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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들
저자 : 에쿠니 가오리
출판사 : 소담출판사
출판년 : 2017
ISBN : 9791160270075
책소개
섬세한 문장들이 능숙하게 이끄는 대로……
문학 팬들의 마음을 춤추게 할 에쿠니 가오리 신작 소설
2017년 첫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 책 『벌거숭이들』은 읽기 조심스러우리만큼 예리한 책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다 알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관계 속 민감한 역학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작풍이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빛을 발한다.
11월에서 시작해 2월, 5월, 8월, 9월, 11월, 그리고 이듬해 2월까지 주인공인 치과의사 모모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간의 잔잔한 듯 격렬한 일상이 펼쳐진다. 어림잡아 열 명이 넘는 조연들은 단순히 주변인으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주인공 못지않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등장한다. 특별한 장치 없이 한 인물의 상황이 끝나면 한 행을 비운 뒤 다음 사람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는데, 등장인물도 많은 데다 일정한 순서도 없지만 특별한 설명 없이도 영상처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장면 전환 방식도 주목해 즐겨볼 만하다. 비 오는 날 파스타 소스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드는 장면이 끝난 뒤에 과자 냄새가 가득한 차 안에서 대식구가 떠들썩하게 있는 장면이 시작되고, 홀로 흰쌀밥에 간장을 뿌려 먹는 은퇴한 중년 남자에서 온통 하얀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로 시선이 옮겨간다. 같은 음식 냄새, 같은 색깔이라도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평화롭게 만화책을 읽다 잠들어버린 여대생의 방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중에 낮잠에서 불쾌하게 깬 나이 든 여자의 방으로, 목욕 후 젖은 아버지의 발에서 비를 맞아 젖어 있는 딸의 다리로, 편의점 샌드위치를 먹고 배가 덜 차 마른 미역을 불려 먹을까 고민하는 하숙생에서 화이트 와인과 꼬치구이의 조합을 즐기는 커리어우먼으로, 유연하고 능숙하게 독자를 리드한다.
목차
11월
2월
5월
8월
9월
11월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