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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과 비판 (초기 희랍의 철학 담론 전통)
설득과 비판 (초기 희랍의 철학 담론 전통)
저자 : 강철웅
출판사 : 후마니타스
출판년 : 2016
ISBN : 9788964372487

책소개

고대 희랍 철학의 원전 번역에 매진해 온 강철웅 교수가 호메로스부터 소피스트들에 이르기까지 철학 담론 전통을 관통하는 정신을 ‘설득과 비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찰한 책. 이분법과 배타성을 넘어서는 진지한 유희의 아곤 정신을 계승한 소피스트-소크라테스 전통을 재조명하여 우리 담론 문화의 혁신으로 이어 갈 방안을 제시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상대방의 진지함은 익살로,
익살은 진지함으로 허물라
고르기아스


○ 오늘날 인문학은 무엇이며, 철학하기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는가
○ 시인과 철학자들, 이 두 이야기꾼 사이의 3백여 년 동안 펼쳐지는 ‘설득과 비판’의 이야기 경합
○ 단편적이고 연대기적인 초기 철학사 해설을 넘어선, 현재화된 인문학으로서의 철학사 해석을 만난다.
○ 헤라클레이토스는 ‘자기를 키우는 로고스’가 인간 자신이고 철학이고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은 이렇듯 자기 이야기를 소중히 하고 키워 가는 활동이다. 자기 이야기가 곧 자기이고, 인문학이다.
○ 철학은 즐기는 일이다. 진리가 우리를 즐겁게 하기보다 즐김이 우리를 진리케 한다. 즐김의 세상은 진리의 세상과 다르다. 뭐가 진리인지, 누가 진리를 갖고 있는지 강박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철학은 그렇게 즐기면서 의미를 기다리는 거다. 자기 이야기를 절대화하기보다 잠정적인 것으로 제출하면서 의미 있기를, 의미 있게 봐 주기를 기다리는 거다.

1. ‘초기 희랍 철학의 담론 전통’

이 책은 서양의 철학 담론 전통이 어떻게 시작해 어떤 모습으로 정착했고, 또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가를 살피고 있다. 우리에게는 흔히,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으로 알려져 있는 이 시기, 다시 말해 ‘철학의 탄생기’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은 ‘소크라테스’를 중심으로, 그 이전 시기의 철학자들, 그리고 또 그 이전 시기의 시인들이라는 구도 아래에서,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등의 시인과 탈레스로부터 데모크리토스 등과 같은 철학자들 사이의 차이점과 단절, 그리고 또 다시 이들 철학자들과 소크라테스 철학 사이의 차이점과 단절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된다. 이와 같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이라는 표현은 처음 출발부터 소크라테스와 그의 철학을 이전 철학 전통과의 단절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탐구 대상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미리부터 단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 책은 좀 더 중립적인 입장에서, ‘초기 희랍 철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런 편견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해, 흔히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으로 명명되는 초기 희랍 철학의 담론 전통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것이 이후 소크라테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또 다시 계승점과 단절점을 만들어 내는지를 좀 더 세세하고 명확하게 살피며, 또한 이런 자연철학의 여명기에 등장한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 사이의 관계는 어떠했는지를, 과연 이들을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으로 명명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를 살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설득과 비판’이 철학 담론 전통을 포괄하고 관통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작업가설을 기조로 삼아, 초기 철학자들이 기성의 문화적 권위와 어떻게 긴장을 이루며 특유의 담론 전통을 개척해 갔는지를 추적하고 조명한다. 여기서, ‘설득과 비판’은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파르메니데스가 인상적으로 사용한 바 있는 표현으로, 먼저 설득이란 담론적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두 당사자 사이에서 이야기를 제공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통해 듣는 사람에게 자기주장이나 입론을 뒷받침하는 믿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일이다. 반면, 비판은 이야기를 제공받는 사람이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주장이나 입론이 제대로 된 근거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지, 그래서 자신도 그 주장이나 입론을 받아들일 만한지 판가름하는 일을 가리킨다. 훗날, 플라톤은 로고스(합리적 설명의 근거)를 주고받는 일, 즉 대화를 철학 담론의 핵심 사항으로 강조하게 되는데, 이는 이 책이 탐색하는 ‘설득과 비판’의 전통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설득과 비판을 기조로, 이 책은 두 가지 수준에서 전개되는 대화를 기반으로 전개되는데, 한편으로는 최초의 철학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아 권위와 영향력을 누리고 있는 시인들이나 작가들과 문화적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기 정체성과 차별성 내지 존재 의의를 내외에 천명하고 각인시켜 가는 ‘외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형성되어 가는 과정 가운데 있는 신생 문화 전통의 내부에서 부단한 사변적 탐색과 상호 비판을 통해 각 철학자나 학파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 전통을 공고히 해 나가는 ‘내적 대화’가 펼쳐지는 과정이 있다.

2. 뮈토스 대 로고스: 신화에서 철학으로

흔히, 서양 고대 철학의 흐름은, 신에 대해 이야기한 시인들의 전통, 신에서 자연으로 탐구의 대상을 옮긴 자연 철학자들, 그리고 탐구의 대상으로 인간과 그 사회를 조명한 소크라테스의 시대로 요약되곤 한다. 이런 흐름에서 철학자들 혹은 철학사가들은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단순히 ‘원시적’primitive이고 비이성적이며 미신적인 사유 단계를 보여 주고 있다고 전제하거나, 거꾸로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서사시에 이미 이후 철학자들의 문제의식이나 사유의 밑그림이 상당히 그려져 있다고 보기도 한다. 자연철학과 소크라테스 이후의 철학 사이의 관계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 속에서 다뤄지곤 한다. 하지만, 단절과 연속, 혁신과 계승이 긴장을 이루며 역동적인 발전을 겪었던 초기 철학사의 진면목에 다가가려면, 이런 도식적인 접근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균형감 있는 조망과 통찰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입장에서 출발하여, 설득과 비판의 전통이 초기 철학자들의 자연철학 담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갖춰 가다가 파르메니데스를 거치면서 변증술과 수사학의 전통으로 발전해 결국 소피스트들의 안틸로기아 전통으로 확립되기까지의 변증법적 발전 과정을 추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기 철학의 첫 국면은 시인들이 일구어 놓은 신화적 ‘설득’ 담론의 전통에 맞서, 초기 철학자들이 합리적, 자연주의적 ‘비판’ 담론의 전통을 맞세우는 과정이었다. 이들 초기 자연철학자들은 왜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이야기(신화적 설득)가 적절하지 못한지를 때로는 무의식적으로(1기 철학자들, 즉 밀레코스학파와 피타고라스학파), 때로는 의식적으로(2기 철학자들, 즉 크세노파네스와 헤라클레이토스) ‘비판’하면서 세상 이야기를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호메로스)가 아닌 자연(퓌시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세상의 근원도 신들의 계보 추적(헤시오도스)이 아니라 아르케, 즉 물질적 기원과 구성 원리를 찾아 해결하려 했다. 다양한 현상 세계의 변전을 하나의 단순한 원리로 해명하려는 일원적 설명 태도를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은 설득과 비판의 과정은, 파르메니데스에 와서 통합이 되는데, 파르메니데스는 자신이 도달한 논리적 필연성에 따라 합리적, 논리적 설득력을 담아내는 ‘비판’적 담론만이 아니라 시인들에게서 이어져 내려온 그럴듯한 이야기의 설득력을 담아내는 ‘설득’적 담론을 통합해 ‘논변’이라는 담론의 방법적 성과를 일구어 낸다.
이후, 파르메니데스의 후계자들은 파르메니데스 철학 담론의 유산을 다시 비판과 설득의 측면으로 나누어 발전시키게 되는데, 제논과 멜리소스 등으로 대변되는 제2세대 엘레아주의자들에게서 비판의 담론은 상대방의 논변에 반론을 제시해 상대방 입장이 어려움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 줌으로써 논의의 부담을 상대 논변자에게 되돌려 주는 변증적 담론으로 발전했다. 반면, 엠페도클레스는 합리성과 신화성을 종합하는 파르메니데스의 정신을 이어받다 시로 철학하면서 대중적 설득력에 부응하는 담론을 산출했는데, 이는 설득적 담론이 수사학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렇듯, 파르메니데스적 담론 전통은 제논적인 변증술 전통과 엠페도클레스적인 수사학 전통으로, 각각 비판적 담론과 설득적 담론을 대변하는 전통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며, 민주주의가 꽃핀 새로운 경쟁의 시대를 반영해 새로운 지성 운동을 일으킨 소피스트들에 의해 계승된다. 요약하자면, 초기 희랍의 철학 담론 전통은 이렇게 설득과 비판, 수사와 변증이라는 계가가 맞물려 끊임없이 상호 긴장하고 보완하면서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 파르메니데스를 중심으로 살펴본 초기 희랍 철학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파르메니데스를 중심으로 초기 희랍 철학의 담론 전통을 되살피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시인들의 담론 전통이 당대 희랍인들의 상상력과 사유 세계를 지배하던 상황에서 철학자로 불리게 되는 일군의 지식인 그룹이 자신들의 새로운 담론 전통을 세우고 다져 가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철학의 시작’을 출발로, 그 전통이 파르메니데스라는 거대한 산을 만나기 전까지 철학자들이 서로서로 (그리고 시 담론과도)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어떤 진전과 성취를 얻어 내는지를 탐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기존 파르메니데스에 대한 국내외 연구자들의 광범위한 연구를 솜씨 있게 정리해 내면서도, 그간 간과되어 왔던(말하자면, 파르메니데스의 단편인 ‘서시’, ‘진리편’, ‘의견편’ 가운데 ‘진리편’에만 집중해 왔던) 파르메니데스의 진면목과 각 단편들 사이의 연결 고리들을 새롭게 발굴해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초기 희랍 철학의 대표적인 아곤의 주제들이었던, 필연과 설득, 설득(이야기)과 비판, 자기 반성과 대화의 종합을 파르메니데스가 어떻게 성취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의 1부(1장과 2장)는 새로운 필연의 발견과 개발이 파르메니데스 이전 철학자들에 의해 진전되는 과정을, 2부(3장과 4장)는 파르메니데스에 와서 그 필연이 설득으로 종합되는 과정을 탐색하며, 3부(5장과 6장)는 그런 종합의 의의와 성과가 비판적으로 승계되고 수용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셈이다. 그런 종합 내지 승화는 마침내 이런 유형의 아곤(즉 필연과 설득의 아곤)에 대한 반성을 통해 설득을 정치의 장에 실천적으로 적용한 아테네 민주주의 전통으로 연결되는데, 이 책의 끝에서 다루는 소피스트 전통이 이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4. 아곤의 ‘구경’으로서의 철학

너무나 진부한 풀이지만, 철학, 즉 필로소피아는 ‘필로스(지혜) + 소피아(사랑)’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나 진부하게도 필로스(지혜)에만 방점을 두고, 오직 ‘지혜’, ‘지식’만을 중시한다. 말하자면, 철학이란 ‘진리’에 대한 탐구, 추구, 사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우리 담론 세상은 지혜의 과잉으로 찌들어 있고, 진리 주장에 병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이야기만이 진리이고, 자신의 이야기만이 구원의 길이라 믿는 사람들이 우리의 담론 세상을 어지럽히고, 우리는 피곤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진리 강박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대 희랍 철학들은 말 그대로 한물간, 철학사의 오랜 전통을 이야기하기 위한 빛 좋은 장식품이자, 뒷방 퇴물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케케묵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 옛 이야기들을 들춰내서, 새로운 해석을 붙이고, 거기에 현대적 의미를 되살려 내려는 시도는 기껏해야 ‘침소봉대’, ‘꿈보다 해몽’처럼 비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이런 옛 이야기들에 ‘설득’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비판’이라는 규정을 부여하면서 뭔가 의미를 찾고 재밌어 하는 게 실은 철학이고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이런 설득과 비판의 과정, 진리 주장 자체를 지켜보고, 관전하며, 그 가운데서 기쁨을 얻는 것들이 바로 철학함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한때 괴짜들, 주류가 아닌 마이너들, 이단자들이라 불렀던 자연철학자들, 소피스트들, 바로 이들이 담론 세상을 즐겁게 하고, 풍부하게 하며, 또한 멋 훗날 누군가에 의해 재발굴되고, 재조명됨에 따라, 새로운 주류, 새로운 진리의 담론으로 재등장할 수 있게 되는 것, 바로 이것이 철학함의 과정이요, 설득과 비판의 끊임없는 변증의 과정이 아닐까?
피타고라스학파에 따르면 삶은 축제다. 이 축제는 다양한 겨룸, 콘테스트로 이루어진다. 축제에 오는 세 유형의 사람이 있다. 돈 벌려고 오는 사람이 있고, 자웅을 겨뤄 명성과 상을 얻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철학하는 사람은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관조하기를 즐기는 구경꾼이라는 게 피타고라스학파의 이야기다. 한편, 프로타고라스는 ‘로고스의 아곤(콘테스트)’, 즉 담론 경쟁을 만들어 놓고 ‘구경’하는 일을 시작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전해진다. 프로타고라스는 담론 콘테스트, 즉 말싸움을 조직해서 보는 것을 즐긴 첫 사람이라는 거다. 여기서 핵심은 아곤이 아니다. 아곤이란 늘상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진부한 주제일 따름이다. 여기서 관건은 바로 ‘구경’이다. 다시 말해, 철학이란 바로 이런 담론들의 경쟁, 세상을 둘러싼 이야기들 사이의 경쟁을 즐겁게 관전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철학의 출발은, 철학의 즐거움은 바로 이런 ‘구경’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장별 요약

1장. 신화와 상상: 철학 이전 시인들의 담론 전통
1장은 본격적인 철학사가 시작되기 전 상고 시대의 희랍인들에게 삶과 세상에 접근하고 대응하는 관점과 조망을 제공해 준 두 위대한 작가인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로 대표되는 신화 담론 전통을 다룬다. 1절에서는 호메로스의 우주론적 신화 담론을, 2절은 헤시오도스의 우주 생성론적 신화 담론을 각각 정리하면서, 그들이 나중 철학자들에 의해 거론될 만한 어떤 이야깃거리들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음미한다. 3절은 초기 지성사가 신화에서 철학으로, 혹은 뮈토스에서 로고스로 이행을 겪었다는 시각이 가진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면서, 대중적 호소력을 가졌던 신화 담론으로부터 새로운 방식의 철학 담론이 출발하게 되는 일대 전환에 연루된 문화적 긴장과 발전의 추이를 추적한다. 이어지는 4절에서는 특히 시인들의 시에 사용된 양상 개념의 분석을 통해 나중에 철학적으로 발전되고 고양될 논리적 개념 도구들이 어떻게 마련되고 자리를 잡아갔는지를 탐색한다.

2장. 자연의 발견: 파르메니데스 이전의 초기 철학 담론 전통
2장에서는 시인들의 담론 전통이 당대 희랍인들의 상상력과 사유 세계를 지배하던 상황에서 철학자로 불리게 되는 일군의 지식인 그룹이 자신들의 새로운 담론 전통을 세우고 다져 가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철학의 시작’을 다루며, 그 전통이 파르메니데스라는 거대한 산을 만나기 전까지 철학자들이 서로서로 (그리고 시 담론과도)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어떤 진전과 성취를 얻어 내는지를 탐색한다. 1절은 세상의 물질적 근원을 물음으로써 철학사의 시작이라는 공인을 받은, 최초 철학자들 가운데서도 최초 철학자들인 밀레토스학파(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를 다루고, 2절은 이들이 탐색하는 것과 다른 방향에서 수적인 질서로 세상을 설명하려 시도한 피타고라스학파를 다룬다. 이어 3절과 4절은 각각 호메로스적 신론에 대한 개혁을 시도하면서 기존 담론에 대한 비판적 반성의 계기를 제공한 크세노파네스와, 대립물의 긴장과 투쟁 속에서 정의와 조화가 작동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존 우주론 담론의 근본적인 관점 전환을 제안한 헤라클레이토스의 담론을 다룬다. 앞의 두 학파가 철학 제1기를 열었다면, 뒤의 두 철학자는 1기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전환을 시도한 철학 제2기를 주도했다고 말할 수 있다.

3장 이중적 길 이야기: 담론의 세 부분 간의 유기적 연관과 통일성
3장에서는 설득과 비판의 담론 전통이 파르메니데스에 와서 어떻게 일정한 결실을 맺어 자기 완결성과 반성성을 구현하는 온전한 형태의 담론으로 모습을 갖추게 되는지를 음미하려 한다. 특히 이 장에서는 우리에게 전해지는 파르메니데스 담론을 내적인 연관 관계나 통일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절, 2절, 3절에서는 담론의 세 부분(서시, 진리편, 의견편)이 지닌 특징적인 모습들을 각각 분석, 조명하고, 4절에서는 그런 논의들을 모아 종합적인 정리와 고찰을 하게 된다. 논의 과정에서 그의 담론이 가진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세 부분 사이의 관계를 조명할 기초로서 신성divinity 지시어 등장 부분에 관해 고찰한다.

4장 전통과의 만남과 새로운 모색: 철학사적 맥락 속의 파르메니데스 담론
3장의 작업을 통해 파르메니데스 저작의 그런 내적 연관과 통일성의 계기들을 탐색하면서 텍스트가 제기하는 중요 물음들을 확인했다고 한다면, 4장에서는 내적 연관의 내용들을 구체화하고, 파르메니데스의 길 이야기는 이전 담론 전통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다룬다. 1절, 2절, 3절은 각각 서시, 진리편, 의견편이 철학사적 콘텍스트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다룬다. 특히 파르메니데스가 자기 담론의 세 부분 각각을 기획하면서 이전 시인들이나 철학자들의 담론에 어떤 대응을 하는지, 즉 어떤 비판적 평가를 내리고 그 평가를 자신의 담론 각 부분에 개별적으로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탐색한다. 그 탐색들의 가닥을 모으는 4절은 그런 작업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전 전통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해 파르메니데스가 결국 도달하게 된 총체적이고 일반적인 평가와 통찰이 그 자신의 담론 전체의 세팅과 구성에 어떻게 일관되게 반영되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하나의 새로운 담론 전통을 확립하게 되는지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추적한다.

5장. 비판적 계승: 파르메니데스 이후 자연철학 담론
5장의 1절과 2절은 파르메니데스 담론이 2세대 엘레아주의자들(제논, 멜리소스)과 다원론자들(엠페도클레스)에게서 어떻게 수용되면서 비판적으로 발전, 계승되는지를 다룬다. 상대적으로 보면 전자는 진리편에, 후자는 의견편에 주의를 더 기울이면서 파르메니데스 이야기를 이어 갔는데, 두 그룹이 파르메니데스 담론과 벌이는 대화 내지 상호작용이 1절과 2절의 주 관심사다. 3절에서는 원자론이 이 두 그룹보다 더 진전을 보이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조명하면서 원자론자가 파르메니데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넘어서려 시도하는지를 탐색한다. 원자론이 천명하는 ‘없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는 앞선 두 그룹보다 더 두드러지게 파르메니데스로부터 거리를 확보했기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으며, 그 거리는 진리편과 의견편 모두를 포괄하는 시야를 원자론자에게 제공했을 것이다. 4절은 이 세 절의 논의를 아우르면서 파르메니데스의 후계자들이 파르메니데스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이어 가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그럼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로 연결해 다룬다.

6장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 자연철학의 경계와 파르메니데스적 유산
6장의 첫 세 절은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로서 마지막 자연철학자들(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소피스트들, 소크라테스를 각각 다룬다. 1절에서 다룰 아폴로니아 출신 디오게네스는 마지막 공식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로 종종 거론되는 인물이지만 절충주의자라는 낙인과 함께 자주 철학사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과연 이런 전환의 시기에 마지막 정리를 하는 절충 철학의 가치와 의의는 무엇인지 살핀다. 1절이 다룰 또 다른 철학자 아르켈라오스는 통상 디오게네스보다 조금 더 낮은 등급으로 분류되어 다루어지는데, 그의 철학이 가진 역할과 의의를 우리 논의에 필요한 정도만큼 살펴본다.
2절과 3절은 소피스트 전통과 소크라테스 철학이 지금까지 다룬 철학 전통과 어떻게 연속되거나 단절되어 경계를 만들게 되는지를 다룬다. 특히 소피스트 전통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과 이후 아테네 주류 철학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검토한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이라는 개념이 널리 채택되고 있는 데서도 선명히 드러나듯 소피스트 전통은 늘 소크라테스적 철학의 배경을 장식하는 역할로만 자리매김되었을 뿐 조명의 주된 타깃이 되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이 책에서 논의하는 설득과 비판은 사실 이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주제다. 소크라테스도 당대인들에게는 소피스트 전통의 테두리에 속한 지성인이었다. 오늘날 담론에 끌어올 만한 긍정적 자산들을 풍부히 지님에도 불구하고 소피스트 전통은 주류 철학의 빛에 가려져 그늘에서 늘 ‘마이너’ 취급만 받아 왔다. 이런 반성하에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전통의 연속성에 특히 주목하면서 2절과 3절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4절에서는 이런 경계선상의 철학 담론들이 어떻게 함께 파르메니데스 담론 전통을 이어 가면서 새로운 전통을 여는 질적 비약을 이루어 내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파르메니데스 담론 전통에 긴장과 발전의 계기를 되돌려 주려는 대항 담론으로 시작했다가, 기성 전통으로 되돌아오는 대신 담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며 또 다른 전통의 기반을 닦는 길로 나아가게 된 소피스트적 반론(안틸로기아) 전통이 어떤 의의를 갖고 어떤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지며 새로운 담론 시대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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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설득과 비판, 그 진지한 유희 12

제1부 시인들의 신화 담론과 초기 철학 담론
제1장 신화와 상상: 철학 이전 시인들의 담론 전통 29
1. 호메로스의 신과 세상 이야기 30
2. 헤시오도스의 신과 우주 생성 이야기 43
3. 신화에서 철학으로? 48
4. 호메로스 서사시에서 양상 개념 54

제2장 자연의 발견: 파르메니데스 이전의 초기 철학 담론 전통 66
1. 자연의 발견과 우주론 담론 전통의 시작: 밀레토스학파 68
2. 형상의 발견과 신비적 전통: 피타고라스와 피타고라스학파 108
3. 신의 발견과 우주론 혁신: 크세노파네스 123
4. 영혼의 발견과 자기반성성: 헤라클레이토스 147

제2부 파르메니데스의 철학 담론
제3장 이중적 길 이야기: 담론의 세 부분 간의 유기적 연관과 통일성 173
1. 문턱 지킴이 디케에 대한 설득: 서시 여행 묘사에서 다이몬과 디케 176
2. 올바름과 필연: 진리편의 판가름과 표지 논변에서 디케와 아낭케 197
3. 우주적 질서와 섞임: 의견편 우주 이야기에서 아낭케와 다이몬 220
4. 길 이야기에서 신성 이미지의 역할: 신성 지시어 등장 구절 분석 228

제4장 전통과의 만남과 새로운 모색: 철학사적 맥락 속의 파르메니데스 담론 238
1. 계시와 설득: 시와 철학의 만남 239
2. 설득과 진리: 적절함과 필연 255
3. 의견과 그럴듯함: ‘자연에 관한’ 이야기들과 인식론적 비판 273
4. 에포스-뮈토스/로고스: 메타 담론적 반성과 설득 287

제3부 파르메니데스의 유산
제5장 비판적 계승: 파르메니데스 이후 자연철학 담론 301
1. 하나의 있는 것: 2세대 엘레아주의 304
2. 여럿과 섞임: 다원론 343
3. 없는 것이 있다: 원자론 375
4. 파르메니데스 이후 담론의 향방: 변증술과 수사학 385

제6장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 자연철학의 경계와 파르메니데스적 유산 396
1. 자연철학의 끝: 디오게네스와 아르켈라오스 398
2. 새로운 담론 전통의 시작: 소피스트들 409
3. …임과 …로 보임: 소피스트 전통과 소크라테스 427
4. 안틸로기아: 파르메니데스적-소피스트적 담론 전통 435

맺음말 즐김의 세상을 꿈꾸며 443
감사의 말 453
참고문헌 458
찾아보기 465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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