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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최인호 유고집)
눈물 (최인호 유고집)
저자 : 최인호
출판사 : 여백
출판년 : 2013
ISBN : 9788958662228

책소개

마지막까지 작가로서 죽고자 한, 최인호의 고백.

최인호 유고집『눈물』은 작가 최인호의 마지막 비밀 원고를 공개한 책이다. 2008년 암 진단을 받은 작가 최인호는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죽고자 했고, 이에 깊은 밤, 탁상 앞에 앉아 자신의 고통과 정직하게 마주한 채 한 자 한 자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 작가는 새로운 눈으로 삶과 죽음을,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그리고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신의 기적을 바라보고 기록했다.

더불어 최인호의 동갑내기 동무 이해인 수녀와 오고간 정다운 편지들, 평생 동안 형과 아우로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었던 배우 안성기의 추도사, 초등학교 때부터 평생을 함께해 온 죽마고우 이장호 감독의 작별인사 등을 비롯하여 작가 최인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고백하는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았다.

그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 가운데서도 감상이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이 책은 죽음 앞에서, 그리고 신 앞에서 진실하게 슬퍼하고 진실하게 기뻐하는 한 작가의 내면 일기라 할 수 있다. 생명의 경이, 죽음의 신비, 영혼의 광채, 만남과 이별, 그리고 구원까지 날 것 그대로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작가 최인호가 걸어간 인간주의 문학의 가장 진실한 증명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쌓여진 책 더미 사이에서 발견된 미공개 원고 200매!

‘고통의 축제’ 속에서 눈물로 기록한
‘인간 최인호’의 내밀한 고백

최인호 유고집 『눈물』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 눈물로 탁상의 옻칠을 지울 만큼 저의 기도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탐스러운 포도송이 모양으로 흘러내린 탁상 겉면의 눈물 자국도 제게는 너무나 과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알코올 솜으로 닦으면 영영 눈물 자국이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알코올이 증발해 버리자 이내 눈물 자국이 다시 그대로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본문 중에서

2008년 암 진단을 받은 작가 최인호는 세상과 단절한 채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죽고자 했다. 육신의 아픔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이러한 그의 열정을 파괴할 수 없었다. 깊은 밤, 탁상 앞에 앉아서 그는 자신의 고통과 마주한 채 한 자 한 자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고독과 눈물, 그리고 사랑의 언어로.

□■■최인호의 비밀 원고―
“사랑하는 벗에게 띄우는 ‘인간 최인호’의 마지막 고백”


“2013년 9월 15일 최인호 베드로는 다시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9월 23일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는 마지막 병자성사를 집전하셨습니다. 최 베드로는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9월 23일 오후 딸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아니…” 그 다음 날 다시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아니…” 다음 날, 9월 25일 같은 시간에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 그리고 2013년 9월 25일 저녁 7시 02분, 작가 최인호는 선종하였습니다. 최 베드로가 주인공이었던 1인극 ‘고통의 축제’는 이로서 막을 내렸습니다.”
-본문 중에서

작가는 기나긴 ‘고통의 축제’를 마치고 홀연히 별들의 고향으로 떠났다. 문학을 넘어 우리나라 문화계 전체의 지형도를 바꾼 우리시대의 거인, 최인호. 그 불꽃같은 혼의 흔적이 포도송이 같은 하얀 눈물 자국으로 남았다. 그가 떠나간 작업실, 덩그러니 놓인 빈 탁상 위에 배어 있는 하얀 눈물 자국… 그리고 쌓여진 책 더미 사이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그의 육필 원고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가는 깊은 밤 홀로 깨어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는,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세상에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르는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벗이여’로 시작되는 인간 최인호의 고백인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자백, 『눈물』이다.

“오늘은 2013년 새해 첫날입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힘을 주시어 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수 있게 하소서. 주님은 5년 동안 저를 이곳까지 데리고 오셨습니다. 오묘하게. 그러니 저를 죽음의 독침 손에 허락하시진 않으실 것입니다. 제게 글을 더 쓸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어 몇 년 뒤에 제가 수십 배, 수백 배로 이자를 붙여 갚아 주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눈물』은 작가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의 최인호, 그의 영적 고백이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 작가는 새로운 눈으로 삶과 죽음을, 인간의 아름다움과 곡진한 슬픔을, 그리고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신의 기적을 바라본다. 죽음과 마주한 고독한 영혼의 울림―『눈물』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최인호의 깊고 내밀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절대고독의 단독자가 된다. 어찌 외롭지 않았으랴. 어찌 두렵지 않았으랴. 그러나 작가 최인호는 자신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애써 포장하려 들거나 그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정직하게 절망했고, 정직하게 다시, 일어섰다.

최근에 저는 서너 차례에 걸쳐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아직도 병중에 있습니다. 며칠 전,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진과 말씀들을 엮은 『그래도 사랑하라』라는 책을 읽다가 어느 한 구절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추기경님의 고독’에 관한 고찬근(루카) 신부님의 증언이었습니다.

“2008년 5월 23일.
오늘은 좀 무거운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고 신부, 고독해 보았는가.’
‘나는 요즘 정말 힘든 고독을 느끼고 있네. 86년 동안 살면서 느껴 보지 못했던 그런 절대 고독이라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데도 모두가 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고, 하느님마저 의심되는 고독 말일세. 모든 것이 끊어져 나가고 나는 아주 깜깜한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느낌일세. 세상 모든 것이 끊어지면 오직 하느님만이 남는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시려고 그러시나 봐. 하느님 당신을 더 사랑하게 하려고 그러시는 거겠지?”

감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깊은 고독’ 속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그 고독이 ‘하느님께서 과연 계신 것일까 하는 악마적 의심’마저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 고독과 의심의 두려움은 제게 있어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 생명의 저녁에 나는 ‘빈 손’으로 당신 앞에 나아가겠나이다.”
-본문 중에서

병이 깊어갈수록 오히려 작가의 정신은 더 맑고 깊어졌다. 작가 최인호는 신을 향해 ‘빈손’으로 나아가길 꿈꾸었다.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움으로써 작가 최인호는 신 앞에 벌거벗은 영혼으로 선다. 벌거벗은 영혼은 날것 그대로의 삶과 죽음을 본다. 생명의 경이, 죽음의 신비, 영혼의 광채, 만남과 이별, 그리고 구원… 『눈물』은 신 앞에 선 자가 보내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며, 동시에 그에 대한 응답이다.

작가 최인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마지막 편지를 띄우며 사랑하는 벗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벗이여.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억지로, 강제로 내 생명을 연장시키려
노력하지 말 것을 부탁합니다.

2013. 1. 1. 잠들려 하기 전
-본문 중에서

□■■동갑내기 동무 이해인 수녀, 배우 안성기, 감독 이장호, 작가 오정희, 김홍신 등 최인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내온 감동의 편지

한국 문학의 큰 별 최인호가 떠나간 뒤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편지가 잇달아 도착했다. 『눈물』은 최인호의 동갑내기 동무 이해인 수녀와 오고간 정다운 편지들, 평생 동안 형과 아우로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었던 배우 안성기의 추도사, 초등학교 때부터 평생을 함께해 온 죽마고우 이장호 감독의 친구를 향한 절절한 작별인사 등을 비롯하여, 김인중, 곽성민, 허영엽 신부, 시인 김형영, 정호승, 평론가 김주연, 권영민, 소설가 윤후명, 오정희, 김홍신, 그리고 하성란, 조경란, 김연수와 같은 젊은 후배 작가에 이르기까지, 작가 최인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고백하는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았다. 특히 샘터사 고문이며 전 국회의장인 김재순 씨는 각별했던 작가와의 인연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가족』은 작가가 1975년 9월부터 잡지 ‘샘터’에 연재를 시작하여 2009년 10월호까지 34년 6개월간 총 402회 연재로 최장기 연재소설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최 군과의 인연은 참으로 길고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1970년 초, 을지로 5가에 있던 옛 샘터 사무실에서 최 군을 처음 만났으니 벌써 40년이 되었군요. 그때 나의 원고 청탁 제의를 받고 답한 최 군의 당당한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그만 쓰라고 할 때까지 샘터가 발행되는 한, 제가 살아 있는 한 계속 쓰겠습니다.”
갓 서른의 나이에 쓰기 시작한 ‘가족’의 원고 분량이 원고지로 8,000매가 넘었으니, 그야말로 ‘가족’은 대하소설 중의 대하소설입니다. 최 군의 부모님과 형제 누이는 물론, 황정숙 여사, 다혜, 도단, 사위 성민석, 자부 조세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손녀 정원이와 윤정이. 이들은 ‘가족’의 주인공들이자 우리 모두의 진정한 가족이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인호가 타계한 지금, 젊은 시절 이후론 그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오랜 세월이 어느새 덧없이 지나갔음을 돌이켜보게 된다. 내가 가난에서 벗어났고 제법 자리를 잡아 최인호의 배려에서 벗어난 때문이었을까? 인호는 제멋대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며 씁쓸한 심정은 아니었을까? 언제나 앞서갔던 최인호는 나보다 먼저 사후의 세계로 들어섰다. 이제 내가 뒤따르는 순서가 되었다. 어느 날 어쩐지 꿈을 오래 꾸면서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날이 오면 최인호가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그리고 그곳에서도 선배와 후배로서 깊은 얘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고마워!!! 인호야.
-본문 중에서, ‘이장호 감독이 친구 최인호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대목’

□■■영혼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눈물’

인간은 영혼의 아픔 없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눈물을 동반하지 않는 울음은 그저 슬픔일 것입니다. 그것은 고통을 나타내 보이는 몸짓이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해 보이는 투정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하나의 신호일 뿐입니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의 상처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자비심慈悲心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작가 최인호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 가운데서도 감상이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눈물』은 죽음 앞에서, 그리고 신 앞에서 진실하게 슬퍼하고 진실하게 기뻐하는 한 작가의 내면 일기라 할 수 있다. 그의 탁상 위에 배인 포도송이 같은 눈물 자국… 그것은 영혼의 아픔의 흔적이며 작가 최인호가 걸어간 인간주의 문학의 가장 진실한 증명일 것이다.

괴테의 시 문구
‘산봉우리마다 휴식이 있으리라’처럼
나는 휴식을 취하였노라

절규하고 싶은 산골짜기
험준한 돌파구니 새로
나는 한줌 흙이 되어 휴식을 취하였노라

하늘은 마냥 힘찬 노래를 부르고
샘은 퍼런 심연深淵을 그리고 앉았는데
나는 내 님처럼 그윽한 곳에서
울며 크게 외치고 싶은 한줌의 황토흙이 된 채
내 여기 고요히 숨을 쉬노라

크게 소리를 지르면
그 산봉우리, 산봉우리 사이 퍼런 하늘은
사내다운 메아리를 주어서
나는 내 님처럼 고운 소리를 지르기는 싫노라!

허나
나는 결코 잠을 자지 않노라

하늘이 열리고 번개가 치는 날에
나는 내 이 시퍼런 감정들에게
하늘을 용트림 치며
날아다니라고 일러두리라

그 언제부터였던가
하늘은 열리려는 암시를 주고
번개는 아우성치려는 예측을 주었던 때가…

그때 나는
‘보라! 내 감정은 살아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하고 소리치리라
결코 나는 조용한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나는 잠을 자지 않노라

-1962년 서울고 1년 재학 시절 최인호가 쓴 시 「휴식」 중에서

최인호는 별들의 고향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산봉우리에 깃든 침묵’처럼 ‘조용한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다. ‘그대와 나는 그 많은 별 중에서 내가 점찍은, 또한 그대의 별이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나만을 점찍은 절대적인 만남의 존재’라고 『눈물』에서 노래한 것처럼, 최인호는 우리 내면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되어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의 존재로서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의 눈물 자국처럼, 그가 남기고 간 깊고 향기로운 글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므로.

□■■2013년 10월 17일, 손녀의 편지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윤정이에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할아버지 생신이에요.
하늘나라에서 천사들하고 맛있는 생일 케이크를 드셨나요?
할아버지랑 같이 여행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쉬워요.
하늘나라에서도 저를 기억해 주세요.
저도 항상 할아버지를 기억할게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우리 꿈에서 만나요.
잘 자요. 좋은 꿈꿔요. 내일 봐요.
사랑해요. 할아버지!

-본문 중에서, 손녀 윤정의 편지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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