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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으로 문명을 읽다 (Studia Humanitatis 문명공동연구 6)
도서관으로 문명을 읽다 (Studia Humanitatis 문명공동연구 6)
저자 : 고혜련|장경렬|박지향|조철원|박현규|정병설
출판사 : 한길사
출판년 : 2016
ISBN : 9788935663569

책소개

인류 역사의 힘, 도서관. 오늘날 도서관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도서관으로 문명을 읽다』는 도서관의 역사와 가치 있는 소장자료를 함께 실어 도서관과 문명의 접점을 찾는다. 인문학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도서관 26곳을 각각 선택했고 이를 지역대표도서관ㆍ대학도서관ㆍ전문도서관과 특수도서관으로 분류했다. 목적과 성격에 따라 도서관을 분류하는 것은 중요하다. 도서관의 성격에 따라 도서관의 역사가 다르고 이용목적도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 각 나라의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ㆍ관립ㆍ왕립도서관은 단지 기록물을 보관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도 권력과 기록의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도서관으로 문명을 읽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인류 역사의 힘, 도서관

도서관은 인류의 힘이다. 힘의 원천이다. 도서관을 가진 민족이 문명을 만들어나간다. 고대 근동 문명을 대표하는 도서관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이듯,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도서관은 나라와 민족의 역사적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존해 각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독일 뮌헨에 있는 바이에른주립도서관은 『구텐베르크 성서』뿐 아니라 『구텐베르크 성서』가 완성되기 전에 만든 셰델의 초기 간행본을 소장하고 있다. 또 영국국립도서관은 앵글로색슨의 서사시인 『베어울프』(Beowulf) 원본과 근대 민주주의의 성서로 간주되는 ‘마그나카르타’ 원본도 소장하고 있다. 덴마크왕립도서관에서는 키르케고르의 『이것이냐 저것이냐』 친필원고와 루터와 칸트의 초판본을 보관하고 있으며, 러시아국립도서관에서는 16세기 중반 이후에 러시아에서 출판된 대부분의 정기간행물을 소장하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러시아국립도서관이 있는 지하철역은 도서관 소장자료가 너무 많아 매년 몇 밀리미터씩 내려앉고 있다고 하니, 이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양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시아 지역의 도서관 또한 자국의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릴 자료들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세계 4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인 타이완고궁박물관의 도서문헌관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사고전서』를 소장하고 있다. 『사고전서』는 1722년 청나라 황제 건륭제가 사고전서관을 설치하고 당대 석학을 모아 중국 고대부터 당대까지 나온 문헌을 선별해 편찬한 총서다. 이는 황실 열람용으로 필사본 7질만 만들어졌는데, 조선의 정조가 『사고전서』가 편찬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신에게 이것을 구해오라는 특명을 내렸으나 결국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이완에 『사고전서』가 있다면 중국국가도서관에는 사마광의 역사책 『자치통감』 친필원고 두루마리가 있다. 그 두루마리에는 사마광이 책을 집필하면서 남긴 메모도 있다. 네팔국립문서실은 네팔 전역에 흩어져 있는 힌두교와 불교에 관련된 모든 필사본과 마이크로필름을 수집했다. 이 귀한 필사본들은 ‘포티’라고 부르는 붉은 천에 감싸 보관한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물은 기원전 810년경 기록된 ‘스칸다푸라나’로 힌두교의 신 스칸다와 관련된 방대한 역사적ㆍ신화적 기록물이다

개인의 장서가 도서관이 되다

국가적 차원에서 역사적ㆍ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수집ㆍ보관하기도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수집한 문고가 하나의 도서관이 되기도 한다. 한 개인의 관심사와 연구물이 모여 세계 지성사를 이룬 것이다.
일본 나고야에 있는 호사문고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약탈하여 가져간 전적(典籍)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그 가운데에는 중종 7년(1512) 목판으로 간행된 『삼국유사』를 비롯해 조선 전기의 귀중한 전적이 많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소유였던 호사문고는 그가 죽자 아홉째 아들인 도쿠가와 요시나오가 소유하게 되었다. 다른 사립문고가 사유재산인 고(古)전적을 소중하게 보존하기 위해 열람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하는 것과 달리 호사문고는 도쿠가와 요시나오의 말에 따라 에도시대 이래로 일반 대중에게 문고를 공개하며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 연구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일본의 또 다른 도서관인 도요문고는 세계 5대 동양학 도서관 가운데 하나로 동양학 분야에서 일본 최고ㆍ최대 도서관이기도 하다. 이 도요문고는 1917년 모리슨이라는 오스트레일리아인 탐험가의 장서를 미쓰비시사의 이와사키 히사야가 구입하면서 창립했다. 그 장서에는 중국 관련 서적, 논문, 문서 등 2만 4,000점의 자료가 들어 있었다.
유럽에서 개인의 장서가 하나의 도서관이 된 대표적 사례는 독일의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도서관이다. 독일의 3대 도서관 가운데 하나인 이 도서관은 괴테가 38년간 감독관으로 재직했던 곳으로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는 이곳에 괴테뿐 아니라 실러, 헤르더, 빌란트 등 독일의 지식인들을 불러 ‘수요독회’ 등을 열며 문화사업도 진행했다. 이는 바이마르를 독일 고전주의의 메카로 만들었다.
독일의 또 다른 도서관 바르부르크문화학도서관도 개인의 서재가 도서관이 된 경우다. 유대인 명문가 출신의 예술사가인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예술사뿐 아니라 종교ㆍ문학ㆍ철학ㆍ사회사ㆍ경제사 등 여러 분야의 도서를 구비한 도서관을 구상한다. 그리고 이후 도서관을 설립해 외적 형식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도서 사이의 논리적 연관관계에 따라 분류하는 ‘좋은 이웃의 법칙’이라는 도서배열 방식을 제안했다. 바르부르크문화학도서관은 현재도 이 법칙을 도서배열의 근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지식을 통제하는 권력의 기구

앞에서 언급한 많은 도서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역사적 의미를 갖는 도서관이 있다. 바로 조선시대 왕실도서관이자 학술과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었던 규장각이다. 세조 9년(1463) 집현전이 혁파되면서 집현전에서 소장하는 서적들이 예문관으로 옮겨졌다. 이에 세조는 서적이 산일되는 것을 우려하여 양성지에게 서적 관리를 맡긴다. 양성지는 기록물을 관리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절감해 규장각의 설치를 건의하고 숙종은 1694년 규장각을 세운다. 하지만 규장각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알고 있던 것은 정조였다. 정조는 규장각에서 국가적 목적에 의거한 다양한 서적을 편찬했다. 이렇게 간행된 서적은 ‘규장지보’라는 인장을 찍어 규장각 외에 태백산ㆍ오대산ㆍ적상산ㆍ정족산 등의 사고(史庫)에서 보관하게 했다.
규장각뿐 아니라 전 세계 왕립기관 같은 권력기관은 공통적으로 문서보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철저히 기록물을 관리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에게 사회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모든 문서는 위험한 것이었다. 왕립기관의 도서관은 지식을 통제하는 권력의 기구였다. 따라서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경우에도 가장 먼저 약탈한 것은 문화재와 도서였다. 일제강점기에 규장각이 조선총독부로 넘어가고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외규장각 의궤를 약탈한 것이 그 예다. 나라를 빼앗겼던 폴란드도 같은 일을 당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는 폴란드의 국립대학이었던 바르샤바대학도서관을 폐쇄해 폴란드 민족의 정신을 빼앗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이 모든 장서를 대거 불태웠으며 이때 많은 귀중본이 소실되었다. 이후 사회주의 국가가 된 폴란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학도서관 장서의 수집을 막았다.

권력과 기록의 관계는 현재진행형

오래전부터 권력과 기록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조선시대에도 사초(史草)라 부르는 사관(史官)들을 두어 최고 권력자인 왕의 행동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들이 세 번에 걸쳐 수정한 원고는 춘추관과 외사고에 봉안되었다. 봉안된 실록은 왕이라 할지라도 볼 수 없었고 관리를 보내 필요한 부분만 등서(謄書)해 볼 수 있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도서관의 창설자 보들리 경은 출판물과 관계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조합과 계약을 맺고 그들의 기록부에 기재되어 있는 도서를 받았다. 이는 ‘출판인쇄물 납본제도’의 시작이었다. 이 제도는 400년간 유지되었고 현재 많은 나라가 이 제도를 따라 납본제도를 실시해 모든 문서를 체계적으로 수집ㆍ보존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방책은 늘 존재했다. 권력과 기록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동안 역사는 권력가들이 좌지우지했고, 진시황부터 히틀러까지 많은 권력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록을 소각하고 삭제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지식과 문명의 역사는 소각을 버티고 살아남은 책들의 역사다.
지금 이 시각 한국에서도 같은 일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공직자가 아닌 한 개인에게 국가 기록물을 유출한 나라의 수장은 지금 자신의 행적이 기록된 문서를 삭제하기 위해 ‘대통령 지정 기록물’을 지정하고 국민들이 열람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권력과 기록의 관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명비평가 토인비는 “문명은 역사 속에서 반복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시대가 변해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의 기록을 살핀다.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여기서 기록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그 기록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 보존해야 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문명을 보존하고 역사를 기록한 곳이다. 오늘날 다시 한 번 도서관과 기록물의 역사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 *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는 ‘문명의 허브(Hub),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구상’이라는 주제 아래 지난 2007년부터 문명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 『도서관으로 문명을 읽다』는 『문명 안으로』 『문명 밖으로』 『문명의 교류와 충동』 『사상가들 도시와 문명을 말하다』 『문학이론입문』에 이은 문명공동연구 여섯 번째 프로젝트로 총 26명의 학자가 모여 이루어낸 성과물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머리말

파란만장한 역사가 살아 숨 쉬다

독일_바이에른주립도서관 고혜련
영국_영국국립도서관 박지향
타이완_타이완고궁박물원 도서문헌관 박현규
네팔_네팔국립문서실 심재관
덴마크_덴마크왕립도서관 유종필
러시아_러시아국립도서관 이병훈
한국_규장각 이종묵
중국_중국국가도서관 이창숙
러시아_러시아문학연구소도서관 차지원

대학의 심장, 학문의 기쁨

파키스탄_펀자브대학 울너컬렉션 강성용
영국_옥스퍼드대학 보들리언도서관 문희경
한국_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백종현
미국_예일대학 바이네케고문서도서관 서 현
폴란드_바르샤바대학도서관 이민희
미국_하버드대학 와이드너도서관 장경렬
미국_뉴욕대학 밥스트도서관 조철원

세계 지성사의 풍경을 담다

한국_외사고 김문식
일본_호사문고 김시덕
이탈리아_프라토문서고 남종국
독일_바르부르크문화학도서관 안성찬
프랑스_파스퇴르연구소도서관 여인석
독일_안나 아말리아 대공비도서관 전영애
오스트리아_아드몬트수도원도서관 정병설
일본_도요문고 정승혜
이집트_성카타리나수도원도서관 주원준
스위스_장크트갈렌수도원도서관 최윤영

저자약력
발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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