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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과 변주 (조선시대 한문학의 계보적 연구)
전형과 변주 (조선시대 한문학의 계보적 연구)
저자 : 임준철
출판사 : 글항아리
출판년 : 2013
ISBN : 9788967350789

책소개

조선시대 한문학의 계보적 연구『전형과 변주』. 이 책은 자아의식에서 출발해 타국의 문화 수용을 통한 내면과 외면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한문학사의 계보를 훑으며 그 안의 전형과 변주를 밀도 있게 추적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자신의 죽음을 가장한 자만시自挽詩
자신의 얼굴에 대한 시각적 체험을 담은 글쓰기
조선 최초의 연행록과 마지막 연행록 그 차이는?
이질적인 문화를 받아들인 조선 지식인들의 환술幻術 관람

이 책은 자아의식에서 출발해 타국의 문화 수용을 통한 내면과 외면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한문학사의 계보를 훑으며 그 안의 전형과 변주를 밀도 있게 추적한다.


한문학계에서는 처음 석박사 논문을 쓸 때, 대개 작가 단위의 연구를 한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시적 관습으로 말미암은 고정된 패턴의 사고 반복이 개성을 달리하는 작가들 사이의 차이보다는 동질성을 드러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생활 정감과 문학적 환경의 차이를 고려할 때 우리가 한문학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식과 문학 전통에 대한 해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우리 문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던 명대 이반룡의 「고악부서古樂府序」에는 흥미로운 예화가 실려 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은 장안의 궁궐에 모셨음에도 부친이 기뻐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알아보니 본래 살던 풍읍?邑의 왁자지껄한 삶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유방은 호관胡寬을 시켜 태상황을 위해 새로운 풍읍을 만들고 풍읍 사람들을 옮겨 살게 했는데, 길과 집 등이 옛날 그대로여서 남녀노소와 짐승들이 자신의 집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다른 예로는 준마를 잘 알아보는 것으로 유명한 백락伯樂이 제시된다. 그는 천하의 말을 논하지만 정작 그 말의 빛깔이나 성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백락이 말을 논하는 방법은 외양의 측면에서는 대상을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내면의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정확하게 인식한 것이다. 여기서 이반룡은 양식과 전통의 계승이 반드시 외양을 본뜨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 것이다. 두 가지 예 중에서도 후자가 강조되는 것은 표면의 유사성만이 아니라 이면의 참모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성의 전범과 무관해 보이는 작품조차도 사실 양식과 전통을 다른 방식으로 계승한 것일 수 있다. 진정한 계승이 작품의 감춰진 부분에서 이뤄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박지원은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옛것을 배워 잘 변통한 법고창신의 사례를 강조한 것이 아닐까?
한문학 작품을 읽을 때 양식과 전통에 주목하는 이유는 작품이 도달한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선인들의 작품에서 도연명·두보·이백의 시구와 왕세정·원굉도·김성탄의 영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어떻게 사용했느냐만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이 책의 제목을 『전형과 변주』라고 붙이고, 전형에 의거한 변주 양상을 계보적으로 탐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제1부에서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만시自挽詩를 다루고 있다. 시인이 자만시를 쓰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세상에 새겨넣으려는 욕구에서 기인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자만시에 그려진 나의 죽음이란 사실상 자아를 표현하는 일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시인의 자의식과 긴밀하게 관련될 문제다. 자전문학에 대해서는 이미 심경호 선생의 방대한 연구가 있지만, 자만시는 아직까지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이 책에서 읽어내고 싶었던 것은 자만시의 문예미적 특성만이 아니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선인들의 태도였다. 물론 죽음에 대한 인식은 자만시를 훨씬 벗어나서 여러 영역에서 다양하게 표출되는 지속적이고도 거시적인 문제이지만, 자신의 죽음을 가장假裝해야 하는 주제의 특수성이 우리 조상들의 ‘죽음 인식’에 관한 효과적인 텍스트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저자는 만시가 죽음을 통한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다면, 자만시는 자신의 가장假裝된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제의 성격을 달리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자만시는 자신의 죽음을 연기演技하는 것을 하나의 수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일종의 ‘가장된 죽음의 수사학’이라고 이름할 수 있다.
제2부는 자신의 얼굴에 대한 시각적 체험을 담은 글쓰기들에 대한 연구다. 주목한 것은 자신의 초상화를 대상으로 한 한시 및 찬贊이다. 동아시아 고전문학의 역사에서 볼 때, 자아 자체를 문학의 중심 주제로 삼는 것은 예외에 속한다. 특히 조선사회에는 유독 초상화에 대한 금기가 있었다. 따라서 조선의 지식인들은 자신의 초상화를 남기는 일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을뿐더러 때로는 의도적으로 회피하기도 했다. 이런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초상화에 대해 찬문을 쓴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화자찬自?自讚’하는 파격적인 예술 행위였다. 화상자찬류 글들은 일반적으로 그려진 자아 형상의 불완전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불만은 나를 온전히 재현하지 못하는 그림 혹은 화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면모를 보지 못하는 현실세계의 타자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제3부에서는 연행록에 나타난 환술幻術 관람 기록들을 검토했다. 이것은 중국 전통 연희에 대한 기록이지만, 동시에 이질적인 문화인소에 대한 우리 지식인들의 반응이기도 했다. 책에서는 이 측면에 주목했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낯선 환술에 불교의 이적異蹟들을 환치시키기도 하고, 심지어 서학西學을 통해 들어온 선진 과학기술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환술에 대한 인식은 환술뿐만이 아니라 그것과 혼동되는 일체의 문제와 결부되어 외부세계에 대한 우리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보여준다. 마치 의학에서 말하는 면역반응처럼 이것이 우리 정신세계에 일으키는 반향이 온전히 구명될 수 있다면 새로운 각도에서 자문화적 특수성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제4부는 연행록 자료 중 조선시대 최초와 마지막 자료들을 살펴봤다. 연행록은 근래 동아시아를 넘어 구미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학 자료에 관심을 쏟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우리가 자료를 충분히 장악하기도 전에 해외에서 선점하는 것에는 우려되는 점도 있다. 특히 한국의 연행록 연구가 몇몇 주요 작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통시적 흐름이나 자료 실상을 충분히 밝히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두 종의 연행록은 작품 자체보다는 그것이 기록된 시공간의 특수성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남아 있는 연행록 중 어느 것이 조선 최초이고 마지막인지, 또 그 작가는 어떤 사람이며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밝힌 기초적인 연구이며, 이를 통해 연행록의 자료 범위와 통시적 흐름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5부는 17세기 유협遊俠을 제재로 한 한시들의 가치와 의미를 유협 주제 문학의 흐름 속에서 밝히고자 했다. 저자는 학부 4학년 때 선후배들과 함께 『사기』를 읽다가 「자객열전刺客列傳」에 흠뻑 빠진 적이 있는데, 대학원에 입학하고 조선 후기 민간의 유협 숭상과 유협전의 성립을 주제로 한 박희병 서울대 교수의 글을 읽었던 것도 이런 호기심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시에서는 유협의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졌을까로 이어졌다. 이 글은 문집에서 유협 제재 시들을 모아 읽는 과정에서 발견한 17세기의 변모 양상을 검토한 것이다. 한시에서는 조선 후기 유협전처럼 기층문화가 상층문화로 전이되었던 듯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체로 상층문화 내의 관념적 유협 형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 관념이 실재를 대체하거나 변질시키기는 예마저 발견된다. 양식상 유협전과 유협시가 차이가 있더라도 17세기 유협시와 18세기 이후 유협전이 보이는 이런 차별성은 앞으로 검토가 필요한 문제다.
제6부는 조선시대에 차별받던 서북지역의 인물들, 그중에서도 특히 고려의 수도였던 송도 출신 문인들의 내면의식을 심미 경향의 특질이라는 잣대로 살펴본 것이다. 이 글은 상당히 오래전에 쓴 것이지만, 저자 나름의 문제의식이 싹틀 무렵의 글이기에 함께 수록되었다.
제7부는 그동안 주로 관심을 두었던 조선 중기 시단의 시적 특성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문제제기다. ‘기奇’라는 미적 특수성은 지금까지 조선 후기 한시의 특성을 말할 때 주로 사용되었지만 이 글에서는 중기 한시에 적용시켰다. 그 과정에서 천편일률적이라고 평가되던 중기 시단의 또 다른 면모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제1부 나의 장례식: 자만시自挽詩
제1장 자만시自挽詩의 시적 계보와 조전 전기의 자만시
제2장 조선시대 자만시의 유형적 특성
제3장 가장假裝된 죽음과 고통의 기억

제2부 초상화 속의 내 얼굴: 화상자찬?像自贊
제1장 화상자찬류?像自贊類 문학의 존재 양상과 자아 형상화 방식의 특징
제2장 한국 화상자찬?像自贊의 전형典型과 변주變奏

제3부 환영幻影을 만드는 사람들: 마술공연의 관람 기록들
제1장 연행록에 나타난 환술 인식幻術認識의 변화와 박지원의 「환희기幻?記」
제2장 18세기 이후 연행록 환술 기록幻術記錄의 형성 배경과 특성
제3장 환희시幻?詩를 통해 본 청대 북경의 환술幻術
제4장 박지원 「환희기幻?記」의 환술幻術 고증과 분석

제4부 연행록의 계보학: 처음과 끝
제1장 조선시대 최초의 북경 사행시使行詩, 장자충張子忠의 『판서공조천일기判書公朝天日記』
제2장 대청사행對淸使行의 종결과 마지막 연행록

제5부 협객의 형상: 유협시遊俠詩
제1장 유협시遊俠詩의 유형적 전통과 17세기 조선시단의 유협시

제6부 차별과 연대: 조선시대의 개성 출신 문인들
제1장 조선 중기 송도松都 문인 시에 나타난 심미 경향의 특질

제7부 전범과 일탈: 조선 중기 한시에서의 관습과 개성
제1장 조선 중기 한시에서의 ‘기奇’


참고문헌
출처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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