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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꽃피는 고래
저자 : 김형경
출판사 : 창비
출판년 : 2008
ISBN : 9788936433659

책소개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작가 김형경의 소설!

김형경 장편소설『꽃피는 고래』. 인간 심리의 굴곡과 그늘을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포착해온 작가 김형경이 〈외출〉 이후 2년 만에 펴낸 소설이다. 열일곱 살 소녀 니은이와 그 주변인물들의 교감을 통해 인간이 가혹한 상실의 경험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그려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 특유의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엿볼 수 있다.

자신이 인도 공주의 후손이라고 믿는 엄마와 아랍 상인의 후예라는 아빠를 둔 니은이는 아빠의 고향인 처용포와 지금은 금지된 고래잡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으면서 아빠의 고향인 처용포에서 지내게 된 니은이는 달라진 삶을 슬퍼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에 빠진다.

엄마 아빠를 떠나보낸 후 혼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던 니은이는 포경금지령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장포수 할아버지와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는 왕고래집 할머니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방황을 한다. 그러나 장포수 할아버지, 왕고래집 할머니, 영호언니 등의 따뜻한 위로에 서서히 마음이 풀리기 시작하는데….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사람 풍경』,『천개의 공감』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작가 김형경의 신작장편소설
모든 것이 바뀐 한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세상과 관계맺기 위해 애쓰면서, 그 과정에서 더듬거리고 왜곡되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포착해온 작가 김형경이 〈외출〉 이후 2년 만에 창비에서 신작장편 『꽃피는 고래』를 출간했다. 세상에서 다시 없을 만큼 가혹한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열일곱살 소녀 ‘니은’이와 그 주변인물들의 교감에 실어 그려낸다. 주인공 화자는 열일곱살 소녀지만 이 소설은 청소년의 성장담을 넘어선 보편적 울림을 갖는다. 어른의 표정과 몸짓을 지니고 사는 우리 모두의 내면 한구석에는 아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 모두는 돌이킬 수 없이 소중한 것들을 잃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고, 그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따라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김형경은 상실-극복의 이야기에 개발과 성공의 신화가 현대인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앗아간 것, 원형성적 신화의 세계를 겹쳐 대비시킨다. 주인공이 찾아든 아빠의 고향 처용포는 ‘고래’로 상징되는 바다의 원형성을 간직한 고장에서 국내 최대 공업단지의 일부로 변모하는 중이다. 거기에는 아직 ‘최고의 고래잡이’의 기억을 붙들고 놓지 못하는 존재와, 평생을 헌신과 바람으로 살아와 집착을 끊어버린 할머니가 있다. 바다를 지키는 신화 같은 바다동물이 있고, 기적처럼 고래가 돌아온다. 깊은 슬픔 속에서 신화의 끝자락이 되살아나고,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따스함을 붙들고서 니은이는 비로소 자신의 슬픔 바깥으로 한발을 내딛는다.
누구나 운명이 바뀌는 생의 한순간,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애도하는 지혜를’ 눈물겹게 배우며 성숙해지는 니은이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신화가 된 열일곱 니은이의 이야기

자신이 인도 공주의 후손이라고 믿는 엄마와, 아랍 상인의 후예라는 아빠를 둔 열일곱살 ‘니은’이는 아빠의 고향인 처용포와, 지금은 금지된 고래잡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어느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를 한꺼번에 잃고 아빠 고향인 처용포에서 지내게 된 니은이는 모든 것이 달라진 자신의 삶을 슬퍼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한 무기력에 빠진다.

이제 나는 모든 것이 바뀌는 한순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엄마 아빠가 처용과 황옥 놀이를 하고 있었을 그날 이후 나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발밑에 굵은 선이 그어지고 모든 것이 그날 이전과 그날 이후로 나뉘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할 줄 아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밥을 지을 줄 몰랐고 사과를 깎을 줄 몰랐다. 세탁기를 돌릴 줄도, 학교에 갈 줄도 몰랐다. 세상은 내 바깥으로 지나가고 나는 세상과 무관한 사람이 되었다.

처용포에는 포경금지령으로 발이 묶인 채 금지령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뒷산을 사철나무숲으로 가꾸어온 장포수 할아버지와 일흔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러 다니는 왕고래집 할머니가 계셔 부모 잃은 니은이를 따뜻하게 돌보아준다. 학교에 나가지도 않고 처용포에 내려와 있는 니은이를 보러 중학교 때 친구 ‘나무’가 처용포에 오지만 전과 다름없이 발랄한 나무를 바라보는 니은이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다. 니은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은 외로움은 알 수 없는 분노로 바뀌고, 자신의 상처를 돌아봐주지 않고 무심한 나무에게 서운하기만 했던 니은은 사촌언니의 신분증을 빌려주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선해준 나무에게 끝내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고 나무를 떠나보낸다.

내가 어디까지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입을 열 때마다 치명적인 것들이 튀어나갔다. 칼날, 표창, 독침 같은 것들이 내면에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나무는 몸을 돌려 내게서 멀어졌고 그길로 서울로 돌아갔다. 나는 나무를 잡을 수 없었다. 그 순간에도 내면에서는 칼날들이 회오리치고 있어, 내 손이 닿으면 나무가 더 크게 다칠 게 분명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지만 사흘만에 유리창을 깨는 사고를 치고 다시 처용포로 돌아온 니은이는 장포수 할아버지의 제안으로 고래배를 손보는 일을 함께하기로 한다. 열여섯에 처음 고래배를 타고 평생을 고래와 씨름했던 장포수 할아버지는 고래축제와 고래박물관을 약속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고래배를 건네주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바다에 나갈 수 있게 허가를 맡아달라는 조건을 건다. 한편 한글을 몰라 노래방에 가는 것이 가장 두려웠던 왕고래집 할머니는 한글교실에서 받아온 숙제를 니은이에게 도와달라고 청한다. 무심하기만 했던 남편과, 애면글면 기른 딸 이야기 등 지나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서툰 한글로 써내려간 할머니의 숙제들을 읽으며 니은이는 직접적인 조언이나 충고보다 훨씬 더 울림이 큰 감동을 받는다.
서울로 돌아온 니은이는 학교에 가기로 마음먹지만 오랜 연락두절로 휴학처리가 되었음을 알게 되고, 한때 좋은 감정을 품었던 남자친구도 예전처럼 멋져 보이지 않고, 니은이를 가증스럽다며 따돌리던 미유를 따라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노래방에 가보기도 했지만 가슴 한구석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느낀다. 그러던 중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나무가 사촌언니의 사진전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온 날 교통사고를 목격한 니은은, 불현듯 사고를 당해 죽어갔던 엄마 아빠의 마음을 한번도 헤아리지 못했던 자신을 깨닫는다. 나무 사촌언니의 전시를 구경하고 언니네 선배들의 공연을 보러 간 자리에서 니은이는 여행자금 마련을 위한 행사에서 한 달간 매일 한 통의 문자메씨지와 한 달 뒤 두 통의 엽서를 보내주겠다는 영호언니의 경매품을 산다. 문자메씨지에서 추천했던 나들이 코스에 나섰다가 들른 엄마 아빠의 공원 묘역에서 니은은 지금까지 느꼈던 슬픔과 외로움과 분노 대신 낯선 감정과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엄마 아빠는 괜찮을 거야. 왕고래집 할머니도 그렇게 말했어. 지금은 거기서 잘 있을 거야. 나는 숨쉴 때마다 그 생각을 반복했다.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그런 다음 엄마 아빠 없이 살아갈 내 삶의 아주 먼 미래까지 생각해보았다. (…) 나는 주어를 바꾸어 다시 생각했다. 나는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살 것이다. 나는 혼자 힘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엄마 아빠 없이 남자친구를 사귀고 결혼할 것이다. 엄마 아빠 없이 직장에 들어가고 휴가여행을 떠날 것이다. 주어를 바꾸자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음속에 이상한 힘이 생기며 등이 똑바로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힘의 느낌을 잘 기억해두기로 했다.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 나도 괜찮을 거야. 그 생각을 하자 다시 눈물이 흘렀지만 등의 힘은 그대로였다.

엄마 아빠를 떠나보낸 후 석 달 동안 슬픔에 빠져 있을 뿐이었고, 어떻게든 혼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으나 도무지 그 방법을 찾을 길이 없었던 니은이는 영호언니가 보내준 문자메씨지의 따뜻한 위로에 서서히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다. 다시 고래축제로 설레는 처용포로 돌아온 니은이는 왕고래집 할머니의 한글교실 졸업식에서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쓴 딸에게 보낸 편지를 들으며 “내가 있다고 믿으면 있고, 없다고 믿으면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고래축제 전날 장포수 할아버지는 할 일이 남았다며 니은이를 먼저 들여보내고, 고래축제날 니은이는 장포수 할아버지와 고래배가 모두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 아빠처럼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린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곧 할아버지에 대한 이해로 바뀌고, 영호언니의 마지막 엽서에 답장을 쓰면서 니은이는 혼자서 헤쳐나갈 앞날의 이야기를 꿈꾼다.

상처를 치유하는 힘, 공감과 위로

김형경은 80년대 젊은이들의 치열한 삶과 소진된 열정을 그린 장편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로 1993년 제1회 국민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익숙한 일상에 감춰진 폭력과 가족문제를 섬세하게 파헤쳐 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꼽혀왔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는 여성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분노와 욕망을 심리적으로 추적해 들어가거나, 다음 장편인 『성에』에서는 정신분석의 이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작품에 접목하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 발표한 심리치유 에쎄이 『천 개의 공감』은 타인과 관계맺기를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직접 상담을 통해 치유해준다. 이렇게 김형경은 인간심리의 굴곡과 그늘을 어루만져주는 공감과 위로의 손길을 아끼지 않는 작가이다.
그의 신작장편 『꽃피는 고래』는 현대 독자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 누구나 삶을 살다보면 마주치는 상처에 당당하게 맞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꽃피는 고래』에 대해 “태고의 신화가 사라진 시대, 따스한 조언이 사라진 시대, 그리하여 아름다운 성장소설이 사라진 시대, 현란한 정보들이 해일처럼 밀려들지만 치밀한 이야기꾼의 메씨지가 사라진 시대에, 처용포의 가녀리고 구슬픈 신화가 짙은 한숨을 토해낸다”고 평한다. 열일곱에 부모를 잃고 “고아보다는 어른이 되기로” 결심한 니은이 주위에는 상처를 보듬어줄 만한 따스한 조언을 직간접적으로 해주는 멘토(mentor)들이 존재한다. 자신들의 삶을 가감없이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어른이 된다는 것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온몸으로 증거한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 한 달간 다양한 문자메씨지로 니은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영호언니 등과 나눈 멘토링은 비단 니은이뿐 아니라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까지도 온기를 불어넣어줄 만하다. 특히 영호언니가 보낸 문자메씨지들은 익숙한 일상의 국면을 새롭게 하고 작가 김형경 특유의 섬세한 공감과 위로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흐린 날. 오후에는 바람도 분대요. 따뜻한 국물 마시고 든든하게 하루 시작하세요.’
‘오늘부터 마임 배우러 갑니다. 새로운 언어를 만나는 일은 늘 설레네요. 두근두근.’
‘하기 싫은 일을 하러 가는 날입니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광합성하기에 좋은 볕이네요. 축축한 몸도 마음도 내다 말립시다!’
‘우주는 아기 밥그릇 속에, 악몽은 내 머릿속에, 얼룩말은 아프리카에, 사랑은 냉동실 안에 산다.’
‘느슨한 연대가 갖는 미덕과 불편함 사이에서 늘 생기는 갈등. 난 이걸 극복해야 일인 조직의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시무룩한 하늘이 조금 웃네요. 번뇌가 깊어지면 꽃이 핀다는데, 아직 그런 기미는 없네요.’

어른이 되는 법,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니은이 스스로 찾아낸 답은 비단 어른이 되는 법일 뿐 아니라 상처를 이겨내고 성숙해지는 핵심적인 지침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된다는 것의 핵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나이를 먹고 몸이 커지고, 고래배를 타거나 시집을 가는 것 말고, 엄살, 변명, 핑계, 원망 하지 않는 것 말고 중요한 것이 그것 같았다. 자기 삶에 대한 밑그림이나 이미지를 갖는 것. 그것이 쨍쨍한 황톳길을 땀흘리며 걷는 일이든, 미끄러지는 바위를 한사코 굴려올리는 일이든, 푸른 하늘에 닿기 위해 발돋움하는 영상이든.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의 제목 “꽃피는 고래”는 장포수 할아버지가 니은이에게 들려준 고래잡이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맨 처음 고래잡이를 나간 바다에서 잡은 고래가 마지막 숨을 내뿜은 순간 함께 뿜어져나온 핏줄기가 꼭 ‘꽃’과 같다 해서 ‘꽃핀다’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한다. 누구나 삶에서 예기지 못한 상처와 슬픔을 받기도 하고, 그런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하고, 끝내 훌훌 털고 일어나기도 한다. 마치 마지막 숨을 내뿜은 고래의 모습이 역설적이게도 꽃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듯이, 제아무리 깊은 상처라 해도 그 상처를 이기고 한층 성숙해져가는 모습은 진정 꽃처럼 아름다움을 작가 김형경은 열일곱 니은이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태고의 신화가 사라진 시대, 따스한 조언이 사라진 시대, 그리하여 아름다운 성장소설이 사라진 시대. 현란한 정보들은 해일처럼 밀려들지만 친밀한 이야기꾼의 메씨지가 사라진 시대에, 처용포의 가녀리고 구슬픈 신화가 짙은 한숨을 토해낸다. 김형경은 신화가 짓밟힌 바로 그 자리에서 꿋꿋하게 신화를 애도하는 열일곱 소녀 ‘니은이’의 이야기로 또 하나의 옹근 신화를 빚어낸다.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상실을 경험한 뒤에야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익숙하고 무의미한 존재들이 낯설고 신비로운 신화의 빛깔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애도하는 지혜임을, 니은이는 눈물겹게 배워나가는 중이다. 이제 더이상 아무것에도 놀라지 않는 기술에 통달한 현대인에게, 김형경은 이 모든 상투성을 ‘기적’으로 요리하는 신화적 부활의 레시피를 선물한다. 이 소설은 모든 것을 잃어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생의 그라운드제로’에서, 혹독하게 찢겨 피를 철철 흘리는 상처의 틈새를 통해서만 배워지는, 울어지는, 마침내 웃어지는 삶을 그린 눈물의 벽화다.
-정여울(문학평론가)

정면으로 바라보아야만 통과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있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을 때, 과거는, 지루한 정지화면이 되어 평생 나를 괴롭힌다. 스무살 입구에 서 있는 니은은 바다를 바라볼 줄 안다. 그것도 진짜 볼 줄 안다. 진짜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니은은 바다를 보면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니은은 파도를 보면서, 바위를 보면서, 거기에서 이야기를 상상해낸다. 이야기는 돌고도는 것임을 니은은 안다. 사물도 돌고돌고, 기억도 돌고돈다는 것을. 언젠가 우리 모두 다 신화가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그 아이는 내게 묻는다. “이제 알았어요? 고래는 왜 신화처럼 숨을 쉬는지.” 그걸 알고 있는 니은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조금씩 살이 붙고 색이! 덧칠해질 것이다.”
-윤성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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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신화처럼 숨쉰다는 것
온종일 해변에서
비행기가 바다에 내릴 때
미국자리공 그늘
남 같은 나
내 몸속의 물고기들
유관순 언니에게 묻고 싶은 것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내 마음의 압력밥솥
꽃 피는 고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
국화를 시들게 하는법
지난날 내린 눈은 어디 있는가
슬픈 귀신고래
한바다에서의 황홀
바다에서 건져온 몇가지 의문
그 노래가 몸을 묶었다
소나무가 울고 있을 때
내게 이야기를 해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시간이 흘러가 쌓이는 곳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처용을 아십니까?
고래배가 돌아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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