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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우리들의 날 (이호성 장편소설)
저자 : 이호성
출판사 : 모든스토리
출판년 : 2022
ISBN : 9791198110671
책소개
강렬하고 지독하다.
지고지순한, 희생만 하는 연모가 존재 하는가?
새로 생긴 대한민국은 끝내 그들을 버렸다.
이 소설은 1924년 일어난 전라남도 암태도 소작쟁의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금태도로 바꾸고 등장인물들도 이름을 모두 바꾸었지만 암태도 소작쟁의와 1929년 광주항일 학생운동의 처절한 역사 속에서 세 사람의 젊은 청년들의 뼈아픈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세 사람이 광주항일학생운동 때문에 체포되면서 극악의 고문을 겪고 각자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그들의 삶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슬픈 것 같습니다.
더불어 청산하지 못 한 친일파들에 대한 역사적 분노 또한 담고 있습니다. 처절하게 얽힌 과거 세 사람의 운명을 2023년 현재, 그 후손들이 하나하나 그들의 비극적 실체를 벗겨 내곤 충격에 빠집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일어났던 비극이 아직도 청산되지 못 한 채 현실에서 “지워진 우리들의 날”로 존재하고 있고 그 비극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소설 “지워진 우리들의 날”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시나리오 작가였던 필자가 영화적 시공간 배치와 교차편집을 소설에 그대로 대입시켜 영화 장치에 익숙한 작금의 세대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구현한 것입니다. 대사를 많이 넣어 감정을 전달하고 읽기 쉽게 가독성에 치중하는 것......
소설 “지워진 우리들의 날”이 시도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입니다.
목차
“모두가 잘살 순 없다. 그건 다 거짓말이다. 정말 뛰어난 몇몇의 나 같은 사람들이, 무지하고 이기적인 인민들을 때리고 밟아서 통제해 주는 나라, 그게 일본이든 조선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일본이 언제 망할 줄 알고?”
진섭은 과거 금태도에서 고재준과 토론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고재준의 궤변에 대해 한마디라도 저항하지 않으면 평생 한 번은 후회할 것 같았다.
“다 같이 잘살 수 있습니다. 가진 자들이 욕심을 버리고 조금만 내려놓으면 모두 함께 잘살 수 있습니다. 그런 조선을 꿈 꿨잖아요? 그런 조선의 인민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웠잖아요?”
고재준은 절정의 몸부림으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그건 능력 없고 가난한 자들의 궤변이다. 가진 자들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진 자가 되면 되는 것이다. 가진 자가 되어 강한 힘을 손에 쥔 다음, 나약하고 우매하기 그지없는 인민들을 가르치고 선도하면서 가진 자가 세상을 통제하면 그만이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새로운 대동아 조선의 모습이란 말이다!”
금태도 최고 천재 고재준은 그렇게 자신을 논리적으로 방어하였다. 하지만 그 어떤 변명도 소용없었다. 이 토론의 심판은 문진섭도 고재준도 아니었다. 바로 고재준 마음속 깊은 곳의 양심, 너무 일찍 만들어 놔서 아무리 바꾸려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고재준 과거의 자아였다. 고재준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하! 그래서 진섭이 너도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지 않느냐? 힘을 가진 내 모습, 나는 지금 개돼지 인민들을 개 패듯 때리고 짓밟으면서 그들을 통제하거나 보복도 할 수 있다. 서태수가 내 동생 죽음을 모른 척했기에, 나는 그의 아들 서삼석의 손가락을 잘라 버렸다. 그게 지금 내 모습이고 내 힘이다. 이걸 부인할 수 있느냐?”
반미치광이처럼 소리치며 울분을 토해 내는 고재준을 진섭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또한 서삼석의 손가락을 잘라 버린 잔인한 마쓰우라 앞이라는 생각에 과거의 고재준과의 감정이입에서 황급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네, 순사부장님은 지금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한 가지, 남은 질문 하겠습니다. 왜 제게 얼굴을 보여 주신 겁니까?”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지금까지 발악적으로 흥분했던 고재준이 힘이 빠지는지 진섭 앞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나만 이런 괴물이 되어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