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벌거숭이들
벌거숭이들
저자 : 에쿠니 가오리
출판사 : 소담출판사
출판년 : 2017
ISBN : 9791160270075

책소개

조심스러우리만큼 예리하게 펼쳐낸 사람과 사람 사이, 그 관계 속의 민감한 역학!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벌거숭이들』. 불투명한 관계들 사이를 이리저리 떠돌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당혹감과 고독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리낄 것 없이 당당한 벌거숭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치과의사 모모를 둘러싼 주변 인물 간의 잔잔한 듯 격렬한 일상을 11월에서 시작해 2월, 5월, 8월, 9월, 11월, 그리고 이듬해 2월까지 그려냈다.

수더분하고 말 많은 아줌마인 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사실은 인터넷상에서 ‘로잘리’라는 닉네임으로 로맨틱한 만남을 가져왔단 걸 알게 된 딸, 수십 년간 부부로 살아왔지만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 가져본 일이 없었다는 걸 중년이 지나서야 깨달은 부부, 바람 상대에게 푹 빠져 오래 만난 약혼자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바람 상대 또한 온전히 마음을 채워주는 애인은 될 수 없단 걸 알게 된 여자 등 어림잡아 열 명이 넘는 조연들은 단순히 주변인으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주인공 못지않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등장한다.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절친한 친구, 부인, 남편, 엄마, 아빠…… 관계에 이름을 붙여 서로를 안전하게 규정하려 하지만 누군가를 완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고, 다 알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관계 속에서 모두 어떻게든 이리 엮이고 저리 엮여 살아가야 하기에, 엇갈림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저자는 섬세한 문장들로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며 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들에 대해 깊이 통찰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섬세한 문장들이 능숙하게 이끄는 대로……
문학 팬들의 마음을 춤추게 할 에쿠니 가오리 신작 소설


2017년 첫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 책 『벌거숭이들』은 읽기 조심스러우리만큼 예리한 책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다 알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관계 속 민감한 역학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작풍이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빛을 발한다.
11월에서 시작해 2월, 5월, 8월, 9월, 11월, 그리고 이듬해 2월까지 주인공인 치과의사 모모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간의 잔잔한 듯 격렬한 일상이 펼쳐진다. 어림잡아 열 명이 넘는 조연들은 단순히 주변인으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주인공 못지않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등장한다. 특별한 장치 없이 한 인물의 상황이 끝나면 한 행을 비운 뒤 다음 사람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는데, 등장인물도 많은 데다 일정한 순서도 없지만 특별한 설명 없이도 영상처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장면 전환 방식도 주목해 즐겨볼 만하다. 비 오는 날 파스타 소스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드는 장면이 끝난 뒤에 과자 냄새가 가득한 차 안에서 대식구가 떠들썩하게 있는 장면이 시작되고, 홀로 흰쌀밥에 간장을 뿌려 먹는 은퇴한 중년 남자에서 온통 하얀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로 시선이 옮겨간다. 같은 음식 냄새, 같은 색깔이라도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평화롭게 만화책을 읽다 잠들어버린 여대생의 방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중에 낮잠에서 불쾌하게 깬 나이 든 여자의 방으로, 목욕 후 젖은 아버지의 발에서 비를 맞아 젖어 있는 딸의 다리로, 편의점 샌드위치를 먹고 배가 덜 차 마른 미역을 불려 먹을까 고민하는 하숙생에서 화이트 와인과 꼬치구이의 조합을 즐기는 커리어우먼으로, 유연하고 능숙하게 독자를 리드한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알았을까?
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들, 그 틈에서.


『벌거숭이들』 속 인물들은 서로 무수히 얽혀 등장한다. 이들은 때로 가까운 사람의 낯선 얼굴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이 ‘가까운 사람’에는 자기 자신 또한 포함된다. 수더분하고 말 많은 아줌마인 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사실은 인터넷상에서 ‘로잘리’라는 닉네임으로 로맨틱한 만남을 가져왔단 걸 알게 된 딸, 수십 년간 부부로 살아왔지만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 가져본 일이 없었다는 걸 중년이 지나서야 깨달은 부부, 바람 상대에게 푹 빠져 오래 만난 약혼자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바람 상대 또한 온전히 마음을 채워주는 애인은 될 수 없단 걸 알게 된 여자, 무슨 문제가 생겨도 살이 닿기만 하면 풀리는 속궁합을 자랑하는 부부지만 마음으로 건네는 대화는 통 들어먹질 않는 남편을 가진 여자 등등…….
각자 처한 상황과 시점에 따라 타인에 대해 품는 인상이 다르다는 점은 보편적인 사실이지만, 독자로서 제삼자가 되어 지켜보노라면 다소 난감하다. 히비키가 ‘지적이고 우아하며 상냥하다’고 하는 유키(모모의 엄마)는 사실 딸들로부터 ‘가식적이고 독선적인 고집불통’으로 평가받으며 외면당한다. 그런데 유키는 남편 에이스케에게는 이해심 많고 한결같은 아내이다. 또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여자와 바람이 나서 가족을 버리고 새 살림을 차린 무정한 아빠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용하고 온순하며 귀여운 구석이 있는 초로의 남자일 뿐이다.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오빠가 엄마의 눈에는 그저 다정하고 기특한 아들이고, 요령도 없고 고집 세고 반항적인 딸이 누군가의 눈에는 인정 많고 진중한 사람이다. 독자는 점점 등장인물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 내려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고,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안쓰러운 사람인지 행복한 사람인지 판단하기가 곤란해진다.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절친한 친구, 부인, 남편, 엄마, 아빠…… 관계에 이름을 붙여 서로를 안전하게 규정하려 하지만 누군가를 완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모두 어떻게든 이리 엮이고 저리 엮여 살아가야 하기에, 엇갈림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언제든, 어떤 사이로든 변할 수 있다면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혼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서로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부분’뿐이다. 연애도, 결혼도, 우정도, 동료도, 그 ‘부분’이 전부인 양 기대어 있다가도 어느 순간 또 다른 ‘부분’에 실망하고 절망해 등을 돌리기도 한다. 이렇게 불투명한 관계들 사이를 이리저리 떠돌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당혹감과 고독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리낄 것 없이 당당한 벌거숭이들을 우리는 이 책 『벌거숭이들』에서 만나게 된다.

* 책속으로 추가
사바사키는 히비키를 떠올리고 있었다. (……) 모모에게 들었던 사전 정보로는 좀 더 살림때가 묻은 여성이겠거니 싶었다. 남의 평판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시끄럽고 독선적인 여성을. 하지만 실제로 본 히비키는 완전히 달랐다. 사춘기 아이처럼 어설프고, 사춘기 이전의 아이처럼 겁이 많아 보였다. 모모 짱도 겁이 많지만 그 이상이다. 모모의 두 다리 사이에서 사바사키는 생각한다. 히비키를 생각하고 있지만, 몸은 자연스레 모모와의 행위에 몰두할 수 있었다. 호흡이 맞는 것이다. 모모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세운다. 목소리를 내진 않지만, 몸을 젖히는 방식이나 손의 힘 - 모모는 가끔 침대를 두드린다. 사바사키에게 매달릴 때도 있고 두 팔을 위로 올려 헤드보드를 움켜잡으려 들 때도 있다 - 으로 사바사키를 몰아붙인다. 모모의 팔다리는 매끄럽고 피부는 거리의 비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난다. 발톱은 늘 연한 두 가지 색상으로 나눠 칠해져 있다. 직업상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를 수 없다며 본인은 아쉬운 듯 말하지만 사바사키는 모모의 손이 좋다.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은 손톱도. 히비키는 작은 손을 지니고 있었다. 마디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 화과자 같은 손이었다. 절정으로 치달은 후, 사바사키의 가슴에 맨 먼저 퍼진 것은 팔랑팔랑 부지런히 움직이는 히비키의 그 작은 손이었다.
_본문 168~169쪽

“헤어져버리면 되잖아.” 남편이 나갔을 때 딸 미토코는 그렇게 말했다. “최악이야, 이런 거”라고 불쾌한 듯이. 미사코는 자신이 비난받는 기분이었다. 애인을 만든 것도 집을 나간 것도 미사코는 아닌데. 분명 사이좋은 부부라고는 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거의 결혼 직후부터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 싸울 기력조차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아온 세월이 없어지는 건 아닐 터. 체념과 습관과 타협의 산물이었다 해도 켜켜이 쌓여온 이 세월이. “아르고, 이리 와.” 미사코는 개를 부르고 현미차를 마저 마신다. 차는 둥글둥글한 맛이 났다. 둥글둥글한, 어릴 적부터 잘 아는 맛이. 미사코는 여름에도 따뜻한 음료가 좋다. 남편은 차가운 보리차나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싶어 했지만. 그러고 보니 요 몇 년, 그런 것들을 만들지 않았다는 생각을 멍하니 떠올렸다.
_본문 182~183쪽

“스캐너를 사서 데이터로 만들어버리는 건?” 사바사키가 말한다. “시디로 구워버리면 자리 차지하지 않고도 보존해둘 수 있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응? 다시 한 번 말해봐.” 돌아보는데 다시 끌어안기고, 이번엔 입술도 포개지고 말았다. 사바사키가 같이 가줘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 히비키는 나중에 모모에게 그렇게 보고할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이제 보고할 수 없게 돼버렸다고, 머리 한구석으로 생각했다.
_본문 317~318쪽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11월
2월
5월
8월
9월
11월
2월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