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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 (양귀자 장편소설)
저자 : 양귀자
출판사 : 쓰다
출판년 : 2013
ISBN : 9788998441029
책소개
1995년 8월에 출간된 양귀자의 장편소설. 천 년 전에 이루지 못했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천 년 후 다시 이어지는 과정을 기와 환생, 운명론을 불러 서정적인 문체로 완성시킨, 작가가 처음 쓴 연애소설이다.『천년의 사랑』은 출간 한 달 만인 그해 9월, 바로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라 5개월 동안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으며, 그 뒤로도 2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밀리언셀러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후 이어지는 문화계의 ‘천년’과 ‘환생’의 열풍은 모두 소설 『천년의 사랑』이 일으킨 한 시대의 문화코드였음을 생각하면 이 소설의 의미가 한층 더 중요해진다 할 수 있다.
목차
* 그 사랑은 예정된 것이었다. 아주 먼 시간 저편에서부터 결정되어진 특별한 사랑이었다. 그것은 지금의 나, 백 년 전의 나, 천 년 전의 나, 겹겹의 세월 속의 내가 포개져서 발현된 영혼의 사랑이었다. 나는 그 영혼의 사랑을 경험한 것이었다.
* 지금, 나는 한 여자에 대해 말하려 한다.
뭇 사람들은 별 수고 없이도 누리는 하찮은 행복에게조차 한 번도 이름을 불려보지 못했던 여자, 하지만 모든 이들은 한사코 피해가는 그 많고 많은 불행에게는 빠짐없이 호명당해 보아서 누구보다도 절망에는 익숙했던 한 여자에 대해 나는 지금 말하고자 한다.
* 뒤꼍, 후박나무 그늘 아래 주저앉아서 그녀는 흙 묻은 몽당연필 위로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옛날의 슬픔이 마음을 움직여서 만들어낸 눈물은 아니었다. 그냥 아주 맑은 눈물 한 방울이 그렇게 솟았다. 정적 속의 깨끗한 아침에 그 옛날의 밥버러지 한 마리가 앉아있다고 생각하니 견디어온 시간들이 너무 대견했다.
* 그냥 스승의 곁에만 있어도 충분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다면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숲이 깊으면 그늘도 크고 바람의 시원함도 센 법입니다. 똑같은 이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큰 정신의 스승들은 우리가 알거나 모르거나 간에 끊임없이 우리에게 기운을 나누어줍니다.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 그 거인들의 은혜를 입는 것입니다.
* “인희야! 인희야!”
그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그 울림은 온 산을 메아리로 떠돌며 나뭇가지도 흔들고, 잎사귀도 매만지고, 작디작은 산꽃 떨기들 위에도 앉았다가, 마침내 아이가 있는 무덤가로 되돌아오곤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