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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저자 : 허수경
출판사 : 난다
출판년 : 2018
ISBN : 9791188862245

책소개


“무덤을 열고 들어가 나 스스로 죽음이 되어 쓴 책!”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바빌론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지난 2005년 9월 출간된 바 있는 저자의 책 『모래도시를 찾아서』의 개정판이다. 지난 10월 3일 독일 뮌스터에서 세상을 뜬 시인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이 책은 오리엔트의 페허 도시 바빌론을 중심으로 고대 건축물들을 발굴하는 과정 속에 참여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한 권의 고고학 에세이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죽음’을 붙잡지 아니할 수 없었다. 있다 없어진 일, 지금에 와 없는 자는 말이 없고 있는 자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일, 그것이 죽음이라 할 때 시인은 다분히 그 상징성을 띤 발굴터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일에 능동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휴일, 아무도 없는 폐허지를 산책하다가 그늘에 앉아 물을 마시며 내가 판 텅 빈 무덤을 바라보노라면, 글쎄, 그 죽음이라는 것,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이 냄새가 있고 없고를 넘어 다정하게 어깨를 겯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쓸쓸한 것은 어떤 실험실도 내가 기억하는, 유럽인들이 시암바질이라고 부르는 방앗잎의 냄새를 뼈에서 찾아낼 수 없을 거라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이 그래서 그렇게 즐겁다는 것도. 혹은 죽은 뒤가 되면 어떨까, 물고깃국을 함께 먹던 식구들의 그 등을 나는 기억할까. 아마도, 저 돌처럼 딱딱해진 곡식알과 대추씨처럼, 그렇게.”

총 17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전 인류의 역사를 막론하고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 불멸을 탐한 인간의 욕망의 부질없음을 탓하곤 하는 시인만의 날카로운 통찰을 배울 수 있어 일견 숙연하게도 된다. 서로를 죽이고 죽이지 못해 안달인 인간만의 정복과 찬탈의 역사로 파괴와 파괴를 거듭한 증거인 유적들을 통해 어떤 소용의 무용에 대해서도 가르침 없이 어떤 깨달음을 준다. 그럼에도 시인은 역사적 발굴 현장에서 근원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토로했다. 모래먼지 속에 모래먼지가 될 제 운명을 예견이나 했다는 듯, 차곡차곡 제 죽음의 당위성을 미리 써두기나 했다는 듯이.

목차


작가의 말 │7
개정판 작가의 말 │ 10

바빌론 │16
글쓰기, 라는 것의 시작 │31
애거사 크리스티와 고고학 │46
‘그들’과‘ 신들’, 그리고…… │59
그러나, 뿌리를 위하여 │73
몇 개의 순간들 │84
타인의 얼굴 │97
방앗잎, 그리고 해골에게 말 걸기 │109
서재 안의 흰고래 │121
늘어진 시계, 20센티미터의 여신 │135
기억과 기역, 미음과 미음 │149
바다 바깥 │162
발견의 편견 혹은 편견의 발견 │188
존재할 권리 │201
끝이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 │212
사원과 꿈 │224
니네베 혹은 황성 옛터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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