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시인에게 길을 묻다 (조용호 문학기행)
시인에게 길을 묻다 (조용호 문학기행)
저자 : 조용호
출판사 : 섬앤섬
출판년 : 2011
ISBN : 9788996266594

책소개

조용호의 문학기행『시인에게 길을 묻다』. 저자가 2009년 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만 1년 동안 시인과 함께 시의 현장을 다니며 그 감상을 격주로 ‘세계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모아 엮은 책이다. 황지우, 안도현, 장석남, 나희덕, 조용미, 문정희, 김사인, 이성복 등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24명의 대표작을 그들의 삶 속에서 풀어내 보여준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최초의 길과 맨 나중의 길은 아마 같을 것이다.
생이 죽음에 닿아 다른 길로 연결되듯이.
온기 도는 길일 것이고 오솔길일 것이고
때로 통증과 닮은 길일 것이다.
시 속에나 희미한 화석처럼 남아 있는 그 길을
조용호 형이 마음의 지팡이로 헤쳐 보여주니
뜨겁고 슬픈 맨살이 드러난다.
시의 맨살 속으로 난 길!
터벅터벅 가본다.
‘나’라는 인간의 맨 처음으로 가보는 것이다.
- 시인 장석남

시는 시인을 닮고, 시인은 자신이 쓴 시를 닮는다고 했던가. 신간 《시에게 길을 묻다》는 소설가이자 문학 전문기자인 필자가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24명의 대표작을 그들의 삶 속에서 풀어내 보여주는 한 편의 기록영화이자 수채화 같은 에세이이다. 그의 발길과 파인더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격랑의 시대 속에서 독자들의 심장을 뒤흔든 시가 태어났고(황지우의 ‘연혁’, 김사인의 ‘노숙’), 고통이나 가족사의 상처로 터지는 비명이 시가 되고(송수권의 ‘대숲 바람소리’, 나희덕의 ‘와온에서’), 죽을 것 같은 외로움이 한 잔의 독한 소주 같은 시(이생권 ‘그리운 성산포’)로 이슬 맺혔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시대와의 불화로 뜨거운 시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인간에 대한 폭압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여 보여주는 것이 시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신 체제의 엄혹한 시절 말기에 쓴 황지우의 ‘연혁’은 신군부의 새로운 억압체제인 80년대 분위기를 암시하고 상징하는 대표 시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80년 벽두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80년대 내내 수배와 투옥과 글쓰기로 오랜 세월을 견딘 김사인의 ‘노숙’ 또한 시대와의 불화를 온전히 안고 있는 시이다.

터지는 비명이 시가 되다
시인이 꺼내놓는 내밀한 아픔은 그것을 듣는 이의 마음 또한 아프게 한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동생이 자살한 송수권의 개인사는, 왜 그의 시에서 남도의 아픈 가락이 진하게 묻어나오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외롭고 아픈 짐승의 눈빛처럼 독특하고 젊은 시인 강정의 강렬하고도 독한 시, 잔잔하면서도 웅숭한 깊이 있는 시선의 나희덕의 시들도 자신들의 삶의 궤적을 그 안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삶은 그렇게 아프고 외롭고 견뎌내야 하는 것들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 끝내 보듬어 안아야 하는 것임을.

삶의 속살을 비쳐주는 시
‘연어’로 유명한 시인 안도현의 개인사(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어머니의 사랑)를 따라가며 읽는 안도현의 시들은, 그의 시가 어떻게 생활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성찰들을 녹여내고 있는지 잘 드러내준다. 삼촌들의 자살로 인한 고통스런 체험이 묻어나는 이정록의 ‘형광등’, 어머니가 무심코 툭 던지는 한 마디 말 속에서 태어난 진솔하고 감동 깊은 시 ‘의자’ 등도, 시인의 삶이 곧 시로 이어지는 길임을 보여준다. 안현미의 시들이 오늘 아픈 우리들을 어떻게 보듬고 위로해 주는지, 그 속 깊은 근원과 뿌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곰곰, 거짓말처럼 풀려나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시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는 시인들의 에피소드는, 시가 시인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가령, 토요일이면 인천 춘천 망우리 같은 서울 근교를 떠돌면서 느낀 걸 즉석에서 엽서에 깨알처럼 적어 자신의 주소로 부쳐, 스스로 엽서의 독자가 되어 당시의 심정을 시로 담아냈던 원로 시인 이생진의 시 사랑 일화가 그렇다.

수미쌍관처럼 황지우로 시작해서 이성복으로 갈무리하는 이 24절기 시인 기행은 시가 우리 삶과 유리된 곳에 있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숨 쉬는 삶 속에서, 삶의 고통 속에서, 외로움 속에서 누에고치처럼 뽑아져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살다 보면 고독이 뼈아플 때가 많은데, 그 고독은 등뼈처럼 평생 지고 가는 것인데, 그것은 또 그때그때 시로 쓰면 된다고 했다.”- 시인 최승호

"돌아보니 꿈결 같다. 그런 시절이 다시 오려나 싶다. 지금은 갇혀 있는 계절. 초기에는 창살 너머 세상을 보려고 끊임없이 뒤꿈치를 들었지만, 이제 그마저 포기해버렸다. 갇혀 있다 보니, 마음도 갇힌다. 머릿속이 깜깜하다. 이 캄캄한 기억의 지층 위로 그때 만났던 시와 시인들이 음표처럼 떠오른다. 사실 시인들을 만나는 것보다 그들의 시를 읽는 일이 더 느꺼웠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시의 공간에서 시인을 만난 후 돌아와 다시 시를 읽을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자주 전율이 일었다." -펴내는 글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펴내는 말 / 돌아보니 꿈결 같다, 언제 다시 길을 나설까 06
황지우 / 새 울음 그치지 않는 마음의 공간 08
안도현 / 가슴 속으로 흐르는 강 24
송찬호 / 쓰린 삶을 다스려 피워낸 꽃 36
이생진 / 소주 빛깔보다 더 파란 외로움 48
송수권 / 서럽고 서늘한 남도의 산조 66
장석남 / 그토록 많던 그리움의 모서리 80
이기철 / 따뜻한 평화가 있는 곳 92
나희덕 / 소멸을 향해 가는 시간의 발소리 106
박형준 / 아득한 지평을 향한 생生 118
최승호 /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하다 130
문인수 / 슬픔 속에 보던 낮달 148
최영철 / 나무를 쓰다듬고 간 여인 160
조용미 / 아름다움은 슬픔의 영역 172
김영남 / 오래도록 추억될 황홀한 여로 184
김명인 / 삶의 허기로 긋는 성호聖號 196
이정록 / 어머니와 아들의 합작 명품 시 208
문정희 / 시詩라는 운명 220
조정권 / 초월의 산정을 탐하다 232
이문재 / 젖은 눈 떨어지던 눈물 밭 248
강 정 / 세상과 불화 중인 낯선 짐승의 눈빛 260
김사인 / 시대에 쫓긴 자의 애달픈 노래 272
안현미 / 아픈 계절, 아픈 시詩 286
김선우 / 혁명을 꿈꾸던 청춘 298
이성복 / 영원한 시인 312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