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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저자 : 하성란,김애란,강영숙,윤성희,이혜경,권여선,김숨
출판사 : 강
출판년 : 2009
ISBN : 9788982181276

책소개

여성작가 9인, 도시 서울을 이야기하다!

여성작가 9인의 테마 소설집『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이혜경, 하성란, 권여선, 김숨, 강영숙, 이신조, 윤성희, 편혜영, 김애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작가 9인이 도시 '서울'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작가들은 우리 안에 걸쳐져 있는 욕망으로서의 서울, 뭐라고 규정하기 힘든 삶의 풍경이자 실재로서의 서울을 소설로 그려내고 있다.

하성란의 소설 〈1968년의 만우절〉은 1960년대 서울로 상경한 젊은이들에게 필요했던 사랑의 기술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혜영의 소설 〈크림색 소파의 방〉은 진입을 거부하는 완강한 도시로서의 서울을 보여준다. 김애란의 소설 〈벌레들〉은 서울 변두리 재개발 구역의 낡은 연립주택에서 서서히 신혼의 꿈을 잃어가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이어지는 이혜경, 권여선, 김숨, 강영숙, 이신조, 윤성희가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들도 만만치 않다. 북촌, 망원동 다세대주택, 한강변 오피스텔, 강북강변도로, 한강 밤섬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어딘가 착잡하고 가슴 아프다. 작가들은 특유의 개성적인 시선과 목소리로 우리를 닮은 도시 서울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1. 올해 만우절에도 서울에선 일생일대의 거짓말이?

1968년 서울에도 만우절은 있었던 모양이다. 그 시절 서울 변두리 동네에는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는 처녀, 총각 들이 많았다. 그것은 전쟁을 제외하고 한국 역사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가장 대규모로 진행된 사회적 이동의 결과였다. ‘무작정 상경’이라는 슬픈 조어도 그때 탄생하지 않았나. 서울로 서울로 몰려든 젊은이들. 가진 것은 없었지만 그들도 사랑은 해야 했으리라. 그때 가장 필요한 사랑의 기술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나이 정도는 가볍게 속여야 했으리라. 테마 소설집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에 실린 하성란 소설 「1968년의 만우절」 이야기다.
소설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와 사촌, 친구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출생연도가 각각 다 달랐던 까닭이 여기 있다. 엄마는 곡을 하다가도 그 인간이 처음부터 모든 걸 속였다면서 사람들에게 떠벌려야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자기보다 세 살 많다고 했던 남편의 나이는 거의 띠동갑이거나 그 이상인 게 분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깟 나이 정도야 거짓말 축에나 들 수 있을까. 아버지가 엄마에게 했던 최대의 거짓말은 1968년 만우절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날 그 거짓말의 결실이 소설 화자인 큰딸 ‘나’이다.

“아버지의 말랑말랑한 거짓말에 눈감으면 코 베간다는 서울살이에 의심만 늘 대로 는 엄마도 속아넘어갔다. 그날 마신 커피 탓도 있었다. 카페인 성분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는데 엄마는 그걸 그만 아버지를 사랑하는 거라고 믿어버리고 말았다.”(하성란, 「1968년의 만우절」)

그 아버지가 화자인 어린 딸을 데리고 틈만 나면 오르던 곳이 ‘남산’이었다. 어둑할 무렵 아버지가 무동을 해주면 시원하게 펼쳐진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점점이 늘어나는 불빛들. “저렇게 많은 집들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때 젊은 아버지는 한마디 했다. “서울은 만원이다!” 딸은 이제 묻는다. 그때 아버진 왜 그렇게 남산에 올라갔던 것일까. “그 시대 영화에서처럼 시골에서 상경한 청년들의 흔한 포즈였을까. 이 험난한 서울에서 일 한번 내보겠다는, 살아남겠다는.”

하성란 소설의 젊은 아버지가 남산에 올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서울은 만원이다!”라고 짐짓 허풍처럼 일갈하던 때부터 사십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그곳 남산에는 지금 어떤 아버지와 딸이 어둑한 저녁 만화경 같은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서울은 지금도 그때처럼 만원일까. 그리고 요즘의 만우절에도 서울 어느 곳에서는 일생일대의 거짓말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혜경 하성란 권여선 김숨 강영숙 이신조 윤성희 편혜영 김애란--지금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작가 9인이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고, 테마 소설집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는 바로 일 년여의 준비 끝에 나오는 그 결실이다.

2. 당신을 닮은 도시, 서울이 들려주는 아홉 가지 이야기

이 책에서 이들 9인의 작가는 우리 안에 걸쳐져 있는 욕망으로서의 서울, 그러니까 우리의 내부이기도 하고 외부이기도 한 서울, 무어라 규정하기 힘든 삶의 풍경이자 실재로서의 서울이 스스로를 불가피하게 누설하고 발설하는 순간을 찾아 제각각의 흥미로운 소설적 탐사를 펼쳐보인다.
가령 편혜영의 소설 「크림색 소파의 방」에서 서울은 진입을 거부하는 완강한 도시로 그 숨은 모습을 드러낸다. 팔 년간의 지방 소도시 사택 근무를 끝내고 서울 본사로 발령받은 젊은 가장은 아내와 갓난아이를 데리고 이삿짐 차를 뒤쫓아 서울로 가고 있지만, 국도를 따라가는 이 가족의 서울행이 크림색 사인조 소파와 함께 시작될 새로운 서울살이에 순조롭게 도달할 가능성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무엇이 이들의 서울 진입을 가로막는가. 퍼붓는 비인가. 고장난 와이퍼인가. 국도변의 그 정체 모를 음흉한 청년들인가. 젊은 가장 박(朴)의 강퍅한 성정인가. 작은 말썽과 불길한 예감이 마침내 청년들의 폭력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때, 흐릿해지는 박의 의식 저편으로 침묵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는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피의 폭력 이상으로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 경우 이들 가족에게 마치 도달 불능점인 양 점멸하고 있는 서울은, 혹 국도에서 겪은 그 사소하고 정체 모를 불운, 그것의 이면이자 숨은 실체는 아닐까.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진실은 그럼에도 이들 가족은 물론 우리들 누구도 그 서울행 국도로의 진입을 멈추기 힘들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가령 편혜영 소설의 가족이 국도에서의 그 지옥 같은 곤경에서 벗어나 크림색 소파가 있는 서울의 새 집에 도착했다면 어떠할까? 이혜경, 권여선, 김애란, 김숨, 강영숙, 이신조, 윤성희 등이 이어서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들은 그 후일담 역시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예컨대, 서울 변두리 재개발 구역의 낡은 연립주택에서 소음과 먼지에 지쳐가고, 이윽고는 스멀스멀 집안을 점령하는 벌레들의 습격에 서서히 신혼의 꿈을 잃고 무너져가는 김애란 소설의 젊은 부부 이야기(「벌레들」)는 편혜영 소설의 가족이 국도에서 겪어야 했던 것 못지않은 악몽의 삶이 지금 이곳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생생한 증언이 아닐 수 없다. 쏟아져 나오는 벌레의 행렬에 기겁한 채 밤 한시 재개발이 한창인 건물 잔해 위에서 양수를 쏟으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설의 여주인공은 과연 출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 안에서도 여전히 평화롭고 안락한 서울은 늘 저 건너편 교회나 아파트의 불빛으로만 존재할 뿐이라는 아이러니! 경쾌함과 어두움이 슬픈 유머 속에 교차하는 김애란 특유의 시선이 서울살이의 가혹한 진실 앞에 유독 생생하다.
그리고 우리는 북촌에서도(이혜경, 「북촌」), 망원동 다세대주택에서도(김숨, 「내 비밀스런 이웃들」), 한강변 오피스텔에서도(권여선, 「빈 찻잔 놓기」), 강북강변도로에서도(강영숙, 「죽음의 도로」), 한강 밤섬에서도(이신조,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 사라진 육교 자리에서도(윤성희,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 각기 작가들 특유의 개성적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서울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들과 만난다. 다들 조금은 착잡하고 아픈 이야기들이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닌지 모른다. 이것들은 모두 당신을 닮은 도시, 서울의 이야기들이므로.

“(…) 이내 서울이 그리워졌고 돌아오면 안도했다. 서울이 전적으로 태평하고 무사한 도시여서가 아니었다. 대개의 삶이 그렇듯, 그런 날은 일부에 불과했다. 안도감이나 그리움은 서울을 벗어나 있을 때에나 가능했다. 서울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어수선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도시를 영영 떠날 꿈을 꾸어본 적이 없다. 서울은 나와 가장 닮은 도시이기 때문이다.”(편혜영, ‘작가의 말’에서)

■ 추천의 글

천만 명이 살고 있는 서울은 한국 작가들에게 감수성과 사유와 영감의 거대한 학교이다. 요즘 한국문단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소설가 아홉 명이 이 학교에 출석했다. 누구는 서울이라는 감옥의 수인으로서 누구는 서울이라는 고아원의 원아로서. 또 서울이라는 셋집의 지하생활자도 있고 서울이라는 성곽 밖 진입로의 가족, 서울이라는 극장의 연인, 서울이라는 위태롭고 아름다운 도로의 울보 운전자도 보인다. 그들은 우리가 어느 날 무심코 바라본 거울 속 내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의 삶의 낯섦과 무자비함을 포착한다. 어디선가 밑도 끝도 없이 ‘조심해!’ 라는 노파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오래전부터 나는 파트릭 모디아노가 파리를, 오르한 파묵이 이스탄불을, 카를로스 사폰이 바르셀로나를 그리듯 서울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이 세련된 소설집이 나왔으니 필요 없게 되었다. 우리가 서울과의 애증을 어떻게 변형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도시의 일상이 어떻게 소설이 되는지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은희경(소설가)

‘서울’을 이야기한 작가라면 일찍이 ?서울, 1964년 겨울?의 김승옥이 있었다. 그후 여기, 이혜경에서 김애란까지 오늘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여성 작가 아홉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시 그렇게 서울은, 소설이 된다. 멀리 김승옥이 헤집어낸 저 서울살이의 고독과 불안이, 지금 이곳 그들의 섬세를 빌려 새롭게 살아난다. 이들이 재발견한 공룡도시 서울의 뒷면에는 애잔한 활기와 소란이 있고, 저도 몰래 숨어 흐르는 다기한 감정의 격랑이 있다. 연대의 안간힘과 차마 말하지 못한 희망이 또한, 거기에 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서울을 불러들여, 서울에 대한 안타까운 애증을 가까스로 고백한다. 그러니 이렇다. 이것은 우울과 몽상의 도시, 우리의 아름다운 지옥 서울에 부치는 아홉 장의 연애편지다.--김영찬(문학평론가 ? 계명대교수)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북촌--이혜경 7
1968년의 만우절--하성란 35
빈 찻잔 놓기--권여선 65
내 비밀스런 이웃들--김숨 99
죽음의 도로--강영숙 129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이신조 155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윤성희 183
크림색 소파의 방--편혜영 209
벌레들--김애란 235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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