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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성
저자 : 혼다 테쓰야
출판사 : 북로드
출판년 : 2016
ISBN : 9791158790530
책소개
403호 욕실……
다섯 명이나 나왔어, DNA가
게다가 그중 네 명은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높아
인간은 정말로 사소한 계기로 짐승이 될 수 있다
혼다 테쓰야의 최고 걸작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문제작
일본 최대 서평사이트 독서미터 독자들의 극찬!
“책을 읽으면서 무섭고 처절해서 울었던 것은 처음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이미 짐승의 성인 것은 아닐까?
'베스트셀러 『스트로베리 나이트』, 『히토리 시즈카』의 작가 혼다 테쓰야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헤비급 미스터리 『짐승의 성』으로 오랜만에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짐승의 성』은 2002년 전모가 드러나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기타큐슈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밀도 높은 미스터리로, “혼다 테쓰야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얻으며 야마다 후타로 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은 월간지 [소설 추리]에 연재되던 때부터 끔찍한 범죄와 너무도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문제작’이라 불리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출간 후에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보다 더하다”, “금지도서로 지정을 원한다”라는 독자들마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필력으로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릴 수밖에 없는 탁월한 미스터리로, 읽고 난 독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어둠과 광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목차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 어떤 건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다.
물론 남자니까 한두 번 싸움이 붙은 적은 있다. 하지만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주먹질을 한 적은 없고, 하물며 칼이나 쇠 파이프 같은 흉기는 쥐어본 적도 없다. 싸움에 지면 ‘저 개자식,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정도의 욕설은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진심은 아니었다. 학교나 직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상대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짓는 나, 그리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내 모습.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짓게 된다.
‘말도 안 돼. 한순간의 분노 때문에 인생을 통째로 날리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살의라는 비현실적인 감정을 구깃구깃 구겨서 창밖으로 내던진다. 뉴스나 신문에 등장하는 살인사건은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불행한 우연이라고, 전체 인구를 따져보면 지극히 낮은 비율로 발생하는 드문 경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럴 테고.
나도 평생 그런 일에 엮이지 않고 살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아마도,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 p.5
“아빠는 그 두 사람한테 살해됐어요.”
물론 그 두 사람은 우메키 요시오와 아쓰코를 의미한다. 수사원은 마야의 양해를 얻어서 목적지를 마치다 경찰서로 변경하고 경찰서 취조실에서 사정을 더 청취했다. 고다 야스유키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살해됐는가. 너는 그 상황에 같이 있었는가.
하지만 마야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취조실이라는 환경이 안 좋은가 싶어서 응접실로, 또 식당으로 이동하여 청취를 계속했지만 더 이상 진술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를 가지고 온 사람은 선코트마치다 403호를 가택수사하던 강력계 수사원과 감식계 수사원이었다.
그 집은 7평 반의 거실 겸 부엌 겸 식당, 3평이 조금 넘는 방 두 개, 욕실과 화장실, 각 방에 딸린 반 평 정도의 수납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모든 문과 창문에 맹꽁이자물쇠를 달아놓아서 각 방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욕실이었다. 방마다 지문을 채취하고, 유류품과 증거품을 압수하고, 상해 행위가 어디서 이루어졌는지를 밝히기 위해 루미놀 검사도 실시했다. 그러자 욕실 전체가, 바닥, 벽, 욕조 모두 루미놀 반응으로 새파랗게 되었다. 그 정도의 혈흔이 부착된 것을 보면 분명 상당량의 출혈이 있었다. 모두 마야가 흘린 피였다면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즉 욕실 벽과 바닥에 흘렀던 피는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 p.28
아마 지불계획서인가, 그런 걸 같이 쓰게 했을 겁니다. 말하자면 위자료죠. 매달20만 엔 정도였을 겁니다.
쓰게 하는 중에도 이것저것 했습니다. 펜치로 비틀기도 하고 담뱃불로 지지기도 하고. ……요시오 씨가요. “너, 남의 여자 팬티 벗겨서 뭐 하려던 거냐.” 그렇게 말하면서 팔뚝 안쪽이나 허벅지 안쪽을 펜치로 힘껏 비틉니다. “이 여자랑 하고 싶은 거냐?” 하고……. 고다 씨는 내내 사과했습니다. 울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도중까지는 대답했지만 요시오 씨는 정말 집요했습니다. “하고 싶잖아, 하고 싶잖아” 하면서 성기 끝을 살짝 펜치로 잡아 으스러뜨리기도 하고……, 당연히 피가 납니다. 피부도 홀라당 벗겨지고 이상한 살점 같은 게 보였습니다.
“계속하면 고추가 너덜너덜해질 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하고 물으면 고다 씨는 당연히 “안 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야 당연한 대답인데, 그러면 “왜 안 되는데? 이 여자랑 하고 싶어서? 이 여자랑 하고 싶으니까 고추가 너덜너덜해지면 안 되는 거지?” 하고 묻는 겁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시간이든 같은 걸 계속해서 물어요. 그러다 보면 결국 “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쓰코 씨와 하고 싶습니다”라고……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면 끝장입니다.
요시오 씨는 눈빛이 달라집니다.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게 되고. 크게 뜬 상태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