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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주의와 최후의 수단 (언어의 본질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책략)
최소주의와 최후의 수단 (언어의 본질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책략)
저자 : 김광섭
출판사 : 한국문화사
출판년 : 2018
ISBN : 9788968176241

책소개

최후의 수단이라는 개념은 생성문법의 시작을 알리는 촘스키의 저서 『통사구조 Syntactic Structures』(1957)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그 동안 생성문법의 틀 안에서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던 최후의 수단이라는 개념이 흥미롭게도 최소주의 틀 안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책에서는 최후의 수단이 지엽적이거나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언어 전반에 걸쳐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책략이며, 언어의 본질을 잘 드러내 주는 핵심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다양한 언어현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추가]
제2장 ‘하’-삽입

제1장에서 우리는 영어의 시제가 접사의 형태로 나타나며 접사가 좌초될 위험에 처해 있을 때 do가 삽입되는 것을 보았다. 한국어의 시제도 접사이므로 do-삽입에 상응하는 현상이 한국어에도 존재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예측하는 바와 같이, 한국어에도 영어의 모형동사 ‘do’에 해당하는 의미가 없는 모형동사 ‘하’가 존재하며, 이 ‘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삽입되는 요소라고 분석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모형동사 ‘하’가 나타나는 부정문과 강조문을 ‘하’-삽입의 시각에서 분석하게 되면, 상당히 많은 현상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2.1 장형부정문과 ‘하’-삽입

한국어에는 두 종류의 부정문이 존재한다. 소위 장형부정과 단형부정이 그것이다. (1a)와 (1b)가 각각 장형부정과 단형부정의 대표적인 예인데, 바로 장형부정문인 (1a)에서 ‘하’가 등장한다.

(1) a.철수가 영희를 만나지 아니 하였다.
b.철수가 영희를 안 만났다.

(1a)의 ‘하’는 축약(contraction)과 관련하여 본동사 ‘하’와는 다른 행태를 보인다. (2a)에 나오는 본동사 ‘하’는 ‘ㅎ’으로 축약될 수 없다.

(2) a.철수가 숙제를 안했다.
b.*철수가 숙제를 않았다.

반면에 (1a)의 경우에는 ‘하였다’의 ‘하’가 ‘ㅎ’으로 축약될 수 있다.

(3) 철수가 영희를 만나지 않았다.

이렇게 축약이 가능하다는 것은 의미가 약하거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한 것은 (1a)와 (3)에서 ‘하’나 ‘ㅎ’은 ‘수행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문장의 ‘하’는 본동사로 쓰였다고 볼 수 없다. 이렇게 ‘하’가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은, 영어의 do동사가 본동사와 조동사 두 가지 용법으로 다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연상시킨다.
영어의 조동사 do가 부정문에서 나타나는 이유를 상기하면서 한국어의 의미 없는 동사 ‘하’가 부정문에서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여 보기로 하자. 영어의 경우 동사와 시제가 별개의 구성소이며, 이 둘은 핵이동을 통하여 만난다고 가정하였다. 한국어도 영어와 같은 방식으로 문장이 도출된다면, 문장 (4)는 (5a-b)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즉, 동사 ‘만나’가 핵이동을 통하여 시제 ‘ㅆ’ 쪽으로 이동해 나가면 ‘만났다’가 생성된다.

(4) 철수가 영희를 만났다.
(5) a.철수가 영희를 만나 ㅆ다: ‘만나’가 시제로 이동
b.철수가 영희를 만나 만났다.

영어의 경우 문부정소 not은 동사구와 시제형태소 T사이에서 나타남을 보았다. 한국어 문부정문의 경우에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부정형태소 ‘아니’가 동사구와 시제형태소 사이에 나타난다. 이렇게 부정형태소가 동사와 시제형태소 사이에 끼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 문제란, 시제형태소가 접사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거시제 형태소인 ‘ㅆ’은 접사로서 반드시 동사에 들러붙는 접사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6a)에서, 시제접사에 인접한 요소는 동사가 아니라 부정형태소이다. 문제는 부정형태소는 시제접사의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하’가 삽입된다고 주장하면, 기본적으로 영어의 부정문과 한국어의 부정문이 유사한 방식으로 도출된다고 할 수 있다.

(6) a.철수가 영희를 만나지 아니 였다: ‘하’-삽입
b.철수가 영희를 만나지 아니 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여 보기로 하자. 시제 ‘였’은 통사적으로 동사구나 부정어구(NegP)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음운-통사부에서는 시제가 반드시 동사와 병합하여야 한다. 따라서 동사구가 부정어구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음운-통사부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하’가 삽입되어 시제가 동사라는 지지대를 필요로 한다는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2.2 단형부정

한국어의 부정문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쟁점 중의 하나는 단형부정과 장형부정이 관련성을 맺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관련성 여부를 가리기 전에, 먼저 장형부정의 구조를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7)에서 동사 ‘만나’가 시제 ‘였’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정소 ‘아니’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니’가 취하는 명사형 보충어(complement)인 ‘지’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7) a.철수가 영희를 만나지 아니 였다: ‘하’-삽입
b.철수가 영희를 만나지 아니 하였다.

이제 한국어의 단형부정의 구조를 규명해보기로 하자. 예문 (8)에서 최소한 음운부(PF) 표상을 고려해 보면 부정소 ‘안’은 동사 ‘만나’의 자매이다.

(8) 철수가 모든 사람을 안 만났다.

문장 (8)이 (9)와 같은 구조를 갖는다고 가정하여 보자. 그렇다면, ‘안’은 동사만을 부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안’의 작용역은 자신의 성분통어영역이기 때문이다.

(9) 철수가 모든 사람을 [안 만나]았다.

그러나 (8)에서 ‘안’은 ‘모든 사람’을 부정할 수 있다. 즉, (8)은 ‘not>every people’의 해석을 허용하여 ‘철수가 모든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안’이 동사 ‘만나’의 자매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이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부정어 ‘안’이 동사구를 수식하며, 동사구내의 목적어가 이동해 나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10) a.철수가 [안 [모든 사람을 만나] 았다: 목적어 이동
b.철수가 모든 사람을 [안 [모든 사람을 만나]] 았다

이러한 주장의 한 가지 문제점은 왜 목적어가 반드시 이동해 나가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부정어 ‘안’이 동사구 ‘모든 사람을 만나’를 수식한다면 부정문에서는 목적어가 반드시 이동해 나간다고 가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11)과 같은 문장이 비문이기 때문이다.

(11) *철수가 안 모든 사람을 만났다.

일반적으로 동사구를 수식하는 부사는 목적어 전후에 모두 나타날 수 있다.

(12) a.철수가 매우 영희를 사랑한다.
b.철수가 영희를 매우 사랑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안’이 동사구 수식어라는 주장은 그리 만족스러운 주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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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 v



들어가는 말



제1부/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삽입

제1장 Do-삽입

제2장 ‘하’-삽입

제3장 To-삽입

제4장 That의 분포와 삽입전략

제5장 For의 분포와 삽입전략

제6장 허사(expletive) it/es-삽입

제7장 격과 삽입에 의한 보수



제2부/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생략

제8장 복원가능성의 원리(Principle of Recoverability)

제9장 최후의 수단과 통사-음운접합부와 논리형태부(LF)에서의 복사본 생략 (Copy Deletion)

제10장 국부조건(locality condition)위반과 생략에 의한 보수

제11장 최후의 수단으로의 후치사 생략

제12장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굴절어미 생략



제3부/ 통사부와 논리형태부(LF)에서의 최후의 수단

제13장 최후의 수단으로의 재병합(remerge)

제14장 최후의 수단으로의 표찰달기(labeling)

제15장 논리형태부(LF)에서의 삽입에 의한 보수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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