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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여행산문집)
저자 : 이병률
출판사 : 달
출판년 : 2020
ISBN : 9791158161071

책소개


우리는 여행의 점선들을 모아
하나의 인생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사람 틈에서 사는 일이 자주 궁금해서, 멈추지 않는 바람이 불어와서 이병률 작가는 다시 여행가방을 꾸리고 펜을 꺼내들었다. 작가는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이어 세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2015)』을 출간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여행 삼부작의 최종장으로, 지금껏 수많은 독자들의 애정을 받아왔다.

그리고 5년이 지나 개정증보판을 출간한다. 빛나는 이야기 몇몇을 새로이 더하며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삶을 사는 일에 집중했다. 풍경을 사진에 담고 이야기를 언어로 기록하는 일은 뼛속 깊이 여행자로 태어난 작가가 지닌 사명이었다. 작가는 이 숙명 같은 일에 두 손을 들고, 오래된 필름들과 새로 찍은 필름들을 그러모아 사진관에 맡겼다.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일에 눈시울을 붉히고 그 별의 이름을 짓는 일에 벅차오르기도 하며, 온몸이 반응할 만큼 좋은 사람과 그를 만난 사건을 떠올리며 다시금 그곳에 가고 싶어지기도 하는 마음들을 추가적으로 담았다.

표지의 오브제는 ‘연결 고리’이다. 어릴 적 색종이를 잘라 붙이며 동그란 고리를 이어 만들곤 했던 그것을 기억하는가. 새로 알게 될, 좋은 사람에게까지 이어지고 싶은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담아보았다. 그렇게 새로워진 모습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다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목차


걷지 않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야. 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더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게 돼.
여행은, 신이 대충 만들어놓은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야 하는 진실이야. 그 진실이 우리 삶을 뒤엉켜놓고 말지라도, 그래서 그것이 말짱 소용없는 일이라 대접받을지라도, 그것은 그만큼의 진실인 거야.
---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하지」 중에서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마음 하나쯤 차려낼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멀리 간다. 그 그윽함이 오래간다. 내가 뭐 해줄게, 하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도마를 꺼내 부엌 조리대 위에 쿵, 하고 올려놓는 사람. 그 이후의 시간을 관객이 되어 즐기는 나 같은 사람. 나의 옆집에도 또 그 옆집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이 어울려 살았으면 싶은 것은 그것이 내가 믿어보려는 ‘안녕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 「오늘의 느낌은 안녕합니다」 중에서

가능하면 사람 안에서, 사람 틈에서 살려고 합니다. 사람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서지요. 선뜻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지요. 사랑은 사람보다 훨씬 불완전하니까요. 아, 불완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안전하지 않기까지 하네요, 사랑은.
사람만 보고 살려고 하는데 그것도 어렵지요. 사람 냄새 참 좋은데, 사람 냄새 때문에 사람답게 살고 있는데 결국은 사람 냄새 때문에 골병이 들지요. 결국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으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 그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가요. 우리는 사람이 그리워 사람 없는 그곳을 탈출하고 맙니다.
--- 「매일 기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중에서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모든 관계로부터, 모든 끈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마치 아주 미량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 것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풍성한 상태로 흡수를 기다리는 마른 종이가 돼.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 곳에서, 그 낯선 곳에서.
무작정 쉬러 떠나는 사람도, 지금이 불안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먼길을 떠나는 건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작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저기 어느 한켠에 있을 거라고 믿거든.
---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하지」 중에서

땅만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에게 어느 밤의 별들은 그 사람을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 세계가 아니면 다른 세계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믿게 하는 사랑. 그 사랑은 몇 번의 세계를 거치고 훈련하면서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작은 물이 모여 바다로 간다는 그 말처럼 사랑은 고통을 치른 만큼만 사랑이 된다.
--- 「사람이 꽃」 중에서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완성을 이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명백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사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사람의 결을 더욱 사람답게 한다. 사랑은 인간을 퇴보시킨 적이 없다. 사랑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침묵하지 않는다」 중에서

하나의 나무가 신호를 보내면 똑같이 생긴 나무가 산 너머에 태어날 것이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당신도 나처럼 숲을 좋아하거나 이해하게 되고, 저 너머 먼 도시에서 당신도 새로이 태어날 수 있을 것.
숲에서 여름은 익는다. 가을은 그것을 감정한다. 그리고 겨울은 그 모두를 잉태한다. 그리하여 봄은 그 모두를 이해하고 받아 적겠다는 듯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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