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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기원
이스라엘의 기원
저자 : 월리엄 G. 데버
출판사 : 삼인
출판년 : 2020
ISBN : 9788964361818

책소개

성서, 꾸며낸 이야기인가?

구약성서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민족을 정복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정착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을 놓아주지 않는 바로 왕에게 내리는 열 가지 재앙, 바다를 가르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이스라엘인의 행렬, 만나가 내리는 사막, 이스라엘 백성이 여리고성을 돌며 고함을 치자 성이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 등. 믿음을 고양하는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드라마틱한 사건들은 성서를 제외한 그 어떠한 문헌에도 자취를 남기고 있지 않다. 즉, 역사적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고고학적인 증거는 어떠할까? 이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기원』이다. 저자인 윌리엄 G. 데버는 평생에 걸친 고고학적인 발굴과 연구를 통해 이스라엘의 기원을 새로이 밝히고 구성해낸다. 그간 고고학계의 발굴 작업 성과와 함께 학계의 흐름을 정리하고, 성서와 고고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재정립을 시도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성서의 고고학적 증거를 찾아나서는 여정과
수십년간의 학계 흐름이 집약되어 있는 핵심 성서신학서

이집트에 내렸다는 열 가지 재앙은 이집트의 장자만 죽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연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이스라엘인들이 건넜다는 바닷길은 어디인지 특정할 수 없다. 수십만 이스라엘인이 40년간 머물렀다는 사막에서도 고고학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출애굽에 대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지만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을 정복하고 정착하는 과정을 재구성하기 위한 고고학적 발굴은 계속되었다. 윌리엄 폭스웰 올브라이트 등 초기의 고고학자들은 ‘결국 성서가 옳았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한 손에 성서를 들고 한 손에 삽을 들고’ 여리고 등의 유적지 발굴에 임했다. 그리고 여호수아가 산산조각 낸 바로 그 벽을 찾아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초기 이스라엘 고고학의 기초를 쌓은 올브라이트 학파의 주장은 한국에서 아직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독일 중심의 유럽에서는 알트-노트 학파가 등장하여 평화적인 이주설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착이 인종청소에 가까운 정복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평화로운 정착 과정이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어졌다고 보았다.

고고학의 역사 속에서 발견된 유물이 쌓이고 연구되면서 이스라엘의 기원은 다르게 해석되기 시작한다. 1970년대 노먼 갓월드는 알트-노트 학파의 점진적인 정착설을 받아들이지만 올브라이트 학파와 알트-노트 학파에서 공통된 ‘외부 유입설’을 비판하고 ‘내부 봉기설’을 주장한다. 이후 학계는 대체적으로 이스라엘의 형성이 내부 요인과 관련되어 있다는 갓월드의 관점을 계승한다.

갓월드가 계급적 요인에 의한 정치적 재부족화를 강조하는 반면, 대부분의 학자들은 인구적·생태적·경제적 요인 등 장기간에 걸친 변화를 통해 이스라엘이 출현했다고 본다. 그래서 근래에는 고전 가설들의 ‘정복(conquest)’과 ‘이주(migration)’라는 키워드 대신에 ‘출현(emergence)’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저자 윌리엄 G. 데버는 이러한 고고학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소개하고 그간 발굴된 지역들을 유물과 지도를 곁들여 하나하나 세밀하게 살펴본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저자는 이스라엘을 입증하는 대규모의 유입이나 정복에 대한 고고학적인 증거는 없다고 정리한다. 이스라엘이 정복했다는 도시들은 아예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는 곳도 있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있으나 파괴의 흔적이 없는 곳도 있고, 파괴의 흔적은 있으나 시기가 맞지 않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드물게 파괴의 흔적과 그 시기가 맞는 곳이 있긴 하지만 성서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저자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내부에서 기원했다고 본다. 청동기 말기와 철기 I시대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저지대에 살던 가나안인 일부가 중앙 산지로 점진적으로 이주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며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그들의 독특한 가옥 구조와 도자기 유물이 가나안 문화와의 연속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공동체 의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가나안과는 구별되었고, 그 자체로 독립성을 지니게 됐다.

저자가 제시하는 또 다른 가설이 있다. 성서 창세기에는 이집트에서의 이야기가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이집트에서 지내다 탈출한 소수의 무리가 중앙 산지로 이주한 가나안인 사이에 들어갔고, 시간이 흐르며 이들의 출애굽과 가나안 입성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믿어지며 나중에는 신의 섭리가 깃든 기원 신화로 기록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것은 마치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발을 디딘 선조와 그 신앙을 기리며 미국인이 추수감사절을 지내는 것과 같다. 현재 미국인 가운데 102명 메이플라워호 승객의 후손은 극소수이겠지만 이것이 기원 신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약속의 땅’에 대한 믿음을 공유할 수 있어서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최강대국인 이집트를 상대로 한 노예들의 무용담이라 할 수 있는 출애굽은 해방에 대한 은유로서 공감을 얻으며 공동체의 신화가 되었으리라.

맥시멀리스트로서 성서 읽기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기원에 관한 성서는 거짓이고 이스라엘은 발명된 것일까? 저자는 성서를 대하는 학자의 태도에 따라 ‘맥시멀리스트Maximalist’와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로 구분한다. 전자가 성서를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텍스트로 보려는 관점이라면, 후자는 성서의 사료적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이다. 저자는 이른바 미니멀리스트와 논쟁을 벌이며 성서도 다른 텍스트처럼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고학 분야가 발전하고 성숙하면서 고고학을 성서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 이제는 ‘성서고고학’이 아니라 ‘시리아-팔레스타인 고고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새로운 운동이 구체화되는데, 그 ‘시리아-팔레스타인 고고학’이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이끈 탁월한 고고학자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성서에 대해서도 절대시하거나 백안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고학과의 합리적인 수렴 지점을 찾고자 학문적인 성실함과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아직 1950-1960년대의 고전적인 성서역사학에 머물러 있는 우리 상황에서 현대 성서역사학의 고민과 인식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끄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추천사 · 김진호
머리말
제1장
초기 이스라엘의 기원을 이해함에 있어 최근의 위기
제2장
‘출애굽’, 역사인가 신화인가?
제3장
트란스요르단 정복
제4장
요단 서쪽 지역 정복: 이론들과 사실들
제5장
현장에서 나온 사실들:
진짜 이스라엘의 고고학적 재발견을 위한 발굴된 증거
제6장
현장에서 나온 더 많은 사실: 최근의 고고학 연구들
제7장
철기 I시대 유물복합체의 물질문화에 대한 결론
제8장
초기 이스라엘과 관련하여 문헌 자료와 인공유물 자료를
종합하려던 과거의 시도
제9장
초기 이스라엘의 기원과 성격에 대한 다른 종합을 향해
제10장
종합을 위한 또 하나의 시도:
변경 지방 농경민의 개혁운동으로서의 초기 이스라엘
제11장
초기 이스라엘 사람들은 누구였는가?:
민족성과 고고학적 자료
제12장
성서 전승을 구해내다: 역사인가, 신화인가?
옮긴이 후기
기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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