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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자 사회 (역사, 구조, 사회화)
한국의 과학자 사회 (역사, 구조, 사회화)
저자 : 김환석|김동광|조혜선|박진희|박희제
출판사 : 궁리
출판년 : 2010
ISBN : 9788958201960

책소개

우리나라 과학계가 현재 당면한 현실적 문제들과 대안을 모색하다!

과학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삶을 매개하고 규정짓는 핵심적 요소가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갖는 핵심적 위치와 그 역설적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늘날 과학을 생산하는 전문가 집단 즉 '과학자사회'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은 다른 지식이나 문화와는 달리 고도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뚜렷하며, 과학활동은 개인 혼자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전문가 집단의 검토와 인정을 받아야 비로소 '과학'이 되기 때문이다. 과학이 오늘날 보이고 있는 모습은 오랜 시간에 걸친 과학자사회의 집단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한국의 과학자사회』에서는 국내의 특수한 역사적ㆍ문화적ㆍ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성격의 과학자사회가 형성되어 작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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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늘날 과학이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오랜 시간에 걸친
‘과학자사회’의 집단적 산물이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후발주자이기는 했지만 이제 선진국과 상당히 근접할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국내 학계에서는 과학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과학자들의 사회적 성격에 대해서 아직 관심이 높지 않고 그 연구 수준 또한 그리 높지 않다. ‘과학자사회’라는 연구주제는 서구 학계의 경우 과학사회학의 초기 중심테마였으므로 이미 새로운 주제가 아니지만 국내 학계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도된 바가 없는 접근을 통해 과학활동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과학활동을 분석한다 하면 과학자 개인의 차원에서 그들의 이론 또는 발견을 분석하거나 기껏해야 과학활동의 내용 자체에는 영향을 못 미치는 무정형한 인력범주로서의 과학자 집단(기초과학자, 과학기술인력, 이공계 등)을 연구대상으로 다루어온 것이 고작이었다.

오늘날 과학자는 독립적 개인이 아니라 ‘과학자사회’의 일부인 대학교육을 통해 특정한 전문성과 가치를 체화한 행위자로 체계적으로 양성된다. 이렇게 탄생한 과학자는 이후 대학, 연구소, 기업 등에 취직하여 피고용인이 되고, 국가 또는 기업이 후원하는 분야의 연구를 대개 팀을 이루어 수행하며, 그 연구의 질은 자신이 속한 학회 등 전문가집단의 평가와 통제에 맡기고 있다. 한마디로 오늘날 과학자는 그 탄생에서부터 연구수행과 사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과정이 ‘과학자사회’에 의해 관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학자사회’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고 왜 과학자사회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할까? ‘과학자사회’ 또는 ‘과학공동체’는 영어의 ‘Scientific Community’를 우리말로 번역한 개념이다. 이 말을 처음 창안하여 사용한 사람은 물리화학자 출신의 과학철학자인 마이클 폴라니였다. 폴라니는 1942년 2월 맨체스터 문학·철학 학회에서의 연설을 위해 작성한 그의 논문 「과학의 자치」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당시 그가 이 논문을 쓰게 된 것은 2차대전 직전인 1938년부터 영국의 과학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과학의 계획화’ 논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존 버널 등 사회주의적 과학자들의 주도로 과학의 계획화 운동이 확산되자, 이를 반대하고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순수과학을 옹호하기 위해 앞장선 과학자들의 대표가 바로 폴라니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학계에서 ‘과학자사회’ 개념을 널리 퍼뜨리고 중요한 연구의 주제로 만든 것은 로버트 머턴의 과학사회학과 토마스 쿤의 과학사·과학철학이었다고 할 수 있다. 머턴과 쿤 이전에는 과학이란 것이 진리를 탐구하는 합리적인 개인 과학자들의 활동이라고 당연하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반하여 머턴은 확증된 지식으로서의 과학이 발전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개인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과학자 집단이 지닌 독특한 규범과 보상체계 등 제도적 특성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쿤은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은 패러다임의 교체에 의해 불연속적으로 이루어지며 특정한 패러다임을 신봉하는 과학공동체는 내부 성원들을 결속시키고 외부와 경계를 짓는 행동규범과 평가기준 그리고 사회화의 기제를 발전시킨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의 과학자사회: 역사, 구조, 사회화』는 우리나라의 과학계가 현재 당면한 현실적 문제들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예컨대 생명공학을 둘러싼 윤리적 논란에서 볼 수 있는 과학자사회의 가치와 일반사회의 가치 사이의 충돌, 현재의 국가연구비 배분 및 연구개발 평가시스템의 투명성과 형평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불만, ‘이공계 위기’ 논의에서 드러나는 과학자들의 정체성 혼란과 상대적 박탈감, 과학계와 인문사회계 사이의 ‘두 문화’ 장벽 등은 모두 과학자사회의 규범구조, 보상체계, 계층화, 사회화과정 등을 연구해야 문제의 근원 및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내면화하고 있는 성장주의, 이로 인한 기초과학의 상대적 소외, 과학부문에 대한 여성의 참여 부족 등도 역시 우리나라 과학자사회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성별 구조화 등을 연구해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연구는 장차 우리나라의 과학활동이 어떻게 사회와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 과학자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방향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과학자사회의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근대사회와 긴밀한 연관을 맺으며 근대과학이 발생하고 다른 사회조직과는 구별되는 자율성을 지닌 집단으로 과학자사회가 형성된 서구와 한국을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구 과학자사회는 근대 시기 실험적·수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새로운 지식생산집단으로서 종교집단 혹은 정치집단과 차별성을 갖게 된다. 과학자집단은 종교적 교리나 정치적 당파를 좇지 않고 새로운 방법론에 근거하여 파악한 ‘자연의 책’에 기초하여 세계를 판단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었다. 이것이 근대 과학이 지닌다는 객관성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 객관적 과학은 18~9세기 그 실천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제도적 권위를 획득하는 데도 성공한다.

이에 반해 한국 과학자사회는 초기 과학자사회 형성과정에서부터 식민지배의 극복이라는 사회·정치적 과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된다. 객관적 지식생산의 담당자로서 사회적 의제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서구 과학자의 이미지가 식민지 과학자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사회적 담론에서도 도구적 과학론이 지배적이게 되면서 사회적 의제에 봉사하는 과학자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이미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의 정치적 상황 역시 식민지 시기와 유사하게 과학자들에게 자율적 공간을 허용하지 못했고, ‘근대화’, ‘산업화’라는 국가적 과업을 수행해야만 했던 것이다. 민족, 국가 등의 사회적 의제에 우선적으로 봉사하는 과학자 역할이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 하에서 과학자사회에 내면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사회적 쟁점들에 독립적으로 발언하는 대표적인 과학자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런 역사성이 만들어낸 한국 과학자사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수행하는 기간 동안 가장 큰 에피소드는 역시 ‘황우석 사태’란 커다란 사건이 뜻하지 않게 터진 일이라고 연구진은 전한다. ‘황우석 사태’는 단지 한 유명한 과학자의 연구부정행위라는 좁은 의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자사회의 역사적 형성과 그 결과로서 국가와 과학자사회의 특수한 관계, 그리고 오늘날 과학자사회의 규범과 보상체계 및 계층화 등의 복합적 측면들을 망라해서 보여준 집약적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의 과학자사회: 역사, 구조, 사회화』는 우리나라의 과학자사회에 대한 다각적 측면의 분석을 다양한 연구방법을 통하여 시도하는 최초의 본격적인 학문적 탐구로서 그 의의가 크다. 즉 한국의 과학자사회에 대한 역사적·구조적·미시적 분석을 모두 시도하며,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나라 과학자집단의 핵심적 특징을 밝히려 했다. 이러한 작업은 학문적으로 획기적인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관련 정책의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1부에서는 한국 과학자사회를 역사적으로 개관하는 것을 연구 내용으로 한다. 근대사회와의 긴밀한 연관을 맺으며 근대과학이 발생하고 다른 사회 조직과는 구별되는 자율성을 지닌 집단으로 과학자사회가 형성된 서구와 한국의 경우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근대 과학자가 처음으로 출현하여 과학자사회를 이루어가던 시기는 일제강점기라는 식민지 상황이었고, 과학자사회가 성장기로 접어들던 시기는 정치적으로 군사독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1부에서는 일차적으로 거시적인 사회 변동과 한국 과학자사회가 태동하여 정착해가는 역사적인 과정을 정리하고 시기별 특성을 개괄하도록 한다. 거시적인 사회 변동이 한국 과학자사회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또한 한국의 과학자사회는 이러한 변동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게 된다. 이는 하나의 집단으로서 과학자사회가 한국이라는 국지적인 조건에서 서구와 어떤 차이를 보이며 형성, 성장하게 되는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과학자사회에 대한 구조적 분석을 시도한다. 1부의 연구가 과학자사회와 그 제도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분석하였다면, 2부에서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학자사회의 구조가 지닌 제도적 특성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과학 제도에 대한 연구는 기능주의 사회학자이자 과학사회학의 태두로 간주되는 머턴에게서 시작되었다. 그는 과학자들이 확증된 과학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과학자들에게 독특한 규범구조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머턴의 과학제도 사회학은 과학을 고무시켰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연구에서 과학을 다른 제도들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제도로 만든 에토스에 대한 연구로 발전했다. 그는 독특한 과학의 에토스를 이루는 네 가지 제도적 요구(institutional imperative)로 진리 주장이 관찰이나 이전의 확증된 지식과 일치하는 비인격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보편주의’, 과학의 발견들은 사회적 협력의 산물이며 개별 생산자의 권리가 엄격히 제한된다는 ‘공유주의’, 과학의 공적이고 검증가능한 성격으로 인하여 다른 전문분야들에 비해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탈이해관계’, 그리고 경험적이고 논리적인 기준에 근거해서 가치판단을 보류하고 지식주장을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조직화된 회의주의’를 들었다. 또한 머턴과 그 제자들의 후속 연구를 통해 이 네 가지 규범 이외에 독창성, 겸양, 합리성 및 개인주의 등이 추가되었다.

3부의 연구는 1부와 2부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과학자의 정체성과 사회화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한국의 과학자들이 어떤 사회적 가치와 정체성을 공유하는지 그리고 한국 과학자의 생애주기별 사회화 과정과 사회화의 기제는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한국 과학자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사회화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는가? 사회학적 문헌에서 과학자사회의 사회화 과정은 특히 두 가지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첫 번째는 전문가 집단의 사회화 과정에 대한 공통의 관심으로 전문직 종사자들의 윤리적 책임과 관련하여 집단적 가치와 규범의 내면화 과정에 대한 강조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지식의 전수과정에서 인지적 규범과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이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 사회화’의 특수한 형태인 과학자의 사회화는 아직 학문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영역이다. 이에 3부에서는 우리나라 과학자의 정체성을 사회적 가치관과 인지구조의 두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화 과정을 과학자의 생애주기별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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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감사의 말

서론
01. ‘과학자사회’의 개념과 연구의 의의

1부 역사적 접근―한국 과학자사회의 형성
02. 한국 과학자사회의 기원
03. 해방공간과 과학자사회의 이념적 모색
04. 박정희 시대의 과학과 동원된 계몽―‘전국민과학화운동’을 중심으로
05. 과학자의 전국조직 결성―‘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탄생을 중심으로
06. 한국 대학에서의 과학연구의 성격과 변화
07. 연구자집단의 성장과 변천―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2부 구조적 접근―한국 과학자사회의 구조
08. 한국 과학자들의 과학자사회 규범에 대한 인식과 평가
09. 우리나라 과학상을 통해서 본 보상체계의 특성
10. 한국 과학자사회의 불평등―마태효과
11. 한국 과학자사회에서의 규범과 연구부정행위의 관계―머턴-주커먼 명제의 검토
12. 과학부정행위의 구조적 원인과 과학상업화의 영향

3부 미시적 접근―한국 과학자의 사회화와 정체성
13. 이과 대학원생의 정체성 구성과 사회화
14. 대학원생들의 실험실경험과 과학자 되기―암묵지와 과학자사회 규범의 전수
15. 한국 이과계 대학원 실험실문화의 특성
16. 이과 대학원생의 사회화와 다양성―실험실을 중심으로

부록
표본 특성 및 설문지

설문조사 및 포커스그룹 인터뷰 자료 개요
현직 과학자 설문지
대학원생 설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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