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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들 (유용주가 사랑한 우리시대의 작가들)
아름다운 얼굴들 (유용주가 사랑한 우리시대의 작가들)
저자 : 유용주
출판사 : 한겨레출판사
출판년 : 2012
ISBN : 9788984316164

책소개

함께 보낸 시간들을 통해 작가들을 새롭게 정의하다!

유용주가 사랑한 우리 시대의 작가들 『아름다운 얼굴들』. 1991년 문예지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저자가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쓴 발문을 모은 책이다. 저자와 시대를 함께 살아온 안상학, 이나미, 박남준, 이면우, 이원규, 송기원, 박범신, 이문구, 박경리 등 13명의 작가들이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며 함께 노래 부르고 웃고 울며 보낸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발문에서 벗어나 저자 고유의 문체로 작가들과의 각별한 인연은 물론, 그들의 삶과 문학에 대해 투박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글을 통해 서로의 삶을, 마음을, 고통을 헤아리는 작가들과의 우연이 만나 인연으로 이어지는 순간순간의 특별한 기억들을 되돌아보는 저자의 글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삶, 작가, 문학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유용주가 사랑한 우리 시대의 작가들
안상학·이나미·김해자·박남준·한창훈·이정록·이면우
이원규·정낙추·송기원·박범신·이문구·박경리
작가 유용주, 우리 시대 13인의 작가들을 기록하다


시인이자 소설가 유용주가 시대를 함께 살아온 13인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발문집 《아름다운 얼굴들》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쓴 발문(跋文)들을 모은 것으로, 책의 끝에 내용의 대강이나 간행 경위에 관한 사항을 간략하게 적는 일반적인 발문 대신, 그 고유의 문체로 작가들과의 각별한 인연을 비롯해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함께 보낸 시간들을 통해 작가들을 새롭게 정의한다. 한 그루 소나무 같은 짐승 안상학, 소설을 앓고 있는 사람 이나미, 너무 많이 아플 때는 소리 내지르는 것도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김해자, 세상에 울분과 절규를 던진 박남준, 오래 참으며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버틴, 직전의 힘을 지닌 한창훈, 일상의 자잘한 세목들을 훌륭하게 두드리고 반죽해서 시를 쓰는 이정록, 삶을 두드리고 깎고 쪼이면서 엄정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이면우, 걷는 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는 이원규, 땀 흘려 일하면서도 설치고 잘난 체하지 않고 담담하게 삶과 문학을 일치시키는 정낙추, 밑바닥 사람들에 대한 한량없는 사랑이 전부인 송기원, 작가는 현실 비판이 멈추면 곧 죽음이라는 박범신, 높이를 잴 수 없는 나무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바다를 닮은 이문구, 세상에서 가장 큰 어머니 박경리까지.
저자는 글을 통해 서로의 삶을, 마음을, 고통을 헤아리는 작가들이 함께 노래 부르고 웃고 울며 보낸 소중한 순간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문학이라는, 삶의 유일한 비상구를 찾은 자신의 투박하면서도 진솔한 인생을 이야기한다.

작가들과의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유용주 자신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

1987년 6월 29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뒤로 정신을 못 차리고 육 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먹었다. 밑바닥 인생 안에서 용을 쓰며 시를 썼다. 술에 취한 입에서는 막차가 끊기고 공장에서 숙소까지 20리 길을 걸어 다닐 때 울면서 외웠던 시들이 쏟아져 나왔다. 1988년 새해 아침, 신진 시인 유용주의 탄생을 꿈꾸며 신문을 펼쳤다. 1면에 적힌 문구, 신춘문예 당선작! ! 안상학! 시인 안상학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박남준과의 인연은 또 어떠한가. 박남준이 사는 모악산방을 처음 올라가던 날, 저자는 깜짝 놀랐다. 어렸을 적 자신이 살던 집과 마당 가운데 박힌 돌과 집이 앉은 방향까지 쏙 빼닮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또 박남준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다섯 살 터울의, 지금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작은형이 떠오른다. 조용조용 설거지할 때, 정지에서 군불을 땔 때, 나무를 해오거나 텃밭을 맬 때, 특히 작은형이 좋아하던 김추자나 배호의 음악을 듣는 박남준을 보면 영락없이 작은형이 떠오르면서, 작은형이 환생을 했다고 우기고 싶을 정도다.
소설가 한창훈과의 만남은 1993년 가을, 서산 YMCA에서였다. 서산, 태안 글패인 ‘글마당 사람들’을 만들기 위한 준비 모임이 있었다. 주부, 교사, 택시운전사, 은행원, 점원, 농사꾼 등 주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생긴 대로 읽고, 살아온 만큼 쓰고, 진지한 합평도 했다. 그러다 한 건물에 같이 살게 된 인연으로 오르락내리락 술을 열심히 마시던 중, 어느새 완성했다며 그가 내민 소설은 환장할 정도였다. 그렇게 술 인연, 사람 인연을 넓혀가며 보낸 시간은 켜켜이 쌓여 추억이 되었고, 그는 여전히 문학을 붙들고 오래 참고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외에도 끝없이 긴긴 겨울 밤 우연히 마주한 술자리에서 만난 인연(이나미), 누군가 훌륭한 시인이 있다며 건넨 시집이 며칠 만에 손에 우연히 닿은 인연(이면우), 막일을 찾아 이곳저곳 떠다니다 일주일가량 잡일을 돕게 된 인연(박경리) 등 저자의 가슴속에는 우연이 만나 인연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순간이 모두 특별하게 남았다. 그리고 그 인연들은 홀로 글과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외로운 글쟁이의 길을 위로해주는 하나의 등불과 같았다. 흘러가는 별빛과 같았다. 그렇게 수많은 별이 흘러갔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삶, 작가, 문학에 대하여

이나미는 “언제나 지금 이곳, 우리가 잘 알면서도 짐짓 외면하고 있는 이곳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김해자는 “너무 많이 아플 때는 소리 내지르는 것도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시”를 쓴다. 이원규는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예수와 붓다가 한번 되어보자”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문학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곳에 삶이 있기 때문이다.

단언코, 이나미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소설을 앓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앓음다운 짐승일 게다. 어쩌면 고양이로 태어나기 전에 작고 눈 까만, 초식동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나 진행형인, 불통투성이 세상에서 온몸으로 울부짖지는 않을 것이다.
p.53

다만, 핏물을 먹 갈아 새긴 시는 알아볼 수 있다. 눈물을 먹 갈아 조각한 시는 들을 수 있다. 살점을 저며 쓴 시는 달게 먹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잘난 체하지 않는 시, 그러면서도 배운 티 내지 않는 시, 땀 그물로 끌어올린 정직한 시, 너무 많이 아플 때는 소리 내지르는 것도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시…… 김해자의 시.
p.68

삶의 가장 밑바닥까지, 막장까지 한번 파 내려가 온몸으로 바닥을 기는 푸른 뱀이 되어보자는 거지요. 말없는 말, 그림자 없는 그림자, 경계 없는 경계, 길에게 온몸을 맡기고 말없이 흘러가는 참다운 거지가 한번 되어보자는 뜻인지도 모르지요.
p.155

보일러공으로 일하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무엇이든 참고 견뎌온 이면우는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시를 쓸 수 있었다. 그 시는 “삶은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강해진다”는 진리를 말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의 몸에서 나는 “들큰한 땀 냄새”로 가득하다. 고향 태안에서 농사를 짓는 정낙추는 농사철에 흘린 땀방울을 한 땀 한 땀 찍어 시를 쓰고 있다. 문학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삶이 이렇게 큰 현실이고, 문학인 것을.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한 움큼이라도 쥐고 들어가지 못하면 아내와 자식이 굶어 죽는 처절한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3천 원짜리 점심값이 부담이 되어 일터에서 제법 떨어진 대전시청 구내식당까지 가서 1천8백 원짜리 밥을 먹고 오는 쉰 넘은 가장의 마음을 요즈음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도 점심을 일부러 늦게 먹는다. 일찍 먹으면 저녁 퇴근길 버스 안에서부터 배가 고파오기 때문이다. 이게 2001년 연봉 1천380만 원짜리 계약직 보일러공의 현실이다.
p.138

가끔 노인성 치매를 보이지만 삼시 세 끼 고봉밥 뚝딱 해치우고 경로당 출근하고 저녁때 돌아오면 텔레비전 보다 콧소리 요란하게 잠드는 아버지 옆에서, 풀의 역사이자 땅의 역사인, 음식, 길쌈, 바느질 솜씨 좋았던, 박꽃 같았던, 이제는 온갖 풍상에 시달려 한 줌 새털 같은 어머니 구부린 등 옆에서, 움벼처럼 싱싱한 아이들 꿈속에서, 어느덧 어머니 닮아 쇠비름 노란 꽃으로 시든 아내 옆에서 밤새워 시를 쓸 것입니다.
p.174

문학은 삶을 떠날 수 없다.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사람을 떠나서는 문학이 될 수 없다. “작가는 현실 비판이 멈추면 곧 죽음(박범신)”이며, “품위가 있어야” 하고 “진지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이문구). 또 부지런히 움직이며 “무엇보다 좋은 글을 많이(박경리)” 써야 한다. 문학의 길을 먼저 걸었던 선배님들의 말씀이다. 지극히 낮은 그 말씀은 여전히 저자의 마음에 남아 가슴을 울린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한 점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 안상학
세상에서 가장 낮은 노래 · 이나미
끝나지 않은 노래 · 김해자
먼 바다에서 온 물봉선 · 박남준
한 도보 고행승에 대한 중간 보고 · 한창훈
쓰다듬는 나무가 세상을 키운다 · 이정록
생의 북쪽을 지니고 간다 · 이면우
아니 갈 수 없는 길 · 이원규
바람 같고 산맥 같고 나무 같은 사람 · 정낙추
아름다운 얼굴 · 송기원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 · 박범신
숲을 이루는 존재들을 위하여 · 이문구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 · 박경리

작가의 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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