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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는 죽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파격적으로 읽기)
제우스는 죽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파격적으로 읽기)
저자 : 박홍규
출판사 : 들녘
출판년 : 2017
ISBN : 9791159252990

책소개

침략과 파괴, 독재와 차별로 얼룩진 그리스 신화를 버려라!
3중 차별 구조로 점철된 그리스 신화의 이면을 읽을 때 진정한 이해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국민 교양서로 읽힌다. 만화로, 이야기책으로, 인문학 서적으로 다양한 외피만큼이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필독서로서 각계각층에 어필한 지 오래다. 제우스를 필두로 한 올림포스 열두 신은 고유의 캐릭터를 발판으로 각종 문화산업에 진출했고, 그들이 벌이는 온갖 사건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꾸준히 재생산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문화의 원류”라는 믿음 아래 무릇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을까? ‘인간적인 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명목 아래 시기와 질투, 폭력과 독재, 파괴와 침략, 지배와 피지배 구조, 이방의 존재들을 괴물로 치부하여 처단하는 행태에 반감을 느낀 독자는 혹시 없을까? 당시 그리스 사회에는 반 이상의 사람들이 노예로 살고 있었는데, 왜 그들은 신화에 등장하지 않는 걸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수많은 괴물은 정말 괴물이었을까?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왜 하나같이 수동적일까?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열광해왔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문제점은 전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하여 그리스 로마 신화에 담긴 3중 차별 구조를 들춰보려는 시도이다. 즉, 외부적으로 드러난 그리스와 비(非)그리스, 내부적으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주인과 노예, 남과 여가 나뉘는 차별 구조를 탐색한다. 최근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남신과 여신, 토속신과 국가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구의 인종 차별과 제국주의적 침략의 근원이라는 인식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듯하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근원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서양문화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최고라는 식의 평가는 지양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따라서 밀려들어온 현대 세계의 경쟁과 폭력이 아닌, 화합과 평화의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 더는 그리스 신화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정체성을 밝히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신화 전반에 대한 의미와 구조 및 그리스 로마 신화의 특징과 역사적인 차용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장은 창세 신화 및 그리스 신화에 나타나는 차별 구조를 토속신과 1~4세대에 걸친 괴물들을 통해 탐색한다. 세대별로 우리가 흔히 괴물이라 부르는 캐릭터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매우 흥미로운 장이다. 3장은 토속신들이 국가신으로 대체된 배경을 다루는데, 그 밖에도 제우스를 비롯해 우리에게 익숙한 올림포스 신들과 그들을 둘러싼 영웅들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살필 수 있다. 4장은 를 중심으로 트로이 신화의 차별 구조를 탐색한다. 이 책의 결론격인 5장은 주체와 타자의 변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차별 구조를 종합하고 분석한다. 그리스 신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에 닿았는지도 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억압과 폭력으로 얼룩진 서구의 자기중심주의를 형성한 기본이라는 비판적인 관점에서 쓴 것으로 2009년 생각의나무에서 출간했던 『그리스 귀신 죽이기』를 보완한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그것에 토대를 둔 서양의 학문과 예술을 영원한 진리인 듯 섬겨온 비슷비슷한 국내 도서들에 딴죽을 거는 이 책이 신화로 상징되는 교만한 서구적 시각을 추방하는 데 적으나마 기여하기를 바란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그리스 신화는 이데올로기다
신화는 ‘옛날이야기 형식을 지닌 신 중심 이데올로기’이다. 따라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에 봉사하고 그들의 위치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일반 민중이나 노예의 입장에서는 신화를 믿지 않는 것이 신 또는 지배계급에 대한 반역이 되므로 억지로라도 따를 수밖에 없었을 테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신화에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신화에 민중이 등장하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는 또한 인간 중심의 가치관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크세노파네스와 헤라클레이토스는 물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학파에 이르기까지 신화의 비이성적인 면을 열렬히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로마제국에 들어오면서 가부장성과 오락성이 정점을 찍었던 그리스 신화는 중세에 크리스트교라는 이데올로기에 밀려 잠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가 이후 고대 문화의 부흥기라 불리는 르네상스시대에 수많은 미술품의 소재를 통해 다시 그 의미와 가치가 격상된다. 그리고 독일제국의 부활을 꿈꾼 나치에 의해 위상이 엄청나게 강화된다. 나치가 아리아 민족의 근원으로 그리스 신화를 내세우며 유대민족의 근원으로 여겨진 구약성서 신화를 대립 구도로 내몬 탓이다. 여기에는 바그너나 니체 같은 19세기 독일인들이 기여했고, 그 후로 그리스 신화는 제국주의적인 서양 중심의 시각을 전 세계에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현재까지 이야기의 무늬를 가진 극단적인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게 된 과정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왜 문제인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반인륜적인 서사가 넘쳐난다. 부모형제 간의 모략과 싸움, 이방인을 괴물로 치부하여 무차별하게 살상하는 내용, 영웅담을 빙자한 복수와 음모 및 계략은 물론이요 사기, 약취, 유괴, 간통, 차별 등등 온갖 범죄가 판을 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뒤틀린 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폭력이 그리스 외부의 사악한 괴물에 대항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점이 그 방증이다. 또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도 결코 이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남성은 위대한 신이자 용감한 영웅이고, 그 배필인 여성은 정숙한 아내여야 한다. 그들에 대적하는 남성은 비굴한 괴물이고, 여성은 종종 음탕한 창부로 간주된다. 이를 더 파고들어가 보면 같은 도식 아래 문명적인 그리스와 야만적인 비(非)그리스가 상징적으로 이야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서양문화는 그 후 2천 년 이상 그리스를 정신적 지주로 삼은 서양을 역사의 주체로, 그 밖의 세계나 피지배자는 계급차별 및 성차별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그리스와 서양이 최고이고, 지배자와 남성은 우월한 반면 동양을 포함한 비서구 문화권이나 피지배자, 여성은 열등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초래한 것이다. 신화학자들은 이런 평가를 두고 비유나 상징에 불과한 신화를 지나치게 도덕적 잣대로 판단한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십분 고려한다 해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현대 사회의 혼란을 넘어서기는커녕 심화시킬 뿐이지 않을까?

막장 드라마 그리스 로마 신화, 이제 제대로 읽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한 신들, 특히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12신이 늘 중심에 있다. 이들은 지배자인 왕과 왕족, 권력자와 권력계층을 상징함으로써 ‘국가신’의 위치에 오른다. 하지만 이들 국가신에게 자리를 빼앗기기 전에는 ‘토속신’이 숭배를 받았다. 그들은 토속사회에서 신앙의 대상이었던 신들로 국가가 성립하면서 운명도 나뉜다. 일부는 잊혔고, 일부는 괴물로 추락했으며, 겨우 극소수만이 지위가 떨어진 채 토속신의 자리를 유지했다. 물론 19세기 신화의 혁명기에 토속 모신과 함께 모권제가 발견되긴 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전히 인간적이고 민주적이며 평화적인 신화로 탈바꿈하지 못한 채 20세기 전반에는 파시즘에 따라 독재의 논리가 됐고, 그 후반에는 자본주의에 따라 소비의 표상이 되었다. 그리스가 문명과 선과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반면 그리스 외의 것은 야만과 악과 추함을 대표한다는 틀을 세워 그리스는 로마를 거쳐 서양으로 확대되고, 비(非)그리스는 페르시아를 거쳐 동양, 그리고 비(非)서양으로 확대되는 데 앞장서면서. 이제 경쟁과 폭력, 차별과 갈등, 비상식과 반민주를 중심에 놓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추방되어야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대단한 인문학적 교양으로 여기는 우리 풍조도 쇄신해야 한다. 그리스 신화가 지닌 태생적 한계는 아무리 윤색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고 해도 결코 인간적이며 민주적이고, 평화적이며 공동체적인 이야기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이어서]
이러한 세대교체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크로노스는 우라노스를 무력화한 다음 아버지의 지위를 차지하고 누이인 레아를 아내로 맞아 5남매를 낳습니다. 그 제2세대 중 하나가 제우스예요. 따라서 제우스에게도 괴물인 티탄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름난 영웅들은 대부분 제우스의 후손들이나 사생아입니다. 제우스와 헤라 사이의 적자들보다 오히려 제우스의 사생아들이 능력이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았어요. 가령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헤파이스토스는 모든 신 중 가장 뛰어난 손재주와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못생긴 데다 절름발이고 불구였어요. 또한, 아레스는 전쟁의 신에 걸맞게 잔혹하고 성급했지요. 이에 비해 제우스가 인간 알크메네와의 사이에서 얻은 헤라클레스는 모든 신 중 가장 힘이 셌으며, 레토 여신에게서 얻은 아폴론은 잘생기고 지혜도 많았으며 예술과 예언에 능했습니다. 또 마이아와 바람을 피워 생긴 헤르메스는 잔꾀로는 따라올 이가 없었지요. 그리고 헤라 이전의 아내 메티스에게서 얻은 아테나는 제우스의 자식 중 가장 지혜로우며 강인한 존재로 묘사됩니다._ 중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그 밖에도 많은 괴물이 등장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것은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전사 부족 아마존입니다. 이들은 코카서스 산맥에서 약탈과 노략질을 일삼았다고 하며 오늘날에도 여러 대중문화를 통해 재창작되고 있는데요. 아마존의 여전사가 실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바흐오펜은 이들을 모권제 사회의 증거로 보았습니다. (……) 신화에 등장하는 다른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아마존 역시 그리스인들과 싸운 외국인들이었어요. 그러나 야만을 상징하는 거인 족이나 켄타우로스와는 달리 아마존은 잔인하고 포악한 동시에 조형 예술품을 통해 아름답게 묘사되었습니다. 아마 당대의 그리스인들은 아마존에 대해 에로틱한 매력을 느꼈나 봅니다. 아마존에 대한 그리스인의 이러한 이중적인 묘사는 가부장제의 침입자에 저항한 원주민 모권족을 두려워하여 비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_ 중에서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의 딸로, 아버지 오이디푸스와 함께 방랑하다가 아버지가 죽은 뒤 테베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나라는 성년이 된 오빠들이 벌인 권력 투쟁으로 내전이 일어난 상황이었어요. 결국, 두 오빠는 모두 죽고 숙부가 왕위에 오릅니다. 숙부는 오빠 중 차남 에테오클레스는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러주지만, 외국 군대를 끌어들여 조국과 전쟁을 벌인 장남 폴리네이케스는 들판에 내버려 까마귀밥이 되게 하라고 명합니다. 게다가 그 시신을 매장하는 이는 누구든 사형에 처하겠다고 공포하죠. 하지만 안티고네는 오빠의 시신을 몰래 묻어줍니다. 이를 알게 된 숙부는 안티고네를 잡아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안티고네는 신이 내린 법이 국법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국가 권력에 저항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해요. 왕은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이에 안티고네는 감옥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요. 안티고네는 오랫동안 저항권과 용기의 표상으로 찬양되었습니다. 가령 브레히트는 이를 파시즘에 대한 대항과 연관을 지어 개인의 정치적 사회적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볼 때 안티고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유일한 민주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_ 중에서

이피게네이아(Ipigeneia)는 ‘강한 자들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타우리스 섬에서 아르테미스를 받드는 대사제예요. 이피게네이아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여러 희곡 소재로 차용됐습니다. 그중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작품으로 에우리피데스의 『아울루스의 이피게네이아』와 소포클레스의 『타우리스의 이프게니아』를 들 수 있지요. 신화의 시간적 배경은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로 출정하기 직전입니다. 그런데 항구에 정박해둔 배들이 바람이 불지 않아 출항하지 못해요. 이에 예언자로부터 신탁을 받아보니, 아가멤논 왕이 성스러운 숲에 들어가 아르테미스가 아끼던 암사슴을 사냥한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여신은 이를 자신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였고, 바람을 잠재워버린 것이지요. 예언자는 아가멤논의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 제물로 바쳐야만 여신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고 합니다. 병사들의 사기를 걱정한 아가멤논은 집에 서신을 보냅니다. 아킬레우스와 결혼시키려고 하니 빨리 이피게네이아를 불러오라는 것이지요.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기뻐하며 이피게네이아를 데리고 남편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서신이 거짓말이었다는 것과, 참혹한 진실을 알고 절규하지요.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 신전에 산 제물로 바쳐져요. 그런데 사제가 그녀의 목을 칼로 찌르려는 순간, 갑자기 안개가 모든 이의 눈을 가렸다고 합니다. 안개가 걷혔을 때 이피게네이아는 그 자리에 없었어요. 아르테미스가 그녀를 동정해 숨겨준 것이지요. 이후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의 자비로 흑해 크림 반도의 타우리스 섬에 가서 아르테미스를 섬기는 사제로 봉사하게 됩니다._ 중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프랑스혁명을 상징한 인물은 구제도를 지배한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남성은 일정한 계층이나 직업 또는 당파와 관련되었으나 여성은 사회적으로 무의미한 존재로 취급 받았기 때문에, 사회의 모든 계층에 호소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남성상보다 여성상 쪽에 힘이 있었습니다. 그 여성상을 대표한 것이 바로 ‘마리안느’였습니다. 마리안느는 1792년 왕이 폐지된 뒤 프랑스 공화국의 인장에 새겨진 여성의 애칭이었어요. 그녀의 외모와 옷차림은 고대 그리스 로마풍의 여신과 흡사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이 아님을 표시하기 위해 마리안느라는 일반적인 평민 여성의 이름이 붙었지요. (……) 반면 당시 귀족이나 부르주아는 그리스에 기원을 둔 헤라클레스 등을 선호했습니다. 이는 프랑스 발루아 왕조의 앙리 2세가 1549년 파리에 입성할 때, 그가 전임자인 프랑소와 1세를 기리기 위해 「갈리아의 헤라클레스」 조각을 세운 것에도 나타나지요. 또 이탈리아에서도 헤라클레스는 절대주의 군주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혁명 이후 헤라클레스는 공화국을, 그가 죽이는 괴물은 혁명 반대 세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변했어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헤라클레스로 상징되는 남성의 지배권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는 점입니다. 즉 급진파든 보수파든 모두 근본적으로는 반여성적이었지요. _ 중에서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신과 괴물만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요. 무수한 영웅들의 영웅담 또한 펼쳐집니다. 영웅을 뜻하는 ‘hero’란 그리스어로 반신(半神)을 뜻하는 ‘heros’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즉 영웅은 부모 중의 한쪽이 신이어서 절반은 신의 피가 흐르는 경우가 많아요. (……) 영웅은 괴물을 죽이는 위업을 달성해 영웅이란 칭호를 얻어요. 가령 그리스 로마 신화 최대의 영웅인 헤라클레스의 12개 위업 중 4분의 3은 네메아의 사자 등 괴물과 맞서 이기는 겁니다. 괴물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닌 다른 신화는 물론 영웅담이나 현대의 영화, 만화, 소설, 시에서도 중요한 등장인물로 다뤄집니다. (……) 나아가 그리스는 문명과 선과 아름다움을 대표하나, 그리스 외의 것은 야만과 악과 추함을 대표한다는 틀을 세우지요. 이후 고대 그리스가 멸망한 후에도 서양 군주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는 로마를 거쳐 서양으로 확대되고, 비(非)그리스는 페르시아를 거쳐 동양, 그리고 비(非)서양으로 확대되었어요. 그 두 세계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우월과 열등의 관계, 문명과 야만의 관계, 정상과 비정상의 관계로 도식화됩니다. (……) 이런 구조는 한 국가 안에서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즉 모든 신화에서 세계의 창조자를 비롯한 신은 현실의 무대에서는 지배자인 왕족을 상징해요. 또 신의 피를 일부 타고나는 영웅은 왕을 섬기는 귀족이나 영주 등의 지배계급을 뜻합니다. 그리고 대다수인 평범한 인간은 피지배계급을 의미하지요. 그 아래의 계급인 노예는 인간도 아니라는 취급을 받습니다. 즉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과 비슷한 대접을 받아요. 우리는 로마시대 스파르타쿠스(?-기원전 71년)의 노예반란 외에는 다른 사건을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잊힌 수많은 반란이 있었음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헤일로타이의 봉기도 있고요. _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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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저자의 말

1장 도대체 그리스 로마 신화란 무엇인가?
신화란 무엇인가?
신화는 ‘신 중심 이데올로기의 옛날이야기’다 | 어떤 내용의 ‘신 중심 이데올로기의 옛날이야기’인가? |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정치적 이용 | 신화의 차별 구조 | 왜 그리스 ‘귀신’인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특징
모든 신화는 열등한데 그리스 로마 신화만 우월하다고? | 그리스 로마 신화는 독창적일까? | 그리스 로마 신화, 왜 문제인가? |
그리스 로마 신화는 추방되어야 한다 |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지리 | 그리스 로마 신화와 우리 | 그리스 로마 신화 부활과 적대주의

2장 토속신과 괴물, 그리고 인간
창세 신화의 차별 구조
헤시오도스의 vs. 호메로스의 | 가이아와 타르타로스, 그리고 에로스

태초에 괴물이 있었다; 괴물 1세대
악의 측면만 강조된 티탄 |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르 | 가이아와 폰토스 및 타르타로스의 자식들 | 우라노스의 다른 자식들

토속신의 정체성
토속신들의 본래 모습 | 토속신의 변모

토속 모신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 | 외국 출신의 여신들 | 그리스 선주민의 모신 헤라 | 아테나, 아르테미스, 헤카테, 헤스티아

토속 남신
황금시대의 왕 크로노스 | 원시적인 구세주의 전형 디오니소스 | 서민층에 어필한 오르페우스

괴물 2세대
차별 구조를 만든 제우스 | 티타노마키아 | 오케아노스의 자식들 | 에키드나의 자식들 | 메두사

괴물 3세대
크리사오르와 페가수스 | 세이렌 | 프로메테우스

괴물 4세대와 그 밖의 괴물들
괴물의 씨가 마르다 | 여성 전사 아마존 | 라이스트리곤 | 난쟁이족 | 기형 괴물 | 동물-인간 합성 괴물 | 그 외의 괴물들

그리스 로마 신화 괴물의 차별구조
동서양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 | 그리스 로마 신화 괴물의 전통

인간 기원의 차별구조
남성 기원의 차별 구조 | 인간의 타락 | 여성 기원 설화의 차별 구조 | 차별적 여성관의 전통 | 새로운 세계_홍수 전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들
메데이아 | 시시포스

3장 국가신과 영웅
국가신의 차별 구조
제우스의 별 | 권력자의 전형_연쇄강간범 제우스 | 우주의 3층 구조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 처녀의 전형_아테나 |
애인의 전형_아프로디테 | 아도니스 | 큐피드 | 제우스의 아들들 | 아폴론 | 하데스의 죄인들

영웅들의 차별 구조
영웅의 무법성 | 페르세우스 | 헤라클레스 | 테세우스 | 오이디푸스 | 안티고네

4장 트로이 신화의 차별 구조
호메로스
트로이 전쟁의 전모 | 호메로스, 어떻게 볼까?


의 형식과 내용 | 의 줄거리


의 형식과 내용 | 의 줄거리

트로이 신화와 여성 차별
차별 당하는 여신들 | 이피게네이아


로마제국을 찬양하는 영웅담 | 고전 중의 고전 vs. 제국주의 작품

5장 그리스 로마 신화 계승의 차별 구조
주체와 타자의 변화
괴물과 제우스의 싸움 | 기독교의 그리스 로마 신화화 | 프랑스혁명과 그리스 로마 신화

독일과 그리스 로마 신화
독일주의와 그리스 로마 신화 |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 그리스 로마 신화 | 바흐오펜의 신화 이해

니체와 그리스 신화
니체의 신화론 | 금발의 야수 | 계보학적 근거 | 전체주의와 그리스 미학

맺음말_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삼중 차별 구조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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