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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 시대의 문화정체성
지구화 시대의 문화정체성
저자 : 조나단 프리드먼
출판사 : 당대
출판년 : 2009
ISBN : 9788981631499

책소개

스웨덴 룬트대학에서 사회인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조나단 프리드먼(Jonathan Friedman)의 논문 모음집이다. 프리드먼은 영국과 미국,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북유럽을 기반으로 유럽대륙까지 넘나들며 방대한 이론들을 정리하고 발전시켰다. 그의 지구화이론 속에 녹아든 문화정체성이 다만 담론에 그치지 않는 범상함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리드먼은 이 책의 논문들을 통해 지구화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정초하는 한편, 당시 세계적 정황을 읽어 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에서의 대면이 시대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현재의 인류학, 나아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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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이 책은 스웨덴 룬트대학에서 사회인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조나단 프리드먼(Jonathan Friedman)의 논문 모음집 <Cultural Identity and Grobal Process(Sage, 1994)>를 번역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총 12편의 논문은 1980년과 1982년에 각각 발표된 1장과 3장을 제외하고는 1988년에서 1993년에 걸쳐 발표된 것들이다.

프리드먼은 미국의 문화인류학이 1980년대 이후 일부 프랑스 이론의 영향을 받아 문화를 코드화하는 문화주의로 발전되어 가는 것을 비판하면서, 프랑스의 구조주의와 정신분석학, 그리고 미국의 생태주의와 19세기 후반부터 유럽과 미국의 지성의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마르크스주의를 흡수하여, 즉 19세기 후반부터의 서구의 근대이론을 망라하여 자신의 지구화이론을 정립한다. 그의 지구화 이론은 지난 100년간의 서구 이론의 발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주요한 활동은 영국과 미국,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북유럽을 기반으로 유럽대륙까지 넘다들며 위와 같은 방대한 이론들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지구화이론 속에 녹아든 문화정체성이 다만 담론에 그치지 않는 범상함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리드먼은 이 책의 논문들을 통해 지구화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정초하는 한편, 당시 세계적 정황을 읽어 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에서의 대면이 시대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현재의 인류학, 나아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에서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문화정체성으로 지구화를 아우르는 그의 이론적 틀이 가지는 생동성에 있을 것이다.



2.

조나단 프리드먼은 이 책을 통해 지구인류학(Global Anthropology; Globalsystemic anthropology)을 주창한다. 지구적 현상이라고 간주되는 것들이 일상적으로 경험되고 있으며 그러한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에서 지구적 시야를 견지해야 함은 일견 당연한 것인데, 그는 왜 굳이 ‘지구인류학’으로 거론하고자 하였을까. 그리고 그는 ‘지구인류학’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을까.

우선 그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기에 앞서 지구화에 관한 동시대 이론들의 주된 경향, 그중에서도 지구적 현상을 단지 현상 그 자체에 머물게 하는 문화의 물상화를 비판하였다. 여기서 문화의 물상화란 문화를 기호, 코드, 텍스트 등의 생산물로 환원하는 것을 말하며 ‘문화주의’로 명명되고 있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문화주의’는 현상적 혹은 사후적 해석은 가능하게 하나 문화를 가치중립적이며 힘없는 존재로 만들어 왜 그것이 그렇게 되었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다만 문화적 혼합의 개념을 남용하는 것에 그치게 한다고 하였다. 그는 책 곳곳에서 이에 대해 누차 언급한다.

프리드먼에게 문화는 간단히 말해서 존재들 간의 혹은 그것들을 에워싼 의미가 부여되는 방식이자 존재적 실천으로서 ‘정체성이 구성되는 방식의 문제’이며 그 불안정한 산물이다. 이에 의거하여 그는 자신의 접근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문화적 과정이 그 자체로만 분석되기 쉬운 생활세계, 생활공간, 사회적 경험에 매몰되어 있다는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사회적 존재조건들이 지구적 공간에서 분포되는 방식과,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조건들이 형성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서문)



덧붙여 그는 타자와의 거울놀이(play of mirror)를 통해 자아가 인식된다는 구조주의 정신분석학에서의 정체성 개념을 들어, 서구 인류학에서의 문화 개념이 바로 위와 같은 문화적 과정을 충실하게 반영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인류학은 지배받는 세계, 곧 주변부를 지적 담론 속에 위치지우는 세계관으로서 서구에서 발전하였고, 현재의 인류학에서 민족지적 권위가 더 이상 진리치를 발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중심부 엘리트 지식인이 당면한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이론적 틀에서 민족지적 대상의 사회적 조건은 민족지적 기술에 앞서며 중심부/주변부로서 지역적?지구적 과정에 놓인다. 따라서 그가 제시하는 지역적?지구적 과정은 존재의 사회적 조건을 구성하며 존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이 책의 7장에서 10장에 걸쳐 사례 연구로 제시된 콩고의 ‘라사프’ 의례, 아이누족의 관광 산업, 하와이인의 문화운동 등의 분석에서 이와 같은 관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콩고에서 행해지고 있는 ‘라사프’ 의례를 살펴보면,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남부 콩고 브라자빌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표현하는 주요한 방식의 하나로서 의류를 소비한다. 프랑스의 진짜 명품을 사들이기 위해 브라자빌의 청년들은 파리로 향하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빈곤해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후 명품 의상을 걸치고 춤을 추는 연행을 훌륭히 마친다면 그의 사회적 위치는 상승될 수 있다. 여기서 의류의 소비는 서구 근대사회에서의 그것과 달리 존재의 ‘진정성(authenticity)’을 표현하며 명품이라는 상표는 진정성의 유일하고 확실한 기호이다. 어떤 지역적 상황(이를테면 서구라는 중심부)에서는 소비가 진정성을 탈각시키는 한편, 또 다른 지역적 상황(서구의 탈식민지로서 주변부)에서는 진정성을 부착한다. 이처럼 식민시기를 거친 후에도 친족조직과 비근대조직 등 기존의 위계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부 콩고에서는 외부로부터의 ‘화물(cargo)’을 내부에서의 힘의 원천으로 전유하며, 정체성은 그 입구를 둘러싸고 조직된다.

또 다른 사례로서 근대를 거치면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주변부로 자리 잡게 된 아이누족과 그와 마찬가지로 근대 이후 미국이라는 국가로 포섭된 하와이인은 위와는 다른 전개 양상을 띠는데, 먼저 아이누족은 아이누적인 것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아이누의 전통가옥을 짓고 아이누의 전통 생산품을 전시 판매함으로써 그들에게 주요한 타자인 일본으로부터 그들의 존재를 보증받는 형식이다.

한편, 아이누족의 관광 산업이 자신의 정체성을 일본이라는 중심부로부터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하와이인의 문화정치운동은 외래자본이 개입된 관광 산업에 의해 단절된 진정성의 정체성을 다시 되찾아야 할 잃어버린 과거로부터 복원하는 것이다. 하와이인 문화정치운동은 오하나(나눔과 연대의 원리에 기초한 확대가족), 알로하(타자의 필요에 의해 자신을 헌신하는 원리), 알로하 아이나(자연에 의지하면서 자연을 보살피는, 자연과 남자의 관계의 원리)라는 문화 복합을 제시하고 이것들이 과거 하와이의 전통사회를 지탱하였고 다시금 되찾아야 할 하와이 고유의 문화 원리로 강조한다.

이처럼 한 지역사회의 문화는 그 사회만으로는 파악되지 않으며 그보다 더 큰 사회와의 상호작용과 그 속에서 점하는 역사적 위치를 통해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각각의 역사적 계기와 사회적 조건에 따라 존재의 정체성은 상이하게 구성되면서 실천되는데, 이에 따라 사회적 존재 조건에 깊숙이 배태된 문화는 협상의 대상 따위가 될 수 없다.

문화는 전문적인 문화 전문가에게는 완전히 협상 가능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특정한 형태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은 결코 그렇지 않다.



3.

프리드먼의 지구인류학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중심부 엘리트들의 담론으로서 문화주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단일사회로 연구 분야를 제한해 온 근대이론, 특히 민족지적 대상을 ‘토착(aboriginal)’ 사회로 한정하고자 했던 인류학적 ‘오독’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류학에서 다루었던 수많은 ‘토착’ 사회들은 ‘차가운 사회’로서 인류의 화석으로 잔존된 것이 아니라 지역적?지구적 과정을 통해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예로서 ‘빅맨’사회 중 하나로 알려진, 파푸아뉴기니 남쪽 해변의 메케오라는 마을이 전통적 건축물의 외형과는 달리 사실은 외부와의 교역을 통해 상당히 발전된 사회라는 점, 파푸아뉴기니의 하겐 고산지역의 ‘빅맨’체계 역시 근대 이후 교역을 통해 출현했다는 점, 수렵·채집인으로 알려진 부시맨이 외부체제와 관계한 지역계층이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프리드먼은 그 경향성의 대략적인 일반화의 틀로서 중심부/주변부 사이클 모델을 제시하였는데, 이 사이클 모델은 문명화의 영고성쇠에 따라 순환된다는 측면에서 산업자본주의적 발전의 특수한 발현이라기보다는 모든 문명의 특징으로 언급하였다.

2장, 3장, 6장에서 논증된 것을 살펴보면, 우선 축적의 기본구조로서 위신재 체제(prestige good system)를 제기하였다. 위신재 체제는 신부대(brideprice) 등의 보상과 집단 내 비대칭적 결연을 통해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으로서 지역적?동심원적 위계를 조성한다. 그리고 이 축적된 위신재가 추상화된 화폐형태로 변형되면 지배계층이 분화됨과 동시에 사적소유권이 일반화되면서 재생산의 중심부/주변부 구조가 나타난다. 이때 중심부는 처음에는 폭력적으로 그 후에는 제도적으로 헤게모니의 출현과 함께 제국주의적 양상을 띠게 되며, 여기서 헤게모니는 문화적 헤게모니로서 사회적 에너지를 흡입하여 사회적 부를 축적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헤게모니는 언제까지나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헤게모니의 중심부는 축적의 구심점이었다가 중심부의 의제자본이 실질자본을 넘어서면서 쇠퇴하게 되면 파편화되고 재중심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세계의 각 지역은 사이클 내에서 자신이 점하는 위치에 따라 중심부/주변부 구조, 의존 구조, 독립 구조(팽창주의적 부조주의-약탈적 구조, ‘원시적’구조) 등의 지구체제의 지역 구조를 형성한다.

따라서 지구체제에서 문화적 과정은 이러한 헤게모니적 현상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흔히 문명이라고 말해지는 문화적 요소들은 이러한 헤게모니를 가장 분명하게 흡수한 중심부의 문화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각 존재들은 지구체제에 놓인 위치에 따라 타자와의 거울의 위치를 조정하며 정체성 공간을 구성한다. 정체성 공간은 세계에 대한 구성물(construct)이자, 세계로의 실천적 방향과 힘의 좌표공간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부터 신에서 천사를 거쳐 인간, 짐승(혹은 악마)의 맨 아래까지 이어지는 ‘존재의 거대한 사슬’은 중세 유럽의 지배적인 구성물이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문명화된 정체성의 공간을 문화와 자연을 좌표축 삼아 전통주의-문화주의, 근대주의, 탈근대주의 등의 세 가지 변이로 구분하여 도식화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세 가지 변이들의 정체성이 고대 헬레니즘, 고대 중국, 중세 아랍 등의 문헌들에서 문명의 헤게모니의 상승과 쇠퇴라는 주기적 사이클을 따라 주기적으로 표출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즉, 근대성은 19세기 서구의 정체성 공간에 한정되지 않으며, 탈근대성 역시 탈산업사회 정체성의 고유한 특질로 제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11장에서 최근의 문화연구이론들을 검토함으로써 지구체제와 그 정체성 공간을 보다 논쟁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지구성(Globality)의 문제를 제기한 로버트슨(Robertson)의 지구화 모델을 지구적 장(field)의 시대적 조직방식으로 자세히 검토하였다. 개인, 사회, 인류, 국가가 상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지구화는 ‘세계는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공간’이라는 의식을 본질로 한다는 로버트슨의 주장에 저자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이를 비판적으로 보았다.

하나는 “지구화는 지구적 인식 자체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지구체제의 역사 속에서 한정된 시기에 그것이 형성되는 방식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며, 또 하나는 지구화를 “지역적 의미가 부여되는 지구적 과정과 혼돈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이지리아 사람이 미국드라마 댈러스를 본다는 사실은 어쩌면 매우 지역화된 현상으로서 달라스가 생산된 사회와는 전혀 다른 지역 내 위계관계의 표상을 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기든스(Giddens)의 ‘성찰로서의 탈근대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근대사회의 안정적인 시스템은 개인을 고립화시킨다는 점, 근대성의 추상적 제도에서 신뢰가 주어진다는 기든스의 주장은 타당하지만, 친밀성/비인격성, 이탈/재포섭 등의 대립적인 용어들이 단지 현대사회의 은유적 표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12장이 발표된 1993년은 저자가 보기에, 헤게모니의 쇠퇴 징후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는 시점이었다. 정체성의 동화로써 동질화가 힘을 잃고 곳곳에서 문화적 공간이 창출되는 시기로 파악하였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다문화주의, 혼성성, 크레올화 등의 학문적 부상은 한편으로는 헤게모니의 쇠퇴를 반영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장의 재질서화를 표상하는 것이다.



4.

지구인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분야의 제기, 서구 중심의 인류학에 대한 비판적 검토, 문화 개념의 물상화에 대한 거부, 존재적 실천으로서 정체성 공간에 대한 논의, 지역체제와 지구체제의 접합과 그 역동적 과정으로서의 지구화, 20세기 후반의 세계 헤게모니의 양상에 대한 고찰 등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그 다양함만큼이나 많은 논쟁지점을 안고 있다.

그가 자신의 이론을 구축하면서 언급했던 현대 인류학자를 비롯해서 많은 근대 학자들에 대한 비판이 과연 얼마나 타당한가는 논의가 필요로 하겠지만 정체성의 형성은 지구적이라는 것, 그리고 지구적인 것은 매우 일상적인 것으로 존재적 조건임과 동시에 실천을 주조한다는 점은, 살아 있는 논리로 세계를 조직하는 연구자들에게 학문 실천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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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4

01 지구인류학을 향하여 12
02 지구체제의 역사적 보편성과 문화적 특수성 36
03 문명 사이클과 원시주의의 역사 82
04 인류학에서 문화개념의 출현 125
05 문화, 정체성, 세계과정 145
06 지구체제의 문화적 논리 168
07 지구화와 지역화 186
08 정체성의 역사와 정치학 213
09 우아함의 정치경제학 263
10 나르시시즘, 정신적 뿌리, 탈근대성 297
11 지구체제, 지구화, 근대성의 매개변수 344
12 지구체제의 질서와 무질서 408

참고문헌 440
찾아보기 453
옮긴이 후기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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