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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저자 : 오시프 만델슈탐
출판사 : 문학의숲
출판년 : 2012
ISBN : 9788993838282

책소개

러시아어로 쓰인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칭송받는 오시프 만델슈탐의 시를 만나다!

뛰어난 문학성, 극적인 생애, 그럼에도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인 시인들을 소개하는「세계숨은시인선」 제2권 러시아편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해당 언어권 문학가와 연구자는 알고 있지만, 시를 쓰거나 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의 시인과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세계 어느 곳에나 최고의 시가 있고 최고의 시인들이 있다는 전제 아래 해당 언어권은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와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제2권은 인간의 말을 신뢰하고 시의 언어를 사랑한 러시아의 시인 오시프 만델슈탐의 시 93편을 엮은 시선집이다. 스탈린 시대, 비극적 생애를 살다 갔지만 뛰어난 서정시에 도시의 시학을 담아낸 아름다운 시로 러시아의 릴케, 러시아의 예이츠라 불리는 저자의 ‘존재하지도 않는 자유를’, ‘나는 춥다, 투명한 봄은’, ‘난 하고 싶은 말을 잊었다’, ‘시대’, ‘여긴 어떤 거리인가?’ 등의 시편을 만나볼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오 예언된 나의 슬픔, 오 침묵하는 나의 자유”
감옥에 갇혀 죽었으나 인간의 말을 신뢰하고 시의 언어를 사랑한,
오시프 만델슈탐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세계숨은시인선2)


사랑과 두려움, 추억, 죽음의 초월로 가득 찬 이 높고 외롭고 맑은 목소리. 탁한 바람 속에서 타오르는, 그러나 완전히 꺼지지 않는 성냥처럼 떨리는 목소리. 주인이 떠난 이후 남겨진 목소리. 독자에게서 다시 살아나는 시인의 목소리.
_조지프 브로드스키(러시아 시인, 198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고,/ 아무것도 배울 필요가 없으니,// 야수처럼 어두운 영혼/ 참으로 슬프나 아름답다.// 아무것도 배우고 싶지 않기에/ 아예 말할 줄도 모른다.// 어린 돌고래처럼/ 깊은 잿빛 바다의 세상을 헤엄쳐 나간다.
_ 전문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세계숨은시인선2)는 러시아 시인 오시프 만델슈탐의 시 가운데 총 93편의 시를 선정하여 묶은 시선집이다.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조주관 교수가 번역하고 해설을 썼으며, 러시아문학 전공자이기도 한 이장욱 시인이 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습작기 시절에 접한 만델슈탐 시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러시아어로 쓰인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시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 만델슈탐은 바르샤바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같은 학교를 다니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혁명의 회오리와 문학 논쟁의 와중에서 시대에 반하는 작품을 썼다는 이유로 1923년 모든 잡지의 필자 명단에서 삭제되었다. 1933년 이후 단 한 작품도 발표하지 못하다가 반스탈린주의 시를 썼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뒤 강제수용소로 보내졌고, 그 안에서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주기적으로 정신 발작에 시달리고 궁핍한 환경에 살면서도 만델슈탐은 낙천적이었고 죽을 때까지 결코 농담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한 강한 부정 뒤에는 인간의 말과 시의 언어에 대한 강한 신뢰와 애정이 담겨 있었던 것.

시대의 어둠 속에서 억압받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방황했던 러시아 시인 만델슈탐이 일생 동안 가장 사랑했던 대상은 말이다. 그의 말 사랑은 운명적으로 하나의 철학이 된다. 그에게 말은 단순히 언어적 재료의 차원을 넘어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리얼리티로 고양된다. 그는 말의 소리, 모양, 의미, 연상, 개성, 메타포, 그리고 말의 힘을 숭배했다. 만델슈탐의 입에서 떨어지는 모든 말은 하나의 결단이다. 그리고 이 결단은 자기 존재의 실체를 건 모험이다. 그의 영혼이 그의 말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_조주관, 해설 에서

말에 대한 만델슈탐의 사랑은 러시아어로 적힌 그의 시를 직접 낭송할 때 보다 잘 알 수 있다. 그의 초기 시집 《돌》과 《비가》는 거의 조각한 듯한 리듬과 운율의 완전성, 그리고 구체적으로 지각되는 시행의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형식적 요소 때문에 그의 시가 칭송을 받는 것은 아니다. 조주관 교수에 의하면 만델슈탐의 시는 시어와 은유에 있어 독창적이고, 소리와 이미지, 그리고 사상의 어우러짐이 자연스럽다. 그는 공허, 공간, 침묵을 묘사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며, 날카로운 시대감각과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
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려 건물을 완성하는 건축가처럼 만델슈탐은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하여 시를 써 나갔다. 그의 그런 경향은 러시아 상징주의자들의 모호하고 알 수 없는 시적 표현을 거부한다. 그래서 그는 구밀료프와 아흐마토바 등과 함께 아크메이즘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들 아크메이스트는 상징주의 시 속에 나타난 음악성 우선주의, 모호한 어휘, 막연한 암시, 알 수 없는 절대성의 표현을 거부했으며, 구체적 이미지, 말과 메타포의 정확성, 예술의 구체성, 표현의 명료성을 주장했다. 그들은 ‘명확하고 아름다운 존재’를 느끼고자 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표현의 대상과 감정을 일상생활에서 찾았고, 분명하지 않은 뉘앙스보다는 정확한 의미, 명료한 색채, 조형적 명암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음악성보다는 회화성을 중시했다. 그들은 ‘장미가 진정한 무엇을 상징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다만 장미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보았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나,/ 그녀는 음악이요 말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깨뜨릴 수 없는 관계.// 바다의 가슴은 조용히 숨을 쉬나/ 낮은 광인처럼 빛난다./ 흐린 하늘색 그릇의/ 거품이 창백한 라일락 같다.// 태어날 때부터 순결한/ 크리스털 음성처럼,/ 내 입술이/ 태초의 침묵을 얻게 해 주오!// 아프로디테여, 거품으로 남아 있으라/ 그리고 말이 음악으로 돌아가게 하라/ 가슴이여, 마음의 수치를 담아라/ 삶의 근원에서 합쳐진 채로!
_ 전문

“투명한 페트로폴에서 우리는 죽으리라”
러시아의 릴케, 러시아의 예이츠라 불리는 만델슈탐
뛰어난 서정시에 도시의 시학을 담아내다

약 30년에 이르는 만델슈탐의 시 창작은 세 시기로 구분된다. 시집 《돌》(1908~1915)의 시기, 시집 《비가》(1916~1920)와 이 시집에 덧붙여진 1921~1925년 사이의 시들을 아우르는 시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1930년대이다. 첫 시집 《돌》부터 마지막 시집 《보로네시 노트》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테마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도시의 테마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시는 이다.

노란빛의 정부 청사 위로/ 뿌연 눈보라가 오랫동안 맴돌고,/ 법률가는 큰 몸짓으로 외투 깃을 여민 후/ 또다시 썰매에 앉는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기선들. 양지에선/ 선실의 두툼한 유리가 불타오른다./ 정박지의 전함처럼, 괴물 같은 거인/ 러시아가 힘들게 쉬고 있다.// 네바 강가에는 세계 절반의 대사관들,/ 해군성, 태양, 정적!/ 그리고 제국의 빳빳한 황제의 예복이/ 고행자의 옷처럼 초라하다.
_ 전문

페테르부르크(페트로폴)는 만델슈탐의 시적 작업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도시이다. 첫 시집 《돌》에서는 예술에 대한 이상적인 모델로 나타난다면, 《비가》에서는 건축 모티프와 연결되어 네바 강에 위협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도시를 통해 만델슈탐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 그리고 문화의 연속성이다. 이는 바로 자신이 숭배하는 성스러운 전통을 향한, 다름 아닌 러시아의 시적 전통을 향한, 아름다움의 영역을 향한 호소에 다름 아니다. 그는 1922년에 쓴 에세이에서 “러시아의 모든 도시는 내 기억 속에서 허구의, 영원히 꿈같은 거리로 이어진 하나의 거대한 도시다. 나는 이 가공의 도시를 실재하는 개별적 도시보다 더 사랑한다. 마치 그곳에서 내가 태어난 것처럼, 그곳 밖으로는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사랑한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는 러시아 문화의 양 극단을 대표해 왔다. 18세기 이래로 두 도시는 대립적인 공간으로 표현되었다. 모스크바가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오래된 슬라브 전통을 간직한 도시의 이미지를 갖는다면, 페테르부르크는 새로운 서구 도시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또한 모스크바가 혼돈스럽고 무질서하며 아시아적인 도시라면, 페테르부르크는 문명화되고 논리적으로 정연한 유럽적인 도시로 표현된다. 그런데 20세기가 되면서 두 도시의 변별성이 많이 소멸된다. 1917년 10월 혁명 이후 소비에트 러시아가 수도를 모스크바로 다시 옮기면서 신구新舊 구분이 무색해졌다. 20세기에 들어 페테르부르크가 오히려 과거를 대표하는 도시로, 모스크바는 성스럽고 어두운 고대 도시의 이미지에서 현재를 대표하는 활기찬 도시로 변했다. 만델슈탐의 시에도 혁명을 기점으로 모스크바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반면에 페테르부르크는 과거 문화에 대한 상징으로 남은 도시가 된다.
그가 생의 말기를 보낸 유형 도시 보로네시는 ‘열려 있는 감옥’ 또는 ‘죽음과 시를 위한 공간’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보로네시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고유한 문화적 색채라든가 역사를 결여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만델슈탐에게 보로네시는 보호받지 못하는 공간, 위험성을 암시하는 정지된 공간으로 나타난다. 보로네시에서 쓰인 연작시들은 대부분 죽음을 재촉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시인이 말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며 세상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비교하지 마라. 살아 있는 것은 비교할 수 없나니./ 어떤 부드러운 놀라움에/ 나는 평원의 평등에 동의했고/ 둥근 하늘은 나에게 병이었다.// 나는 공기 같은 몸종을 향하여,/ 그로부터 소식이나 봉사를 기다리며,/ 나의 길을 준비하고, 시작할 수 없는/ 여행의 아치를 따라 헤엄쳐 간다.// 더 큰 하늘이 있는 곳, 여기서 나는 떠돌 준비가 돼 있다―/ 명료한 향수가 나를 놓아 주지 않고/ 아직도 젊은 이 보로네시 언덕에서―/ 토스카나의 전 인류적인 빛나는 언덕으로 갈 수 있도록.
_ 전문

스탈린 정치의 횡포 아래 신화의 도시, 혁명의 도시, 문학과 예술의 도시인 페테르부르크를 재발견하며 만델슈탐이 적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두 번째 수감 후 모스크바에서 약 960㎞ 떨어진 작은 지방 도시 보로네시에서 거의 갇혀 지내며 연작시를 통해 그가 전하려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며, 입이 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그에게 그 도시들은 잊혀서도 안 되고 버려져서도 안 되는 ‘시’ 같은 무엇이었다. 그는 잊히고 버려진 땅에서 오로지 문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 만델슈탐은 스탈린이 죽은 뒤 1956년 8월에 복권되었고, 그의 시 모음집은 1973년 이후 소련 시인 도서 목록에 등재되었다.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릴케, 러시아의 예이츠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만델슈탐은 ‘허가된 문학과 허가 없이 쓰인 문학’이라는 유명한 이분법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문학은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니, ‘허가 없이 쓰인 문학’만이 ‘문학’일 것이다. 국가의 ‘허가’에 의지하는 시, 대중의 ‘허가’에 의지하는 시, 비평가의 ‘허가’에 호소하는 시, 그런 것은 만델슈탐에게는 이미 문학이 아니었다. 심지어 시란 시인 자신의 허가조차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_이장욱, 에세이 에서

뛰어난 문학성, 극적인 생애, 그럼에도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 시인들을 소개하는 ‘문학의숲’ 시리즈


이란의 포루그 파로흐자드, 러시아의 오시프 만델슈탐으로 시작하는 문학의숲 은 해당 언어권 문학가와 연구자는 알고 있지만, 시를 쓰거나 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조차 여전히 낯선 이름의 시인과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소개된 해외 시의 대부분은 영미 시와 프랑스?독일의 근대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시가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리즈는, 세계 어느 곳에나 최고의 시가 있고 최고의 시인들이 있다는 전제 아래 시작되었다. 시인들이 읽고 싶은 시집들을 펴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이 시리즈에서 소개하려는 시인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첫째, 뛰어난 문학적 성취가 있을 것. 비록 우리에게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당 언어권은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와 작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는 제외한다.
둘째, 극적인 생애의 작가. 시인의 삶 또한 드라마틱하고, 사상적?철학적으로 특별함과 깊이가 있는 경우.
셋째, 작가가 살아가는(또는 살아간) 시대와 역사, 지역의 특성이 작품에 반영되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
영미 문학의 거장 셰익스피어는 다수의 희곡을 남겼지만, 그 원천은 소네트로 대표되는 ‘시’였다.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은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근대 소설가의 절대적 우위 속에서도 여전히 러시아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 인도인들이 존경하는 구루 타고르는 시를 통해 구도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애송되며 사랑받는 장르다. 시는 사물과 의식, 물질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도로 집약된 언어 세계를 다루지만 심장 박동처럼 인간에게 친숙한 ‘리듬’을 타고 전해진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 점에서 물질주의가 만연한 현대에도 ‘시’의 가치는 쉽게 교환가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희소하기에 가치가 있고, 소수에 의해 창작되기에 고유한 세계를 보여 준다. 시안詩眼이 열린 소수만이 시를 향유하지만, 그 소수에 의해 쓰인 훌륭한 시는 오랜 세월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문학의숲’에서 새롭게 펴내는 은 뛰어난 문학성을 보였고 작가로서 극적인 생애를 살았으나 아직도 우리에게 생소한, ‘세계의 숨어 있는 시인’을 발굴하여 세계 어디에나 좋은 시, 좋은 시인이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영미 문학에 편중된 우리의 세계 시 읽기의 편식을 지양하고, 터키, 몽골, 네팔 등 제3세계 언어권의 시인도 적극 소개할 예정이다.
첫 시인은 이란의 여성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 파로흐자드는 , 를 만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에게 영감을 준 시인으로 한국에는 처음 소개된다. 서른두 살에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이란을 움직이는 그녀의 강렬한 시 세계를 맛볼 수 있다.
두 번째 시인은 러시아의 릴케라 불리는 오시프 만델슈탐. 그의 부인 나데쥬다 만델슈탐의 회상록이 없었다면 시집 한 권 제대로 남지 못했을, 스탈린 시대에 감옥에 갇혀 비극적 생애를 살다 간 만델슈탐의 서정시 세계를 주목한다.
폴란드의 아담 자가예프스키, 스페인의 안토니오 가모네다, 일본의 나나오 사카키, 아르헨티나의 후안 헬만, 몽골의 라그와슈렌, 네팔의 드르갈 랄 슈레스타 등이 뒤를 이을 예정이다. 해당 언어권의 전문가를 번역자로 선정하여 원시에 충실한 번역을 하되 가독성을 고려했고, 각 권마다 박형준, 이장욱, 진수미, 김경주 등 영향력 있는 한국 시인의 에세이를 따로 실었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인 또는 시집을 읽어 나가는 데 이들의 해설과 에세이가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이며, 시를 본격적으로 창작하거나 공부하는 독자들에게는 보다 유익한 부록이 될 것이다.

⊙ 오시프 만델슈탐에 쏟아진 찬사

짐승들의 추악한 지배에 대해 쓴 만델슈탐의 시를 읽을 때면 어찌할 바 모를 수치심 같은 것을 느낀다. 같은 시대에 나는 자유롭게 살고, 생각하고, 쓰고 말했기 때문이다. 자유가 쓰게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이다. _블라디미르 나보코프(러시아 소설가)

만델슈탐에게는 스승이 없다. 바로 이 점에 대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나는 세계 시문학사에서 이와 같은 경우를 보지 못했다. 우리는 푸시킨과 블로크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만, 어느 누구도 오십 만델슈탐의 시라고 이름 붙은 이 작품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말하지 못한다. _안나 아흐마토바(러시아 시인)

만델슈탐의 시와 함께하노라면 정정당당한 진실의 편에서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이는 정말 희귀한 경험인데, 바로 만델슈탐이라는 인간 자체가 그러해서가 아닐까. 나는 그의 시를 번역하는 것이 나 자신의 시를 쓰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_파울 첼란(루마니아 태생 독일 시인)

만델슈탐은 시를 위해 살지 않았다. 시가 그를 살게 했다. _바를람 샬라모프(러시아 작가, 언론인)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의
금박으로 불타는
얇은 숄만 걸친 채
아이들의 책만 읽고
더없이 다정한
파리한 하늘빛 에나멜 너머로
숨결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고
침묵
예민한 청각은 돛을 올리고
금지된 삶을 숨 쉬며
말들은 얼마나 천천히 걷고
춥고 가난한 광선이
음산한 공기가 축축이 울려 퍼지나
오늘은 불길한 날
영혼이 그런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불안스레 숨 쉬는 나뭇잎으로
조가비
하나같이 똑같은 별빛을
행인
카지노
황금
루터교인
성 소피야 성당
추락은 언제나 공포의 동반자
노트르담
아니다, 달이 아니라 밝게 빛나는 벽시계의 둥근 판이
추워서 떨고 있는 나
페테르부르크 시
바흐
해군성
안락한 생활로 미쳐 버린 우리
테니스
미국 여자
돔비와 아들
상한 빵, 고갈된 공기
오시안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없고
유럽
지팡이
교황 베네딕트 15세의 회칙에 부쳐
숲 속에는 꾀꼬리가 있고
자화상
이집트인
존재하지도 않은 자유를
말무리는 즐거운 울음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나는 저 유명한 를 보지 못하리
불면, 호머, 팽팽한 돛들
처녀들의 불협화음 합창 속에서
짚이 깔린 썰매를 타고
나는 춥다, 투명한 봄은
검은 태양
네바 강가 어딘가에서
데카브리스트
카산드라에게
귀뚜라미 시계가 노래하는 것
자유의 황혼
저 무서운 꼭대기에서 떠도는 불빛
비가
크렘린의 검은 광장 위
무거움과 부드러움
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만나리라
난 하고 싶은 말을 잊었다
다정한 초원을 밟고 가는 그림자의 원무 속으로
기차역 콘서트
시대
석판 위의 송시
당신은 네모난 창문을 가진 높지 않은 집들
레닌그라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다가오는 세기의 울려 퍼지는 용기를 위해
뜰에는 어둠, 지주 귀족의 거짓말!
인상주의
스탈린 에피그램
여긴 어떤 거리인가?
흑토
집들로부터, 숲으로부터
고개 숙인 나뭇가지 사이로
나 홀로 얼굴 속 추위를 본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비교하지 마라
태고의 얼음 소리를 듣는다
넌 아직 죽지 않았어
지금 나는 빛의 거미줄 속에 있다
이 정월에 나 어디로 갈까?
빛과 그림자의 순교자 렘브란트처럼
영혼이 메마르고, 목이 젖어 있을 때
좁은 땅벌의 눈으로 무장한
내가 수직의 호수를 바라보니
이것은 광기의 시초
하늘에서 길 잃은 나…… 무엇을 할까?
배꽃과 벚꽃이 나를 노렸나 보다
텅 빈 땅을 향해 무심코 구부리며

해설 말의 힘을 숭배한 시인 만델슈탐?조주관
에세이 나의 사랑하는 적敵, 만델슈탐?이장욱
출전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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