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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비 기록으로 만나다
저자 : 이현주
출판사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출판년 : 2018
ISBN : 9791158664206
책소개
조선시대의 공식적인 기록이라 하면 대부분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과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두 문서는 왕의 공적인 업무 영역은 물론 사적인 생활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왕실 여인에 관한 기록은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閑中錄)』이나 언간(諺簡) 정도가 알려졌을 뿐이다. 간간이 발견되는 언간 등을 통해 당시 여성의 사적인 면모는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지만 궁중 여성의 공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열성후비지문(烈聖后妃誌文)』은 태조의 비인 신의왕후 한씨의 지문부터 영조의 비인 정성황후 서씨까지 역대 왕후 31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글로 수록한 책이다. 왕후의 지문은 대개 왕비 사후에 한문으로 지어지는 것이 통례였다. 이 책도 원문은 한문으로 기록된 한글 번역본으로 추정된다.
『열성후비지문』은 왕비 가문의 유래와 현황, 왕비의 출생 연월일과 출생지, 출생 이후의 훌륭한 행적, 죽은 때, 죽은 곳, 수년(壽年), 시호(諡號)의 책봉(冊封), 장지(葬地)와 그 방위 및 날짜 등을 명시했고, 자손들의 현황을 자세히 수록하고 있다. 왕비의 행적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사실 위주로 정확히 기술한 기록인 셈이다. 『조선의 왕비 기록으로 만나다』는 31인의 왕비 중 13인의 지문과 행록 등을 통해 왕비의 일생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였다.
조선시대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의 비인 소헌왕후는 조선 역사상 왕비의 책무를 가장 완벽히 수행해낸 모범적인 왕비라고 평가받지만, 그녀의 삶도 알려진 것보다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왕비로 책봉되자마자 친정 가문이 풍비박산되는 아픔과 그로 인해 자칫 폐비(廢妃)가 될 뻔한 개인의 위기가 있었고, 8남 2녀의 자녀 대부분이 조졸(早卒)했고, 4남 임영대군의 축첩(畜妾) 스캔들과 큰 아들 문종의 ‘세자빈 파동’ 등 가정 생활에도 어려움이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눈에 띈다. ‘여섯 살이 되자 할머니가 데려다 길렀는데, 가끔 남몰래 부모 생각이 나 눈물을 짓곤 했지만 할머니가 눈치를 채고 물으면 다른 일 때문이라고 대답하여 걱정을 끼치지 않게 했다’는 내용으로 어린 시절부터 속이 깊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선왕후는 1637년 3월부터 1645년 2월까지 햇수로 9년 동안 소헌세자 부부와 함께 심양에서 생활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심양에서의 생활과 맏며느리 강빈과의 관계, 심양에서 돌아와서 소헌세자 사망 후 남편 봉림대군이 세자로 책봉되는 일 등을 지문을 통해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철저한 남성 중심의 유교 국가 조선에서 왕비는 그 시대 여성 중 최고의 권력을 소유한 인물이자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유일한 여성이었다. 또한 사회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요건을 겸비한 여성상이기를 요청받는 존재였다. 공식적인 왕비의 기록을 토대로 조선 왕실이 지향했던 최고의 여성상과 왕실 문화의 중심축이었던 왕비의 일생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목차
책머리에
1 신덕왕후, 왕후로 인정받지 못한 왕비 이현진
2 원경왕후, 친정의 몰락과 함께 사랑도 끝나다 이영춘
3 소헌왕후, 온유함으로 역경을 이겨내다 박현모
4 정순왕후, 비운과 연민의 아이콘 이숙인
5 정희왕후, 조선왕조 최초로 수렴청정을 하다 한희숙
6 소혜왕후, 완벽한 왕비의 삶을 담다 이현주
7 단경왕후,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리움 그지없네 이종덕
8 문정왕후, 가장 강력한 여성 권력자 김범
9 장렬왕후, 예송과 환국의 소용돌이를 겪다 지두환
10 인선왕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이순구
11 명성왕후, 자애로움과 통찰력을 겸비하다 이영춘
12 인현왕후, 당쟁에 시든 화합의 꿈 김학수
13 정성왕후, 사도세자의 후원자 이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