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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저자 : 조정래
출판사 : 시사IN북(시사인북)
출판년 : 2009
ISBN : 9788996268819
책소개
작가 조정래가 생애 최초로 쓴 자전 에세이. 2009년 출간 이후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책이 작가의 등단 50주년을 맞아 리커버 특별판으로 다시 나왔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 250여 명에게서 '평소 조정래 선생에게 궁금했던 질문' 500여 개를 받고, 이들 질문 가운데 84개 질문을 추려 그에 답하는 편지 형식으로 씌어졌다. 책은 크게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수많은 인물을 창조해낸 비결까지, 그의 소설을 읽고 문학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한번쯤 떠올렸을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작가의 현대사 3부작 대하소설(『태백산맥』『아리랑』『한강』)에 얽힌 비화와 제작 노트 등도 풍부하게 만나볼 수 있다. 평생을 글감옥에 갇혀 산 작가만이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경지에서 풀어낸 인생론 또한 삶을 값지게 살아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배기가스나 소음만 공해가 아닙니다. 남겨져야 할 필연을 자각하지 못하고 씌어지는 글들은 영혼의 공해물질이기 쉽습니다.
--- p.32 「문학에서 언어란 무엇인가」중에서
종교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철학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 p.37 「소설은 꼭 진실을 써야 하는가」중에서
수많은 문학도는 그 순서를 거꾸로 하거나, 한 가지를 경시해서 일을 그르칩니다. 어서어서 작가가 되고 싶은 다급한 마음에 많이 쓰고, 적당히 읽고,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마음 급함이 글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소설가가 되는 것도 오히려 더디게 방해합니다.
--- p.49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중에서
저는 성장해갈수록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증오를 느꼈고, 가엾고 억울하게 당하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일이 제 가슴에 정면으로 부딪쳐와 통증을 일으키고는 했습니다. 그건 누가 시켜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었고, 누가 말린다고 그렇게 안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 그것이 작가의식일 것입니다.
--- p.125 「가장 존경하는 작가는?」중에서
개성적인 인물을 많이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필연코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당신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이 말을 ‘최초이자 최후의 경고’로 받아들이십시오. “1인칭이 아니라 3인칭 소설을 써라.”
--- p.130 「인물을 창조하거나 구성할 때의 방법은?」중에서
그들이 무심코 하는 말들은 귀가 번쩍 뜨이는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그 말들은 소설의 중추를 이루게 될 사회 갈등의 핵심이고, 그 원인 파악이면서, 명백한 입산 이유였습니다. 그 몇 마디 말은 사회과학 서적 어디에서도 찾아내기 어려운 진실의 무게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었습니다.
--- p.237 「『태백산맥』 취재는 어떻게 했는가?」중에서
가끔 독자들이 묻습니다. 『태백산맥』 중에서 어느 대목이 가장 쓰기 어려웠냐고. 그건 두말할 것 없이 ‘박현채 부분’이었습니다. 가장 쉬웠던 부분이 왈패 염상구 부분이었다면 '박현채 부분'은 그보다 열 배는 힘이 들었습니다.
--- p.249 「『태백산맥』 소년 전사 조원제의 실제 모델은?」중에서
저는 대하소설 세 편을 써낸다는 것에 대해 그야말로 추호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리석을 만큼 제 자신을 믿는 데가 있었고, 경쟁이 아닌 제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 실패가 없다는 확신을 저는 단순할 만큼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p.254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중에서
숨이 막힌다고요? 예, 이 세상의 모든 노동은 치열한 것을 요구할 뿐 감상적 기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노동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느냐, 못 느끼느냐로 행. 불행이 갈립니다. 저는 그 숨 막히는 노동의 세월을 ‘글감옥’이라 표현했고, 그 노동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 p.261 「긴 소설을 끌고 가면서도 강한 흡입력을 유지하는 비결은?」중에서
진실을 지키고, 진실을 찾아가는 삶이란 현실적으로는 언제나 힘겹고 고달프며 손해보는 삶입니다. 그러나 그 우직스러움, 그 바보스러움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바꾸어왔습니다. 그 바보 같은 삶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순결한 영혼과 진정한 양심을 가진 사람만이 그 삶을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