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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 자료유형
- 동서단행본
- ISBN
- 9788946422346 03810
- DDC
- 340.02-23
- 청구기호
- 340.02 ㅁ274ㄱ
- 저자명
- 몬스테라
- 서명/저자
- 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 몬스테라 지음
- 발행사항
- 서울 : 샘터, 2023
- 형태사항
- 282 p. ; 20 cm
- 가격
- \17000
- Control Number
- bwcl:121057
- 책소개
-
“나에게 배당되는 것은 ‘사건’이지만 내가 마주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기울어진 법의 저울을 바로잡는 국선변호인의 삶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좋은 삶이란 우리 사회의 모순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좋은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_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추천글
국선변호인이 사건 너머 마주한 사람 혹은 삶, 결국 세상 이야기
“변호사님, 딸이 분홍색 가방을 받아서 기뻐했다고 서신이 왔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구속된 피고인을 대신해 그 딸의 입학 선물로 가방을 고르며 딸이 있는 엄마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변호사. “김성권 씨, 저는 오늘도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금주 소식을 피고인에게 매일같이 편지로 써 보내며 피고인이 술에 의지하는 삶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변호사. “자, 냄비를 들고 식당 주인에게 휘두른 게 맞으면 1번, 아니면 2번. 손가락으로 표현해 보세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을 꾹 닫은 피고인을 위해 노트에 질문과 객관식 답을 접어 그의 눈앞에 펼쳐 들고 손으로 말해보라고 설득하는 변호사. 모두 이 책의 저자이자 변호사로 18년, 그중 국선전담변호사로 8년째 일하고 있는 필명 몬스테라 변호사다.
국선변호인이란 ‘빈곤 등의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형사 피고인을 위하여 법원이 선임하여 붙이는 변호인’이다. 그리고 ‘국선전담변호사’는 오로지 국선 사건만 담당하는 변호사로, 소속된 법원과 재판부가 정해져 있고 매달 일정한 개수의 사건을 배당받는다. 그리하여 달의 시작, 저자의 책상 위로 늘 두둑한 사건 기록지가 배달된다. 그 묵직한 서류 더미를 살피는 저자는 어느새 자신 앞에 당도하게 될 피고인들의 형상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내 자신 앞에 마주 앉은 피고인과 그의 사건 기록을 한데 그러쥐며 눈앞으로 다가오는 한 생을 목도한다. 사건 너머 사람이 보이는 순간이다.
그 사람들에는 적정한 비율로 후안무치한 사람, 애처로운 사람, 흉악한 사람, 억울한 사람, 이상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범죄를 저지른 게 확실한 이 피고인들에 대해 저자는 죄의 경중이나 상대를 가리지 않고 기꺼이 두 팔 벌려 맞이한다. 그리하여 어떤 때는 부둥켜안은 채로 함께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들이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도록 해진 신발 끈을 단단히 매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저 등을 토닥인다. 이 책은 수많은 피고인과 함께했던 국선변호인이 겪어온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 세상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세상이기도, 먹먹함에 눈물짓는 세상이기도, 더없는 무력감에 절망하는 세상이기도, 그럼에도 순간의 웃음과 일말의 희망으로 웃음짓는 세상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어머니 같은 변호사님’, 누군가에게는 ‘100억을 줘도 선임할 수 없는 변호사’
그 수많은 세상을 동분서주하는 저자는 숱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변호인들처럼 ‘히어로’ 같은 변호사는 아니다. 직업인으로서 국선변호인이자 누군가의 딸이며 아내이고 엄마이자 동네 이웃이다. 검사처럼 감춰진 진실을 들춰내 정의를 세울 수도 없고, 판사처럼 심판할 수도 없으며 그저 피고인의 법적 조력자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만, 때로는 반성을 모르는 피고인의 뻔뻔한 태도에 참지 못하고 버럭하여 한마디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법정에서 깊은 슬픔에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릴 때도 있으며, 그 와중에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민 갑질 사건의 해결사로 발 벗고 나서거나 폐암 말기인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면서 피고인들의 불안감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조용히 고백하기도 한다.
그 결과, 누군가에게는 “어머니 같은 변호사님”이고 누군가에게는 “100억을 줘도 선임할 수 없는 변호사”가 되는 저자가 ‘몬스테라’ 변호사인 이유는 몬스테라 식물이 잎이 찢어지고 구멍이 생겨도 결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이며,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결함으로 간주되어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의 옆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다. 저자는 “우리 모두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자기만의 전쟁을 하고 있거나 하게 될 외로운 존재”이고, 따라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 필요하고 서로에게 관대했으면 좋겠다”며,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유일한 이유라고 밝혔다.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누명 피해자의 재심 판결을 받아낸 것으로 잘 알려진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는 “좋은 삶이란 우리 사회의 모순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좋은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문장으로 추천의 글을 마무리했다. 이 책에 담긴, 막다른 길에 다다른 피고인들과 함께해 온 국선변호인의 삶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좋은 삶’에 대한 방향성이다. 모순을 모른 척하지 않고 함께 분노하는 것,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함께 슬퍼하는 것. 결국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서로를 지지함으로써 우리 다 함께 더욱 나은 삶으로 가보자는 무언의 제안이다.
‘법’과 ‘선의’ 사이를 유영하는 어느 국선변호사의 기쁨과 슬픔
“아…… 진짜 왔네. 안 올 줄 알았는데.” 사람이 그립다고 별 이유 없이 다음에 또 접견을 와달라고 부탁했던 피고인을 다시 만나러 갔을 때 울면서 등장한 피고인은 이렇게 말했다. 저자는 등을 돌리고 눈물을 훔치는 어린 남자아이 같았던 피고인의 그 짧은 문장 속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수많은 어른”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삶을 고단하게 만든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불신이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한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내내 심장 수술을 한 피고인을 위해 수시로 함께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그의 용변을 위해 직접 변기에 앉혀주고 옷을 입혀주고 부축해 가며 배심원들을 설득하고, 돈이 없어서 옷을 살 수 없는 피고인의 생업을 위해 자신에게 작아진 옷을 주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제안하기도 한다. 돈이 없는 구속 피고인이 구치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까 봐 사비로 위생용품을 사서 넣어주고, 또 이 세상 누군가는 그를 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가 없어 잘 씹지 못하는 피고인에게 부드러운 초코 과자 ‘몽쉘’을, 태어나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피고인에게 생일 선물을 교도소에 넣어주기도 한다.
이 모든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법적 조력을 넘어서 ‘선의’의 영역에서 마음껏 유영하는 변호인을 만난다. 이런 저자에게 누군가는 순간의 도움이 무슨 큰 도움이 되겠냐고 의문하지만 저자는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보면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맡겨진 저자는 머리에 큼지막한 대야를 인 할머니와 함께 순례길 같은 길을 걸어 시장에 도착해 도라지를 파는 할머니 옆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난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나이였지만, 도라지를 다 팔지 못하면 할머니가 다시 무거운 짐을 머리에 앉고 위험한 산길과 흙길을 힘들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만은 알았다. 저자는 “사람들이 서서 다니는 길에 앉아 밥을 먹어본 사람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일시적인 도움도 얼마나 절실한지 안다”라고 썼다.
또 저자는 사선변호인일 때와 달리 국선변호인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즉 빈곤한 사람들과 취약한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고 무지한 것이 ‘고의’가 된다”는 것을, “끼니를 걱정하면서 교양 있는 생각과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심한 불운이 계속되면 가지고 있던 영민함도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법이 말하는 상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법이 알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리 법의 한계성에 대해 한탄하기도 한다.
저자는 단순히 타인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아버지를 잃어가는 딸로서 자신이 겪는 아픔에 비춰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들을 통해 겪은 상황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조금씩 이해한다. 그렇지만 결코 “그들의 범죄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범죄자가 되어버린 그들을 나는 계속 생각하겠다”고 확언하는 동시에 한 가지 결핍이나 단순한 사고만으로 인생이 막막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따라서 사회의 안전망을 짜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이 비단 타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역시 언젠가 그 안전망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순간의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되어 삶을 이룬다는 것을, 그리하여 한 생이 바뀌어갈 수 있음을 믿으며, 이것이 여전히 자신이 국선변호인인 이유라고 말하는 사람. 여전히 변방에 서서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 기울어진 법의 저울을 바로잡는 이 국선변호인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우리가 놓쳐버린 사람, 외면했던 삶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