와 장엄”

변방은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이거나 삶의 변두리를 뜻하지 않는다. 그곳은 차라리 오염된 중심에서는 결코 발견될 수 없는 삶의 근원적 진실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 불러야 옳다. 기껏해야 제 가족의 울타리를 넓히는 일과 제 자식의 호화로운 장래나 꿈꾸는 우리들은, 그래서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허상과 허위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누추하다 여겨 외면한 곳, 멀어지고자 애써온 곳, 그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이계삼의 책 『변방의 사색』은 그 변방의 거울을 통해 우리들 삶의 그러한 본색을 되돌아보라는 권유이다.

“‘기도’와 ‘노동’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 전보다 사회는 ‘진보’했다는데 왜 교육은 갈수록 나빠져 온 것일까? 지은이 이계삼은 이미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녹색평론)을 통해 한국의 교육이 영혼의 가치를 멀리함으로써 ‘서로 잡아먹기’를 가르치는 ‘식인食人의 교육’이 되고 말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뿐더러, 악화일로였다. 그것은 IMF 구조조정의 시대를 거쳐 이명박 정권에 와서 더욱 심화된 시장 전체주의가 낳은 필연적 결과였다. 「시골교사가 이명박에게」를 포함하여 이 책의 1, 2, 3부에 실린 교육 관련 에세이들은 다름 아닌 이 현실에 대한 가슴 아픈 증언들이다.

졸업식 날 속옷을 벗어던지고 팬티 차림으로 거리를 질주하는 아이들은, 그러나 오히려 우리에게 되묻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사회는 무엇을 향해 치달아 왔으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우리는 이른바 ‘밀양密陽 사건’으로 구속된 아이들을 더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희생양 만들기에 골몰하지는 않았는지(「죄인의 슬픔, 시대의 악령」), 사교육 시장의 기린아들인 스타강사 이범이나 ‘손사탐’에 열광하거나(「이범의 혹세무민」, 「손사탐 특강」), 핀란드 교육열풍에 가담함으로써(「핀란드는 엄친아가 될 것인가」 등) 자기위안을 삼으려 하지 않았는지를. 지은이 이계삼은 이제 학교 현장의 ‘교육 불가능’을 정직하게 직시하자고 말한다. 1989년 이래 참교육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분투해온 전교조운동도 이 지점에서 한계에 부딪혀 있음을 인정하고 새로이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자고(「전교조에 희망이 있는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대안을 찾자고 권한다.

‘이제 웬만하면 비정규직, 아니면 청년 실업’이 되는 현실과, 초ㆍ중ㆍ고 12년에 대학 4년, 모두 16년을 온통 지옥에서 보내야 하는 숨찬 경쟁의 구도, 그 힘겨운 시간을 달려온 아이들의 이마에 찍히는 서열의 낙인. 이 어처구니없는 모순을 넘어서는 길을 찾기 위해 그는 교실 밖 세상으로 길을 나선다. 물신物神이 지배하는 세상 한복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고, 용산참사의 현장에서 전율하고(「2009년 한여름, 서울」),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의 김진숙의 이름을 부르고(「그의 손을 잡아야 할 백 가지 이유」), 지율 스님과 함께 낙동강 줄기를 더듬으며 탐욕의 삽질에 무참히 죽어가는 강을 목격하고 그 속에 터 잡은 사람들의 신음을 듣는다.(「‘헛것’들의 황혼」)
여기서, 우리는 그만 절망하고 말 것인가? 이계삼은, ‘돈’으로 이루어진 ‘헛것’들이 세상이 저물고 있다고 단언한다. 자연이라는 생명의 근원적 터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완전히 망가뜨리기 전 어머니 자연이 인간에게 경고할 것이고, 이미 다가온 재앙에서 교훈을 알아차릴 수 있는 한 아직 인간에게도 한 가닥 희망은 있다.(「지금 여기, 이미 와 있는……」) 그는 이 희망을 위해 기도한다. 이 희망은 우리들이 간절히 기도하는 만큼, 자연의 대지 위에서 땀 흘려 노동하는 만큼 커져갈 영토일 터이다. 이 세상과 교육이 현실적 쓸모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다면, 이제 희망은 우리가 쓸모없는 것으로 내던진 ‘인문학’과 ‘농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예언처럼 중얼거린다. 시인 김수영이 노래했듯, “바람은 딴 데서 불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데서” 올 것이라고.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성찰의 힘이, 그리고 흙 속에서 노동하며 흘리는 땀방울들이 이 모든 참담한 왜곡과 파행을 바로잡아 주리라는 그의 믿음이 우리들 모두의 믿음이 되면 안 되는가?

“대지 위로 굴러가는 영혼의 자전거 소리를 듣다”

정이 많아 괴로운 사춘기 소년이 있었다. 많이 가난했으므로 ‘멕여주고 재워주고 또 학비도 주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던 그 아이는, 서울의 명문 대학에 합격한 뒤 교장 선생으로부터 등록금이 든 봉투를 받으며 처음 눈물을 비치던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대학에 들어가 세상이 그악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음에 눈 뜨게 되었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자문하며 그 길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했다. 기꺼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편에 서고자 했지만, 그 시대 대학가를 지배하던 유물론적인 사고방식, 금속성의 언어들, 그리고 군사주의적인 ‘힘의 논리’와 잘 어울리진 못했다. 동년배의 전투경찰이 중대장의 몽둥이질에 코피를 쏟는 모습을 보며 시위대를 빠져나오기도 했다. 시위가 있는 날이면 장사를 접어야 하는 가난한 상인들은, 밀양 장터에서 하루 종일 앉아 손님을 기다리다 아들을 위해 가짜 메이커 운동화 한 켤레 사서 터덜터덜 걸어가던 기억 속의 고향 아낙과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다 방황 끝에 이란 잡지와 만났다. 무위당 장일순, 작가 권정생의 글을 읽으며 그는 마침내 생각의 길을 찾았다. 진보란 무언가를 딛고서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힘없고 약한 것들을 보듬어주는 손길이며, 영혼의 가치를 쫓는 것임을 배운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되었고 고향인 경남 밀양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낭만적인 귀향이 아니었다. 영화 에서도 언뜻 그 그림자가 비쳐졌듯이 고향 밀양은 토호들이 활개 치는 도시이며(「신공항 소동」), 다방과 단란주점과 룸살롱은 넘쳐나는데 여성이나 장애인을 위한 공간은 하나도 없는 전형적인 남성가부장주의가 지배하는 소도시이다. 그렇지만 그곳은 어디까지나 그의 고향이고(「고향 그리고 장소」), 물욕에 가득 찬 아수라 서울처럼 희망의 가능성이 뿌리째 뽑힌 곳은 아니다. 그의 희망은 아직 시멘트로 완전히 뒤덮이지 않은 축축한 농토이며 그 대지 위를 구불구불 흐르는 강이며 그 강의 체온을 기억하며 자라는 아이들이다. 그는 바로 이 변방 밀양에서 싸움을 시작했고, 그 서사를 기록해온 것이다. 그가 어떤 교사인지를 소개하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권정생 선생의 오랜 벗이었던 민들레교회 최완택 목사가 교사 이계삼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진정한 교육이란 영혼이 맑은 한 사람이 한 개인을 만나 그 개인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 시대는 위대한 젊은 스승을 한분 얻었다”고.

이 책 『변방의 사색』은 이 맑은 영혼의 거울에 비친 한국 사회와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 말할 수 있다. 이 거울을 통해 우리는 교육과 사회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나아가, 자기만족과 안락에 대한 충동에 빠진 우리들 자신의 삶의 방식을 아프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이라면, 어느 누가 불편한 거울을 자기 옆에 오래 두고 들여다보려 하겠는가? 그의 원고를 모아 책으로 만들면서 편집자인 우리는 이 책의 아름다운 시적, 문학적 울림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의 책은 단지 문학적 수사로 점철된 공허한 글도 아니며, 삶의 맥락이 누락된 사회비판서와 궤를 달리 한다. ‘밀양사건’으로 감옥에 갇힌 자신의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글 「죄인의 슬픔, 시대의 악령」, 파괴되어가는 낙동강변을 거닐며 쓴 기행에세이 「‘헛것’들의 황혼」을 읽는 독자라면 그의 글이 이룬 문학적 성취가 어떠한 것인지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므로. 그리고 이 아름다움을 떠받치고 있는 인문학적 깊이 역시도. 습기가 증발되지 않은 대지 위에, 그 대지가 거느린 생명들의 잠을 깨우며 달려가는 영혼의 자전거 소리를 듣는 것은, 그래서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일 것이다.

“우리는 한때 저 강물이었고, 강변을 스치는 바람이었고, 꼬리 치는 한 마리 어린 송사리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때의 우리들 몸이었던 강이 사라져가고 있다. …… 축구장 대여섯 개는 됨직한 말쑥한 호수. 바람이 부니 연둣빛의 물결이 일렁인다. 물풀 하나 없고 송사리, 소금쟁이, 벌레 한 마리 없는, 생명이 완벽히 사라진 곳. 물이 가두어져 일렁이면 그것으로 충만한가? 그 속에 아무것도 살지 않는데도? …… 공허하다. 헛것을 보는 듯 허망하다. 이 헛것의 물길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자전거를 탈 것이다. 헛것의 물길 위로 요트가 지나다닐 것이고, 유람선이 다닐 것이고, 좀 이어 화물선도 다닐 것이다. 실버타운이 들어서서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이 헛것의 일렁임을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볼 것이다. 헛것이다. 헛것으로 구축된 헛것들의 파노라마이다. 오직 헛것의 풍경을 위해, 지금 온 지축을 울리며, 강바닥을 탕탕 때리며 뒤집어엎고 파헤치는 이 참혹한 파괴와 죽음의 드라마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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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책머리에

봄날의 독백
기억의 소묘
바쁘냐? 나도 바쁘다
봄날의 독백
초등학교 운동회를 보면서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한미 FTA, 10년 뒤……
무서운 중딩들의 시대
죄인의 슬픔, 시대의 악령

시골 교사가 이명박에게
세상 앞에 함부로 나서지 말라!
교장을 위한 발라드
시골 교사가 이명박에게
수능시험 단상
70은 없다
이범의 혹세무민
손사탐 특강
여기에 무슨 ‘좌파 포퓰리즘’이 있는가
배치표 단상

흙과 땀으로 꾸는 꿈
두루 안타까웁다
전교조에 희망이 있는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희망의 배신
핀란드는 ‘엄친아’가 될 것인가
핀란드는 틀렸다, 덴마크에서 배우자!
흙과 땀으로 꾸는 꿈

‘헛것’들의 황혼
알 수 없어요
2009년 한여름, 서울
마지막 희망의 원력을 위하여
사라지지 않을 ‘업연’을 위하여
두 판사
새만금에서
‘헛것’들의 황혼

그의 손을 잡아야 할 백 가지 이유
그는 왜 대통령이 되려 한 것일까
우리들의 현실주의
촛불의 시간들
‘타인의 손’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바야흐로 제3공화국
그 하루의 상념
그 대학의 촌스러움
달려라, 애비
삼성, 김예슬, 그리고 「무진기행」
그의 손을 잡아야 할 백 가지 이유-아름다운 김진숙

지금 여기, 이미 와 있는……
고향 그리고 장소
김수영 식으로
군대 없는 세상
하, 그림자가 없다
신공항 소동
지금 여기, 이미 와 있는……
미국 인상기

책의 출처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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