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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전반기 재만조선인 시 연구
1940년대 전반기 재만조선인 시 연구
저자 : 오양호
출판사 : 역락
출판년 : 2021
ISBN : 9791167420510

책소개

만주는 어떤 땅인가. 유치환이 농장 관리인이 되어 권속을 먹여 살린 공간이며, 이수형, 함형수, 김조규 등은 시의 속뜻을 숨기며 해방직전까지 작품 활동을 했던 아득한 북녘, 남의 땅이다. 그런가 하면 서정주가 일자리를 찾아가 일본인 용역이 되어 호피조끼를 사 입고 일인 소장에게 유세를 부리던 곳이고, 「기미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최남선이 건국대학 교수로 살았고, 「삼대」의 염상섭은 관동군이 주인인 「만선일보」 편집국장으로 일했으며, 당대에 이미 조선혼을 소환하는 일등 시인으로 평가받는 白石은 만주국 국무원 서기로 살았다.
만주는 모순의 공간이고, 혼종의 공간이다. 하지만 시인들은 그 공간에서 엄혹한 삶을 내밀한 시로 형상화시키면서 자신과 민족을 지키려 하였다. 이런 점에서 만주는 우리에게 원망의 공간이자 정령의 영토, 蘇塗이기도 하다.
지금도 저 아득한 흥안령 아래 우리 민족이 갈대처럼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의 삶의 한 자락이 설사 혐오스러운 데가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남긴 문학을 거두는 것이 의무이다. 치욕의 시간, 자랑스럽지 못한 내력이 있기에 모른 체 하기에는 남은 자취가 너무나 뚜렷하고, 그 가운데는 모국문학을 빛낸 보석 같은 유산이 있다. 유산이 다 값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선택된 유산으로서의 문학예술은 보석이다. 이 저술은 그 선택된 유산에 대한 가치평가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정치는 인간사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우리의 역사도 왕조의 정치사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문화사나 다른 역사는 부록처럼 곁들인 역사이다. 일제 강점기는 국가가 없으니 우리의 정치사는 아예 존재할 수 없었다. 특히 만주국의 조선인 내력은 식민지를 피해갔다가 식민지민으로 산 역사라 논의 자체가 수치스럽다. 그러나 최상위의 문화영역으로 인식되는 문학과 독립투쟁의 역사를 함께 아우른다면 그때 우리의 만주문학이 민족으로부터 완전히 돌아선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자랑스러운 특성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섰다. 그 뿐만 아니라 문학에 대한 최후 평가, 곧 문학사가 대립과 공존, 투쟁과 화합의 관계를 정당하게 파악해야한다는 원리가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 저술은 이런 가설에 대한 도전적 논증이다.
이 저술의 자료의 시대적 하한선은 1940년이다. 왜 1940년인가. 1940년에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폐간되고, 창씨제도, 황국신민화운동이 시행된 것도 1940년인 까닭이다. 조선문단을 대표하는 문예지 「문장」과 「인문평론」이 폐간되고 그 대신 「국민문학」이 창간된 것 역시 그런 시간이다.
다른 잡지는 조선문학과 일본문학을 구별하지 않았고, 그런 잡지는 살아남기 위해 한글을 일본어 다음의 언어로 내치기 시작했다. 만주는 이런 국내 사정과는 다르다. 1940년대 초기의 만주에는 아직 조선은 살아 있었다. 만주국을 관리하는 관동군은 재만조선인에 대한 지위나 문화적 환경을 국내처럼 압살시키는 정책을 펴지 않았다. 5족이 화합하여 왕도낙토를 실현하려는 정책 때문이다. 만주국의 28개 일간신문 가운데 유일한 조선어 신문인 「만선일보」는 관동군이 ‘半島人을 지도하기 위해 세운’ 언론기관이지만 조, 석간 8면을 국한문 혼용으로 편집했고, 학예면은 재만조선인의 학예기사와 문학작품으로만 채워졌다. 이것은 한반도가 일본 땅이 되어 조선이 일본의 한 지방문학으로 전락하던 상황과 전혀 다르다.
「일제 강점기 만주조선인문학연구」는 「시현실」 동인과 정체불명의 시인 이수형의 초현실주의 시를 만난 것이 집필의 동기다. 「만주이민문학 연구」는 Ⅱ부가 시에 대한 고찰이다. 백석의 만주시
편을 중심으로 삼아 1940년대 초기 재만조선인시의 특성을 규명하려 했다.
백석의 〈북방에서〉로 대표되는 북방정서를 “북방파”라 하고, 그런 시가 민족이 당면한 현실을 직접 토설하지는 않지만 처연한 북방정서를 통하여 민족이산을 문제 삼는 것을 식민지 우리 시문학을 대표하는 비극미의 한 정점으로 해석했다. 이 일단의 작품에는 북방을 헤매고 다니는 시적 화자
가 등장하여 그 시대 그곳의 삶이 얼마나 절박한가를 표상한다. 이런 시의식을 「시현실」 동인들의 초현실주의 기법의 시에서도 찾아내어 일제말기 재만조선인 문학을 민족문학의 한 지속적 현상으로 평가를 시도했다.
이 저술에서는 초현실주의 기법의 시에 대한 연구에 특히 주력한다.
재만조선인시 가운데는 1940년대의 여느 시와 다른 기법으로 창작된 작품이 많다. 이수형, 함형수, 김조규, 신동철, 황민의 시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 시가 그렇다. 이 일군의 시인들은 1940년대 초기 김기림의 현실주의시를 최종 숙주로 삼아 태어났는데 그들은 세계를 향해 합리적인 말이 불가
능하자 초현실주의로 나아가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여 하고 싶은 말을 그들의 어법대로 했다. 절연의 이미지를 폭력적으로 결합시키고, 문맥을 고의로 비틀고, 혹은 노예언어로 형상화시켜 시적 진실을 구현했다. 비판적 시의식 때문이다.
이 저술은 시 연구가 중심이다. 왜 시 연구가 중심인가? 시는 일상생활을 재현하는 설명을 늘어놓지 않고, 생각하는 바를 간명하게 나타낼 수 있다. 이치 탐구를 두고 철학과 경쟁을 하면서, 통상적인 논리를 넘어서는 표현으로 독자에게 충격을 준다. 인간존재에 대한 자기반성을 새롭게 해
서, 진부한 언사를 되풀이하는 종교를 무색하게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체험하는 시름을 긴 말이 아닌 짧은 말이나 노래로 불러서 풀었다. 민요가 그렇다. 우리의 경우는 시조가 민요에 더해졌다. 산문이 할 수 없는 일을 시가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감당하기 어려운 시름과 갈등이 있다. 가령 이상
화는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환경에 있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온갖 갈등을 겪으면서 시는 위대한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시를 썼다. 그래서 그의 시는 현실의 장벽을 타개해 희망을 준다고 하는 수준을 넘어 선다. 그가 「시인에게」라는 글에서 시는 “새로운 세계 하나를 낳
아야 할 줄 깨칠 그때라야”, “비로소 우주에게 없지 못할 너로 알려질 것이다.”라고 한 것이 좋은 본보기다. 편안하게 사는 사람에게도 시가 있어야 삶이 더 즐겁다. 일상생활의 차원을 넘어서서 고결한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시를 날개로 삼아 이상의 세계를 난다. 고난을 당하고 굴욕을
견디어야 하는 밑바닥 사람에게는 시가 투쟁을 전개하고 넘어서는 무기이고, 불운이 축복이게 하는 수단이다.
이 저술이 고찰의 대상으로 삼는 「시현실」 동인, 이수형, 함형수, 김조규, 유치환, 한 얼 生, 박팔양, 백석, 조학래 등의 만주 시편에는 이런 시의식이 생생하게 숨 쉬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머리말

제1장 시대 여건
1. 왜 재만조선인 시가 문제인가
2. 만주진출 시의 전개 양상

제2장 전반적 동향
1. 五族協和와 조선인 시
2. 삶의 양식과 작품
3. 시와 역사의 조우
4. 만주국의 조선 시인들
5. 시인들의 유파와 성향

제3장 초현실주의 시의 태동
1. 「시현실」 동인과 김기림
2. 「시현실」 동인의 실체
3. 수사형식의 변화
4. 가상공간의 현실

제4장 시인의 번민과 모색
1. 억압을 헤쳐 나온 사회주의자 - 이수형
2. 식민지 현실의 야유와 풍자 - 함형수
3. 역경에 길항한 실존의 화신 - 유치환
4. 대륙을 횡단한 조선시의 기수 - 김조규

제5장 주체의 발견
1. 익명의 한국인 얼 - 한 얼 生
2. 五族과 민족 혼 - 백석
3. 양면의 진실 - 박팔양
4. 사로잡힌 鮮系詩人-조학래

제6장 만주체험의 표리
1.주체소멸의 만주체험 - 서정주
2. 배반의 변호 -이학성·윤해영· 송지영

제7장 총괄 논의

참고 문헌
인명 찾아보기
작품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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