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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년 : 2021
ISBN : 9791190885928

책소개


‘죄와 벌의 문제는 누가 재단할 수 있는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데뷔 35주년 기념작품


전 세계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작가이자, 현존하는 일본 추리소설계 최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백조와 박쥐』가 출간되었다. 데뷔 35주년을 맞아 2021년 4월에 발표한 이 소설은 한국어판 기준 총 568쪽, 원고지 2천 매가 넘는 대작으로, 2007년부터 15년 가까이 히가시노의 주요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겨온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양윤옥이 번역을 맡았다. 35주년 기념작 『백조와 박쥐』는 히가시노가 자신의 추리소설 본령으로 돌아가서 더욱 원숙해진 기량으로 써낸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두툼한 분량에도 하루 이틀 만에 독파했다는 현지 독자들의 앞선 리뷰가 증명하듯이, 소설은 33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살인 사건과, 이에 얽히는 인물들이 저마다 진실을 좇아가는 장대한 이야기를 탄탄한 틀 안에서 흡인력 있게 풀어낸다. 나아가 공소시효 폐지의 소급 적용 문제,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SNS 시대에 더욱 논란이 되는 범죄자와 그 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나, 공판 절차의 허점 등 굵직한 사회적 논의들을 아우르면서도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잃지 않으며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나가 놀라운 결말에 다다르는 데는 거장의 노련함이 물씬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온 작가가 전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슴 뭉클한 드라마가 녹아 있다.

목차


“구라키 씨가 뭔 사고라도 쳤어?”
“그건 아직…….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얘기를 듣고 다니는 중이죠. 여기도 그렇고.”
“그러셔? 어떤 수사인지는 모르겠는데 구라키 씨를 의심하는 거라면 잘못 짚으셨어.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할 리가 없거든.” 요코는 딱 잘라 말했다.
참고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면서 고다이는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방금 요코가 한 말에서 뭔가 걸리는 게 감지되었던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 p.58

미궁에 빠진다…….
구라키의 자백은 수많은 의문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수수께끼가 남아 있었다.
어째서 구라키는 33년 전에 체포되지 않았는가, 어째서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원래는 사체 첫 발견자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 구라키 본인도 그저 잘 모르겠다, 라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우리는 정말 미궁에 빠지려는 사건을 해결한 것인가. 어쩌면 새로운 미궁에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닌가…….
자꾸만 밀려드는 의심을 고다이는 애써 떨쳐내고 있었다.
--- p.106

“방금 전에 이번 사건의 유족분들께 사죄드리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과거 사건의 유족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역시 사죄할 마음이 있습니까?”
“그야, 네, 물론입니다.”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난바라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가즈마는 실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찰 발표에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과거의 사건’이라고 했을 뿐, 살인 사건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금 가즈마가 했던 말은 살인 사건이라고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감같이 유도질문에 걸려든 것이다.
--- p.175

나도 똑같은 눈빛인지 모른다, 라고 미레이는 생각했다. 범인이 자백을 했고 이제 사건의 진상은 다 밝혀졌다고 모두들 말한다. 그리고 그 진상을 바탕으로 재판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진상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이 세상에 어머니와 자신뿐이라고 미레이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또 있었다. 가해자의 가족도 역시 이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 p.274

“그래, 맞는 말인데 그 두 사람은 특수한 경우야. 공통의 목적이 있었어.”
“뭔데요, 그게?”
“둘 다 사건의 진상을 납득하지 못했다는 점이야. 분명 또 다른 진실이 있다, 그것을 꼭 밝혀내겠다, 라고 마음먹고 있어. 그런데 경찰은 이미 수사는 끝났다는 식이고 검찰이나 변호인은 오로지 재판 준비에만 골몰했지.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으로 서로 적의 입장이지만 오히려 그 둘의 목적이 같았던 거야. 그렇다면 한 팀이 되기로 한 것도 실은 이상할 게 없어.”
“그런가요……라기보다 아무래도 선뜻 이해하기는 어렵죠. 나는 그 기분, 잘 모르겠던데요.” 나카마치는 두부를 입에 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빛과 그림자, 낮과 밤, 마치 백조와 박쥐가 함께 하늘을 나는 듯한 얘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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