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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서구 지리학 이해 (지구와 다섯 대륙의 우화)
17 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서구 지리학 이해 (지구와 다섯 대륙의 우화)
저자 : 임종태
출판사 : 창비
출판년 : 2012
ISBN : 9788936413286

책소개

한 장의 지도에서 촉발된 낯선 두 지식세계의 만남!

『17,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서구 지리학 이해』는 상반된 세계상을 지닌 동서양이 만나 주고받은 상호작용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본문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7, 18세기에 만나 영향을 주고받은 서양과 중국의 지리학을 개관하는 것을 시작으로, 17세기 이후 중국과 조선 학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논의를 살펴본다. 또한 서구 지리학과 중화주의적 세계상이 만나 양자의 갈등이 부각되고 조정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선교사가 만든 한 장의 지도에서 촉발된 동서양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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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400여년 전 예수회 선교사 마떼오 리치(Matteo Ricci)가 중국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일은 세계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중국 선교를 지상목표로 삼은 예수회사는 서양의 기하학적 우주론과 근대지리학의 성취를 바탕으로 중화주의적 세계상에 균열을 내려 했던 것이다. 그들이 ‘땅은 둥글다’고 전했을 때 이 ‘설’은 중국의 지평론(地平論)과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현대 과학사는 이후 과정을 서양의 우월한 근대 과학지식이 동양의 중세적 지식사회를 ‘계몽’했다고 해석해왔다. 서양 천문·지리학을 접한 중국과 조선의 지식사회는 진보적 수용이냐 보수적 거부냐로 이분되고, 전자가 승리했으며, 과학적 진리에 근거한 서구적 근대화는 역사의 자연스러운 발전경로로 간주되었다. 임종태의 『17,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서구 지리학 인식: 지구와 다섯 대륙의 우화』는 이런 기존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상반된 세계상을 지닌 동서양이 만나 주고받은 상호작용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연구서이다. 선교사가 만든 한 장의 지도에서 촉발된 낯선 두 지식세계의 만남이 각각의 지적 전통 속에서 200여년에 걸쳐 독특한 문화적 혼종(混種)을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과정을 추적한다.



상반된 두 지식체계의 조우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오르겠지만 동서양이 그에 대한 지식체계를 구축한 방식은 아주 달랐다. 두 체계는 16세기말에 극적으로 조우한다. 1584년 마떼오 리치가 중국 광동에 첫 선교 근거지를 확보하고「여지산해전도(輿地山海全圖)」를 제작한 것은 이후 100여년에 걸쳐 진행될 예수회사의 서양과학과 신학 전파의 시작이었다. 땅은 둥글고(지구설), 둥근 것에는 따로 중심이 없으며(중화주의의 부정), 지구상에는 중국을 포함하는 다섯 대륙이 있다(오대주설). 중국의 반대쪽에도 사람과 산천초목, 금수가 사는 세계가 있다(대척지 개념). 이 세계와 삼라만상은 자립적이지 않으며 세계 외부에 그것들을 창조하고 주재하는 신이 존재한다(창조설). 이것이 예수회사의 전언이었다. 예수회사는 기하학적 우주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철학, 근대지리학의 성취와 세계에 대한 박물학적 지식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했다. 빈틈없이 짜인 지식체계는 서양문물의 우월함과 고상함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로서 중국인들이 수천년 동안 지녀온 중심(중국)-주변(야만국)의 인식구도에 균열을 일으켰다. 서양 과학지식은 예수회사의 예상대로 단숨에 중화주의적 세계상을 무너뜨리고 중국 선교라는 지상목표를 달성할 듯했다.

그러나 기원전 5세기 전국시대까지 거슬러오르는 중국의 고전(古典)지리학은 오랜 세월에 걸쳐 보편화된 전통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양의 ‘둥근 땅’에 대비되는 중국 지리학의 고전적 명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天圓地方]는 단지 하늘과 땅의 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양오행과 기(氣)를 기본개념으로 하는 자연철학과 연관되어, 이 명제에서 ‘천원’은 쉼없이 회전하며 우주적 기운을 생성하는 하늘의 강건함을, ‘지방’은 고요히 머물며 하늘의 기를 받아 만물을 일구는 땅의 방정함을, 나아가 천하를 다스리는 군주의 강건함과 덕성을 표상했다. 땅의 실제 모양을 포함한 세계의 구조와 천문현상에 대한 논의는 『산해경』 등에 보이는 신화적 세계인식과 후대의 경험지식이 결합하여 불균질하고 단편적인 추론들이 집적된 형태로 존재했다. 중국과 조선의 지식사회는 지리적 실재를 넘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우주적 질서를 찾으려 했고, 천문관측과 독자적 역법(曆法)을 발전시켜 이 질서를 수학적으로 입증하려 했다. 예수회사가 맞닥뜨린 동양의 지적 전통은 단일하고 일관된 체계가 아니었으며 결코 일방적 이식이 가능한 세계도 아니었던 것이다.



지적 혼종의 탄생

서구 과학지식은 동양의 지적 전통 속에서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그 자체 긴 조정의 과정을 거쳤다. 중국과 조선의 학인들은 외래지식을 자신에게 익숙한 고전지식의 언어로 번역하여 이해했다. 지구설을 수용해가는 중에도 서양 천문·지리학 지식은 고대중국 성인들의 지식이 서양으로 전해져 부활한 것이라 생각되었다(서양지식의 중국기원설). 지구 반대편에도 사람이 산다는 대척지 개념은 사람과 금수, 초목의 본성이 동등하다는 주자학의 특정 학설과 연결지어 해석되었다. 땅이 둥글어도 여전히 중국이 중심일 수 있는 이유를 탐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4원소의 ‘창조’순서 흙→물→불→공기가 주희가 말한 오행의 ‘발생’순서와 다름을 문제 삼았다. 새로운 지식은 동아시아 자연학과 성리학의 심성론 속에서 전래의 지식체계와 접합하면서 복합적인 양상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기독교의 교리는 초기 유교 지식인들에게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기독교에서 유자들은 정치적 불온함을 보았다. 로마제국에 반역한 죄로 십자가에 처형당한 예수의 무참한 죽음은 유교 지식인들에게 민중을 선동하다 처형당한 역사상 반란자들의 행적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천명을 받아 지상세계에 하늘의 질서를 구현한 성인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상제(上帝)의 아들이 뜻을 실현하지 못하고 구차하게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했다’는 것은 하늘을 업신여기는 불경행위였던 것이다.

예수회사는 르네상스 세계지도에서 중심을 차지하던 유럽의 자리에 중국을 그려넣음으로써 토착지식인들의 반발감을 ‘배려’했다. 우주의 구성을 논하면서 고대중국의 혼천설(渾天說)에 등장하는 ‘계란과 노른자’ 비유를 원군으로 동원하기도 했다. 중화주의는 지리적 실재보다 중국의 문화적 중심됨을 가리킨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예수회사가 전한 것은 당대 유럽의 최신 과학지식이 아니라 뉴턴 이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이었으며, 그나마 동양의 전통에 맞추어 세밀하게 조율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합리와 불합리, 상식과 비상식, 정당과 부당이 뒤얽혀 조금씩 지금 우리가 아는 세계상에 가까워지기까지 두 세기의 궤적은 동서양 문화가 혼융하며 타자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갱신하는 과정이었음을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개요

이 책은 서론과 맺음말 외에 6장의 본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과 제2장에서는 17,18세기에 만나 영향을 주고받은 서양과 중국의 지리학을 개관하고 비교한다. 두 지리학은 세계의 모양, 지상세계를 이루는 나라와 문명에 대한 관념과 표현방식만 달랐던 것이 아니다. 지리학은 철학과 종교, 정치이념 등 다른 영역들과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제1장은 지구설과 오대주(五大州) 학설을 중심으로 한 예수회의 지리학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 기독교적 세계상, 천문학과 우주론 등의 요소와 어떤 연관을 맺고 있었으며, 이 지식체계가 중국 선교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본다. 제2장에서는 선교사들의 지리학과 대면한 땅에 대한 중국의 논의전통을 탐색한다. 중국 고전지리학의 다양한 주제와 그 내부에 존재하는 긴장과 균열의 복잡한 지형은 선교사들의 지리학이 중국과 조선 지식사회에서 처하게 될 운명을 상당 부분 좌우했다.

제3장부터는 17세기 이후 중국과 조선 학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논의를 살펴본다. 먼저 제3장은 지구설과 오대주설을 중심으로 한 선교사들의 학설이 얼마나 널리, 심각하게 논의되었는지 살펴본다. ‘우수한’ 외래학설이 토착사회에 ‘보급’된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국과 조선의 지식인들이 선교사들의 의도와 기대로부터 어떻게 일탈해갔는지, 나름의 토착적 논의질서가 어떤 양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우주론과 문헌학을 중심으로 탐색한다. 이를 통해 중국과 조선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200년에 걸쳐 이루어진 다양한 해석이 명말청초 일군의 자연철학자, 18세기 조선의 우주론자, 그리고 18세기 청대 고증학자의 세 경향으로 분기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제4장에서는 지구설과 고전우주론 사이의 여러 이론적 충돌이 부각되고 조정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지구(地球) 관념과 지평(地平)·지방(地方) 관념의 충돌, 대척지의 존재 문제 등에 대한 중국과 조선 학인들의 논의가 전개된다.

제5장과 제6장은 오대주의 세계상을 담은 선교사들의 세계지도와 지지(地誌)에 토착 학인들이 보인 반응을 다룬다. 중국을 넘어서는 넓은 세계와 그 속의 다양한 나라를 다룬 세계지도와 지지는 일반적 세계상에 관한 쟁점으로 쉽게 비화되었다. 넓은 세계와 다양한 민족의 존재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상식’의 정당성을 위협함으로써 중국과 조선 학인의 중화주의적 세계상에 도전했다. 제5장과 6장에서는 서구 지리학설을 받아들인 이들 대다수가 선교사들의 지리학과 중화주의적 세계상을 양자택일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양자의 갈등을 조정하려 했음을 보여줄 것이다. 이러한 조정을 통해 중화주의적 세계상, 나아가 그들의 ‘상식’이 서양 지리학이 제시한 지구와 오대주의 폭넓은 지평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물론 기존 상식을 지구적 지평으로 확장하려는 이 조정의 시도는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그 ‘상식’에 중요한 균열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선교사들이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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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서남동양학술총서 간행사|21세기에 다시 쓴 간행사
책머리에

서론

제1장 베드로의 그물 : 서구 지리학과 선교
1. 명말청초 예수회 선교사들의 서양 지리학 소개
2. 지구와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
3. 오대주의 지리학과 선교

제2장 땅에 대한 중국의 논의 전통
1. '지방' : 땅의 모양에 대한 이상화된 표상
2. '지평' : 땅의 실제 모양에 대한 논의들
3. 낙읍과 곤륜산 : 땅의 중심에 대한 관념
4. 광대한 세계의 지리학
5. 지리지와 지도의 전통

제3장 17, 18세기 서구 지리학 논의의 패턴
1. 서구 지리학에 대한 논의의 확산과 심도
2. 서구 지식체계의 해체와 분산
3. '우주론'과 '문헌학' : 논의전범의 형성과 역사적 전개

제4장 대척지와 대기의 회전 : 지구설 논쟁
1. 지평론의 응집
2. 인력과 기 : 대척지를 둘러싼 논쟁

제5장 추연과 마떼오 리치 : 서구 세계지도와 세계기지의 유통과 영향
1. 서구 세계지리의 유행
2. 서구 세계지리와 추연의 학설
3. 세계지리와 세계지도의 변화

제6장 지구와 상식 : 서구 지리학과 중화주의적 세계상
1. 지구 위의 중심 : 서구 지리학과 중화주의적 세계상의 조정
2. 지구와 상식
3. 지구와 개방적 세계상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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